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은 계산 실수 덕분? 단위계를 혼동하면 생기는 일들

수억 달러 탐사선이 간단한 실수로 인해 파괴된 사연, 나폴레옹의 키가 작다고 잘못 알려진 계기

2023.08.31 | 조회 6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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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노트

당신의 삶에 양념 같은 지식을! '그런 건 어떻게 알았어?' 할 때 '그런 것'들을 전해 드립니다.

구독자 님은 국제단위계를 안 써서 짜증나셨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현재 국제단위계를 쓰지 않고 있는 나라는 제가 알고 있기로 미국, 미얀마, 라이베리아 셋 뿐입니다(또 다른 예를 알고 계시다면 댓글로 알려 주세요.). 이 때문에 이 세 나라에서 나온 무언가를 다룰 때에는 단위가 헷갈리기 쉬운데요, 하필이면 영향력이 강한 미국이 껴 있어서 골치 아플 때가 있습니다. 도대체 1,760 야드가 1 마일이라는 정신 나간 단위를 아직까지 고집하는 이유가 뭔지 욕이 종종 나오곤 합니다.

미터법에서 물 1 mL는 부피가  1 cm³고, 질량이 1 g이며, 온도를 1 °C만큼 올리는 데 에너지 1 cal가 필요하다. 여기서 1 °C는 물의 어는점과 끓는점 간극의 1 %를 말한다. 동일한 질량(1 g)속에 들어있는 수소 원자의 양은 정확히 1 mol이다. 반면 미국 단위계에서, '상온의 물 1 gallon을 끓이기 위해서 에너지가 얼마나 많이 필요한가?'에 대한 정답은 '좆까'인데, 각각의 물리량들 사이에 직관적인 상관관계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조지 베이젤, <와일드 싱> 중

미국 스스로도 이 단위계 때문에 크게 손해를 본 경험이 있습니다. '화성 기후 궤도선'은 화성의 계절, 기후, 물과 이산화탄소의 존재 등을 확인하기 위해 제작된 탐사선입니다. 하지만 이 궤도선은 뭘 해보기도 전에 파괴되었습니다. 원인은 단위 혼동이었습니다. 록히드 마틴 사는 파운드/초 단위를 쓴 계산을 나사에 전달했고, 나사 직원들은 이 수치를 환산하지 않은 채 킬로그램/초 단위를 쓰는 프로그램에 넣었습니다. 이 때문에 엔진의 추력이 절반 이하로 떨어져 궤도선이 엉뚱한 궤도에 진입하는 바람에 화성 대기와의 마찰로 궤도선이 파괴되었습니다. 이 프로젝트에 들어간 돈이 당시 돈으로 3억 2760만 달러, 2021년 가치로 5억 1539만 달러(8월 31일 오늘 환율로 6820억 원)라고 합니다. 이 사고로 관련 팀은 모두 해고되었고 나사는 국제단위계 사용을 공식화합니다.

한편 단위계의 혼동 때문에 역사에 손 꼽히는 대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다름 아닌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륙 발견입니다.

당시 사람들은 지구가 평평하다 믿었고, 그렇기 때문에 먼 바다에 나가면 세상의 끝에 도달해 떨어져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콜럼버스만은 지구가 둥글다고 생각해서 항해를 시작할 수 있었다는 게 널리 알려진 생각입니다. 하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습니다. 당시 유럽인들에게도 지구가 둥글다는 건 상식이었습니다. 이미 고대 그리스 시절에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 뿐만 아니라 대략적인 지구의 둘레까지도 계산한 기록이 있습니다.

콜럼버스가 다른 사람과 달랐던 점은 틀린 계산을 믿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콜럼버스보다 1,700 년 앞서 에라토스테네스가 이미 지구의 둘레를 46,250 km로 계산했는데요(실제로는 40,009 km입니다), 콜럼버스는 이 값 대신 알프라가누스의 계산 결과를 사용합니다. 문제는 알프라가누스는 아랍 마일을 단위로 사용했고 콜럼버스가 이것을 로마 마일로 착각했다는 점입니다. 단위를 혼동한 탓에 콜럼버스는 실제로는 미국이 있을 거리 쯤에 일본과 인도가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콜럼버스의 계획을 사람들이 비웃었던 것은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몰라서가 아니라 지구의 크기를 터무니 없이 작게 계산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포르투갈, 잉글랜드, 제노바 정부 등은 이 엉터리 계산에 투자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후발 주자인 스페인 정부에서도 대신들은 투자에 반대했기 때문에 여왕이 사비까지 보태야 했습니다. 뱃사람들도 엉터리 계산에 목숨을 걸고 싶어하지 않았기 때문에 콜럼버스의 1차 항해에는 죄수들이 선원으로 많이 동원되었습니다.

사실은 망했어야 정상인 이 항해가 운 좋게도 그 자리에 아메리카 대륙이 있었던 덕분에 아메리카 대륙 발견이라는 업적으로 이어집니다. 물론 콜럼버스는 죽을 때까지 그곳이 새로 발견한 대륙이 아니라 인도라 우겼기 때문에 지구가 배 모양과 같이 생겼다고까지 주장하지만 말입니다.

콜럼버스의 새로운 지구 모델
콜럼버스의 새로운 지구 모델

나폴레옹의 키가 작다는 오해가 퍼진 이유 중 하나도 단위 환산 문제입니다. 나폴레옹이 스스로 "내 키는 땅에서 재면 가장 작지만 하늘에서 재면 가장 크다."라고 말하기까지 해서 흔히 나폴레옹의 키가 작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나폴레옹은 키가 큰 사람만 뽑는(군필자 분들은 헌병 등의 보직에서 키가 큰 병사만 뽑아 가는 것을 보셨을 겁니다) 척탄병들 사이에 있어서 키가 작아 보였을 뿐, 실제 키는 168 cm 정도로 당시 프랑스 남자 평균 키 164 cm보다 오히려 큽니다.

나폴레옹의 키 168 cm는 당시의 프랑스 단위로 나타냈을 때 5 피에 2 푸스입니다. 이 때 '피에'와 '푸스'는 각각 '피트', '인치'와 유래가 같은 단위입니다. 이 때문에 영국에서는 이 수치를 있는 그대로 5 피트 2 인치로 옮겨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두 단위계에 차이가 있어 5 피트 2 인치는 158 cm 정도의 단신이 되고 맙니다. 현재의 국제단위계는 나폴레옹이 처음 의무화한 것인데, 전통 단위계가 나폴레옹에게 복수를 남긴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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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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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빔일

    1
    8 months 전

    ㅋㅋ 마지막 문장이 잼있음

    ㄴ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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