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코믹스의 유명 히어로 헐크는 브루스 배너 박사가 감마폭탄 실험 중 사고로 인해 감마선에 노출 되면서 탄생합니다. 그 외에도 방사능 거미에 물려서 능력을 갖게 되는 스파이더맨이라든지, 지하 하수도에 흘러 들어온 방사성 물질 때문에 돌연변이를 일으켜 능력을 갖게 되는 닌자 거북이라든지, 방사능에 의해 특별한 능력을 갖고 영웅이 되는 설정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방사능은 결코 슈퍼 영양제 같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특별한 능력이 생기기 보다는 건강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흔하게 먹는 과일 '자몽'이 마치 헐크처럼 감마선에 노출되면서 붉은 빛을 띠게 되었다는 것, 알고 계셨나요?
자몽이 처음 재배 될 무렵 자몽에게 붙었던 별명은 '금단의 과일'이었습니다. 자몽은 이렇게 시작부터 심상치 않은 별명을 타고 태어났습니다.
대항해시대, 유럽인들은 '포멜로'라는 과일을 들여옵니다. 포멜로는 귤속에 속하는 과일입니다. 남귤북지라는 사자성어를 아시나요? 남쪽에선 귤로 자라는 것이 북쪽에선 탱자로 자란다는 것인데요, 그만큼 귤과 그 친구들은 이런 저런 모양으로 잘 자라나고, 또 자기들끼리 교잡종도 쉽게 쉽게 생겨나곤 합니다. 한라봉, 천혜향 등등 우리에게 익숙한 귤속의 교잡종이 많습니다. 포멜로도 이렇게 쉽게 다른 귤속 과일들과 교잡종을 만들어내는데요, 그 중엔 감귤과의 교잡종인 오렌지도 있습니다.
유럽인들이 배에 포멜로를 배에 싣고 바다를 건너 돌아오다 보면, 예상했던 포멜로가 아닌 이상한 과일이 종종 나무에 열리곤 했습니다. 이 때문에 '금단의 과일'이라는 멋진 별명이 생겨났는데, 이것이 지금의 자몽입니다. 자몽은 포멜로와 오렌지의 교잡종입니다.
그런데 이 때의 자몽은 지금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붉은빛이 아니었습니다. 20세기 초만 해도 자몽은 분홍빛에 지금보다 단맛도 적은 과일이었습니다. 자몽이 지금처럼 붉고 달게 된 것은 1950년대의 일입니다.
1950년대, 미국에서는 '평화의 원자'라는 프로젝트가 실행됩니다. 전시가 아니어도 원자력을 좋은 곳에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는 프로젝트였습니다. 이 때 진행된 일 중 하나가 Atomic Gardening(원자 정원이라고 번역하려니 조금 어색한 것도 같네요)입니다. 정원 한가운데에 감마선을 내뿜는 방사성 물질을 놓고 그 주변에 동심원을 그리며 식물들을 배치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하면 중심에 가까운 식물들은 방사능 피폭으로 이내 죽었고, 멀리 떨어져 있는 식물들은 별 영향을 받지 않았습니다. 그 중간에 있는 식물들은 다양한 돌연변이를 겪었습니다. 이 때 생겨난 것이 바로 지금의 붉은색 자몽입니다. 현재 유통되고 있는 붉은빛의 자몽은 대부분 이 감마선 맞은 자몽의 후손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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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세상에 상상도 못할 탄생비화군요 지식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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