직장 동료 분이 크루즈 여행을 떠나신다는데, 크루즈에서는 스타링크를 이용해 인터넷을 쓸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어릴 때 핸드폰은 산에서 잘 안 터져서, 한석규 씨가 스님과 대나무숲을 걷다가 핸드폰이 울려서 죄송해하는 모습을 통신사 광고로 썼었는데요, 지금은 대양 한복판에서도 인터넷을 즐길 수 있는 시대입니다.
지금 지구 궤도에는 스타링크 위성 약 1만 1천 기가 떠 있습니다. 전체 위성의 개수는 약 1만 7천 기고요. 2019년 한 해 동안 궤도에 올라간 위성이 약 500기였는데, 2025년에는 약 4,500기가 궤도에 올라갔습니다.
이렇게 붐비다 보니 서로 피해 다니는 것도 큰일입니다. SpaceX가 올해 7월에 낸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12월부터 반년 동안 스타링크 위성들은 충돌을 피하려고 약 20만 7천 번 궤도를 틀었습니다. 하루에 약 1,100번, 즉 위성 한 기가 열흘에 한 번씩 궤도를 수정하고 있는 셈이죠.
3년 전 페퍼노트에서 '케슬러 신드롬'을 소개드렸었습니다. 위성끼리 부딪혀 생긴 파편이 또 다른 충돌을 일으키고, 결국 지구 주위에 파편 띠가 생겨 문명이 후퇴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입니다. 그때 첨부한 유튜브 영상이 7년 전 영상인데, 궤도에 모니터보다 큰 물체가 1만여 개 떠 있다고 얘기합니다. 지금은 어떨까요? 기준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ESA의 올해 추정으로는 10cm가 넘는 물체만 약 6만 8천 개 떠있다고 합니다. 1mm~1cm 크기는 약 2억 3천만 개에 이르고요. 케슬러 신드롬이 현실이 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인류가 지구 궤도를 일부러, 그것도 수억 개 단위로 어지럽힌 적이 있습니다. 구리 바늘 수억 개로 지구에 고리를 두르려 했던 실험, '웨스트 포드 프로젝트(Project West Ford)'입니다.
1950년대 말, 대륙 사이 장거리 통신 수단은 해저케이블과, 전리층을 이용한 무선 통신뿐이었습니다. 여기서 전리층이란 지상 약 60km부터 1,000km에 이르는 넓은 플라즈마 영역입니다. 고주파 영역의 전파를 반사하는 특성을 지녀, 무선 통신에 활용됩니다. 오로라 현상도 주로 전리층에서 일어납니다.
냉전 중이던 미군은 불안했습니다. 소련이 해저케이블을 끊어 버리면 남는 건 전리층뿐인데, 전리층은 핵폭발이나 강한 태양 폭풍에 쉽게 교란될 수 있었거든요.
그래서 MIT 링컨 연구소가 내놓은 아이디어가 '인공 전리층'이었습니다. 자연 전리층을 믿을 수 없다면 전파를 튕겨 줄 거울을 하늘에 직접 만들자는 거죠. 재료는 구리 바늘이었습니다. 미 공군이 후원한 이 계획의 원래 이름은 대놓고 '프로젝트 니들스(Project Needles)', 바늘 계획이었는데요, 나중에 연구소의 레이더 기지가 있던 마을 웨스트포드(Westford)의 이름을 따 '웨스트 포드(띄어쓰기가 생겼네요)'로 바뀌었습니다.
바늘의 길이는 1.78cm. 실험에 쓴 8GHz 안팎 전파 파장의 약 절반인데요, 이렇게 맞추면 바늘 하나하나가 전파를 받아 다시 내보내는 작은 안테나가 됩니다. 굵기는 약 18μm로 머리카락보다 가늘었고, 무게는 한 개에 약 40μg이었습니다. 이런 바늘을 4억 8천만 개 실어 보낼 계획이었는데, 다 모아 봐야 약 20kg 정도였습니다.

뿌리는 방법도 재밌습니다. 바늘을 나프탈렌에 박아 굳힌 다음 회전 장치로 내보내면, 우주에서 나프탈렌이 승화해 날아가면서 바늘이 하나씩 풀려나는 방식이었습니다. 옷장 속 좀약이 어느새 사라져 있는 것처럼요. 중학교 과학 시간에 승화의 예로 드라이아이스와 나프탈렌을 배웠었는데, 이게 이렇게 쓰이네요.
천문학자들은 발사 전부터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전파망원경으로 우주를 보는 사람들에게 전파를 반사하는 띠라니 날벼락 같은 소리였고, 그 띠가 영영 사라지지 않을 수도 있었으니까요. 1961년 8월 영국 왕립천문학회가 미국 정부에 항의 서한을 보냈고, 며칠 뒤 백악관은 첫 실험 결과를 평가하기 전까지 추가 발사는 없다는 성명을 냈습니다. 그달 중순 버클리에서 열린 국제천문연맹(IAU) 총회도 우려를 담은 결의를 채택했습니다.
1961년 10월 21일 첫 발사에서는 분산 장치에 문제가 생겨 바늘이 흩어지지 않았습니다. 1963년 5월 9일 두 번째 발사에서는 4억 8천만 개 중 약 1억 2천만~2억 1천만 개만 흩어졌습니다. 그래도 고도 약 3,600km에서 흩어진 바늘들은 약 40일 뒤, 단면이 대략 15km × 30km인 띠가 되어 지구를 한 바퀴 감쌌습니다. 지구도 토성처럼 고리가 생겼던 겁니다.
그래서 무선 통신엔 좀 도움이 됐을까요? 캘리포니아와 매사추세츠에서 통신 실험이 진행됐는데 처음엔 약 20kbps 속도로 음성과 데이터를 주고받는 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바늘이 점점 흩어지면서 속도는 급격히 떨어졌습니다. 와중에 능동형 통신위성이란 게 발전하면서 바늘 거울은 딱히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다행히 천문 관측에도 큰 피해는 없었던 것으로 결론 났습니다. 하지만 천문학자들이 정말 걱정한 건 바늘 자체만은 아니었습니다. 천문학자 버나드 러벨은 "피해는 이 실험 하나에만 있는 게 아니라, 국제적 합의와 안전장치 없이 이런 일을 가능하게 하는 사고방식에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1967년 우주조약 제9조는 다른 나라의 평화적 우주 활동을 방해할 수 있는 일을 하기 전에 국제적으로 미리 협의하도록 정하고 있는데, 이 조항이 생기는 데 웨스트 포드 프로젝트가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 그 바늘들은 지금도 있을까요? 지구에는 토성처럼 띠가 있는 걸까요? 흩어진 바늘 하나하나는 햇빛이 미는 힘, 태양 복사압에 궤도가 점점 낮아져 1965~66년 사이 대부분 떨어졌습니다. 애초에 그렇게 설계한 거였습니다. 문제는 서로 엉겨 붙은 덩어리들이었습니다. 2013년 NASA는 궤도에 남은 덩어리를 46개로 집계했고, 2026년 10월 집계로도 23~39개가 여전히 지구를 돌고 있습니다.

MIT에는 '헤이스택(Haystack, 건초더미)'이라는 관측소가 있습니다. 원래 링컨 연구소가 이곳에 지은 대형 레이더 시스템의 이름인데요, 주 임무가 '우주라는 건초더미에서 바늘을 찾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농담처럼 지은 이름이었을 텐데, 언젠가 우주 쓰레기가 많아지면 정말 우주에서 바늘까지 찾아와야 할 때가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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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ungnam
스페이스X가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제출한 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12월부터 2026년 5월까지 6개월 동안 스타링크 위성들은 총 20만 7,152회의 추진식 충돌 회피 기동(Collision-Avoidance Maneuvers)을 수행했습니다. 이와 같이 천문학적인 횟수의 궤도 수정이 일어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고도로 밀집된 저궤도: 스타링크 위성은 지구 저궤도에 1만 기 이상이 밀집해 있어 다른 위성이나 우주 쓰레기와의 조우 빈도가 매우 높습니다. 위성 한 대당 평균 일주일에 한 번꼴(연간 약 40회 이상)로 궤도를 틀고 있습니다. • 극도로 보수적인 안전 기준: 수십만 번의 기동이 모두 실제 충돌 직전의 아찔한 위기였던 것은 아닙니다. 스페이스X의 자동화 시스템은 충돌 확률이 1000만 분의 3(3×10⁻⁷)에만 도달해도 선제적으로 회피 기동을 하도록 설정되어 있습니다. 이는 일반적인 우주 업계 표준(1만 분의 1)보다 300배 이상 엄격하고 보수적인 기준입니다. • 사람 손을 거치지 않는 자동화 체계: 수많은 위성이 하루 평균 1,100회 이상 궤도를 바꾸는 스케줄은 인간이 직접 관제할 수 없습니다. 스타링크는 자체적인 위치·궤도 예측 시스템을 통해 위험을 감지하고 AI와 자동화 프로그램을 통해 사람의 즉각적인 조작 없이 스스로 안전 거리를 확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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