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서 유래한 단어들

주인공, 현관, 방편까지 불교에서 온 단어?!

2026.05.03 | 조회 3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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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종교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5월이면 부처님오신날이 언젠지 확인하게 됩니다. 아마 저만 그런 건 아닐 거예요.

한반도에 불교가 들어온지가 1600년이 넘습니다. 어떤 종교를 믿느냐와 관계없이 한국의 문화에 가장 깊숙이 배어있는 종교는 아마도 불교겠지요. 그러다 보니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어휘들에도 불교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오늘은 불교에서 유래한 단어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 찰나(刹那): 순간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크샤나'의 음역입니다. 1/75초를 가리킨다고 굉장히 구체적인 정의도 있습니다.
  • 나락(奈落, 那落): 지옥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나라카'의 음역입니다. 나라카가 '나락가(那落迦)'로 옮겨진 뒤 나락(那落), 날락(捺落) 등으로 줄거나 고구(苦具), 불락(不樂), 지옥(地獄) 등으로 의역되기도 했습니다. 힌두교나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이슬람권에도 비슷한 어휘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 건달(乾達): '간다르바'의 음역 '건달바(乾闥婆)'에서 유래했습니다. 원래 간다르바는 인도 신화에서 신들의 술을 지키며 향만 먹고 음악을 연주하는 신성한 존재입니다. 불교에는 부처의 설법에 등장해 음악으로 찬탄하는 존재로 편입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원래는 천상의 음악가 같은 존재인데 '향만 먹고 음악만 한다'라는 비실용적 이미지 때문에 한국에 와서 일은 안 하고 빈둥대는 사람 정도로 격하되었습니다. 간다르바 입장에서는 굉장히 억울한 단어네요.
  • 아수라(阿修羅): 본래 산스크리트어에서 '아수라'는 신적 존재의 이름이었는데 시대에 따라 점차 신과 적대하는 존재의 이름으로 변해 갔습니다. 마치 셈족의 신 바알세불이 기독교 문화에서 마왕처럼 취급되는 것처럼요. 불교에서는 싸움과 분노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아수라장이라는 단어는 아수라들의 전쟁터에서 유래했습니다.
  • 아비규환(阿鼻叫喚): 불교에 나오는 두 지옥 '아비'와 '규환'의 합성어입니다. 아비는 산스크리트어 '아비치'(DJ 아비치도 여기서 이름을 따왔습니다)의 음역이고 규환은 울부짖는 지옥 '라우라바'의 의역입니다.
  • 단말마(斷末魔): 산스크리트어로 급소를 뜻하는 '마르만'이 '말마'가 되었습니다. '단' 자가 앞에 붙어서 단말마는 마르만을 끊었다는 뜻이 됩니다.
  • 불가사의(不可思議): 산스크리트어 '아친티야'의 한역입니다. '생각할 수 없는' 정도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화엄경, 법화경 등 다양한 불교 문헌에 등장합니다.
  • 무진장(無盡藏): 다함이 없는 창고라는 뜻입니다. 본래 부처의 덕이나 가르침이 한없다는 종교적 의미였습니다.
  • 방편(方便): 산스크리트 '우파야'의 한역으로, 중생을 깨달음으로 이끌기 위한 임시 수단이라는 뜻입니다. 원래는 부처가 듣는 사람의 수준에 맞춰 가르침을 달리한다는 개념입니다.
  • 다반사(茶飯事): '차 마시고 밥 먹는 일'이라는 뜻입니다. 선종에서는 일상생활이 곧 선(禪)이라는 사상이 있기 때문에 차 마시기, 밥 먹기 같은 일상 생활도 수행의 일부처럼 임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일본 선종을 통해 들어온 단어일 것이라는 해석이 있습니다.
  • 현관(玄關): 선종에서 '심오한(玄) 관문(關)'이라는 뜻으로 깨달음에 들어가는 입구를 가리키던 말이었습니다. 일본에서 사찰의 입구를 이런 좋은 의미를 담아 현관이라고 불렀고, 이것이 일반 가옥의 출입구까지 뜻하게 되었습니다. 매일 신발 벗고 드나들 때마다 깨달음을 얻어 보시길 바랍니다.
  • 늦깎이: 말 그대로 늦게 머리를 깎았다는 뜻입니다. 늦은 나이에 출가를 한 스님처럼, 늦은 나이에 무언가를 시작한 사람을 일컫는 말이 되었습니다.
  • 주인공(主人公): 선종 어록에 '외부에 흔들리지 않는 본래의 마음'이라는 의미로 등장하는 단어입니다. 그런데 메이지 시대 일본에서 protagonist의 번역어로 이 단어를 채택하면서 지금의 의미가 되었습니다.
  • 관념(觀念): 원래는 '마음을 가라앉혀 진리를 관조하고 사념한다'라는 뜻의 명상 수행어였습니다만,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메이지 시대 일본에서 idea의 번역어로 채택하며 현재의 의미가 정착하였습니다.

funfact.wiki를 소개합니다. 

funfact.wiki는 페퍼노트를 위키의 형태, 숏폼의 형태로 만든 새로운 웹사이트입니다. 그동안 페퍼노트를 재밌게 읽으셨던 분들이라면 좋아하실 펀팩트들을 300자 이내의 짧은 카드로 공유하는 위키 사이트입니다. funfact.wiki에서 새로운 재밌는 지식들을 많이 가져가시고 또 나눠주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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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고래애요의 프로필 이미지

    돌고래애요

    0
    약 4시간 전

    불교 유래 단어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처음 아는 것들도 많네요 잘 보고 갑니당

    ㄴ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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