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3개, 물고기는 4개, 나비는 6개, 갯가재는 16개인 것

우리가 색깔을 느끼는 방법에 대하여

2023.11.02 | 조회 3.36K |
0
|

빨간색, 초록색, 파란색 빛만 있으면 그 빛을 조합하여 온갖 빛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 세 색을 그래서 빛의 삼원색이라고 합니다. 저는 이것을 처음 배웠을 때 참 신기했습니다. 세 가지 냄새를 조합한다고 세상 모든 냄새를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세 가지 촉감을 조합한다고 세상 모든 촉감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은데, 빛은 그렇게 된다는 게 특이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모든 색이 삼원색의 조합으로 표현이 되는지 알게 된 것은 한참 나중의 일이었습니다. 인간이 빛을 감지하는 데에는 막대세포와 원뿔세포가 쓰입니다. 막대세포는 밝기를 감지하고 원뿔세포는 색상을 감지합니다. 그런데 이 원뿔세포에는 세 종류가 있어서 각각 빨간색, 초록색, 파란색에 반응합니다. 눈에 들어온 빛에 이 세 종류의 원뿔세포가 각각 얼마나 반응하느냐에 따라 인간은 색을 인지합니다. 즉 어떤 물체가 어떤 파장의 빛을 내느냐는 그 물체 고유의 특성일지라도, 그 파장의 빛이 어떤 색으로 보이느냐(심지어는 보이느냐, 보이지 않느냐)는 관찰자의 원뿔세포 나름입니다. 대부분의 인간이 세 종류의 원뿔세포로 색을 구분하기 때문에 우리는 삼원색만 있으면 모든 색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두 종류의 원뿔세포로만 색을 구분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우리는 이런 사람을 색맹이라 부릅니다.) 이원색이면 충분합니다. 

그런데 인간처럼 3색각을 갖는 생물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척추동물들에게 디폴트는 4색각입니다. 어류에서 갈라져 나오기 이전에 이미 4색각을 갖췄기 때문에 어류, 파충류, 조류들은 빨간색, 초록색, 파란색 뿐만 아니라 인간 눈에는 안 보이는 자외선까지 감지합니다. 그런데 포유류는 이들과 다릅니다. 포유류도 4색각을 갖고 시작했었으나 중생대동안 자외선과 빨간색을 감지하는 능력을 잃었습니다. 공룡들이 설치는 동안 포유류는 야행성으로 숨어들다 보니 색을 자세히 구분하는 능력이 별로 중요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신생대에 들어서 포유류의 전성기가 시작됩니다. 이 때 영장류는 나무 위에서 생활하면서 나무열매를 즐겨 먹었습니다. 어느 날 이들 중 빨간색과 초록색을 구분할 수 있는 돌연변이가 탄생하는데, 이 돌연변이는 나무열매를 찾는 데 압도적인 유리함을 가졌습니다. 이 돌연변이가 흥해서, 적록색맹인 다른 포유류들과 달리 영장류만큼은 3색각이 대세가 됩니다. 이 세번째 원뿔세포는 기존에 퇴화한 원뿔세포가 회복된 것이 아니라, 새로운 돌연변이로 인해 생겨난 것입니다.

이미지 우측에 적록색맹이 느끼는 색상을 입혀서 적록색맹이 아닌 사람이 적록색맹의 시선을 느낄 수 있게 만든 이미지입니다. 나무 위에서 열매를 찾을 때 초록색과 빨간색을 구분하는 게 얼마나 강력한 무기가 되는지 보여줍니다.
이미지 우측에 적록색맹이 느끼는 색상을 입혀서 적록색맹이 아닌 사람이 적록색맹의 시선을 느낄 수 있게 만든 이미지입니다. 나무 위에서 열매를 찾을 때 초록색과 빨간색을 구분하는 게 얼마나 강력한 무기가 되는지 보여줍니다.

여전히 나무 위에서 생활하고 있는 영장류들에게 적록색맹은 치명적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이제 더 이상 나무 위에서 나무열매를 먹으며 생활하지는 않습니다. 적록색맹이라면 살아가는 데 불편함은 있겠지만 원숭이처럼 생존에 큰 지장이 생길 정도는 아닙니다. 이 때문에 다른 영장류에 비하면 인간은 색맹이 많은 편입니다.

다시금 정리하면 어류, 파충류, 조류는 대개 4색각을, 포유류는 대개 2색각을, 그 중 영장류는 대개 3색각을 갖고 있고 인간도 대부분 3색각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인간이 3색각을 갖는 것은 아닙니다. 3색각을 다 갖추지 않은 색맹들도 다수 존재하고 반대로 4색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어떤 의미로는 초능력자입니다.) 드물게 존재한다고 합니다.

무척추동물로 눈을 돌려 보면 4색각은 우스워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나비는 6색각을 가지고 있고, 그 중 청띠제비나비는 15색각을 갖고 있습니다. 가장 많은 색각을 갖고 있는 갯가재는 16색각을 갖고 있다고 하니 세상이 얼마나 화려하게 보일지 상상하기도 힘듭니다.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페퍼노트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다른 뉴스레터

우주의 냄새

우주의 냄새는 총을 쏘고 난 뒤 나는 냄새?!. 우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오류로, 우주 공간에서 소리가 나는 상황이 있습니다. 소리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매질이 필요한데 우주 공간에는 매질이 될 만한 물질이

2024.02.15·조회 2.25K·댓글 1

인간과 침팬지를 교배하려 했던 과학자

윤리적 논란을 일으킨 '휴먼지(Humanzee)' 프로젝트. 현생 인류가 네안데르탈인과 혼혈이라는 얘기를 전해 드린 적이 있는데요, 수만 년 전이 아니라 고작 100년 전에, 현생 인류의 새로운 교배종을 만들려는 시도가 있었습니다. 소련의

2024.07.20·조회 5.74K

불로장생의 능력 때문에 결국 죽고 마는 바닷가재

무공을 익혀도 불로불사할 수 없는 이유. 무협 작품들 속에서 노인들은 결코 약하지 않습니다. 무공은 시간을 들일 수록 깊어지는 데다 신체의 노화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다는 설정 때문입니다. 오히려 늙을 수록 더 강하게

2024.05.04·조회 2.88K

대칭만이 아름답다는 편견을 버리면 보이는 비행기 디자인

경사익기의 기상천외한 디자인을 알아봅니다. 우리 문명엔 자연에서 힌트를 얻어 만들어낸 기술이 많습니다. 인류가 풀어야 했던 많은 공학적 과제들에 대해 이미 자연은 이미 멋진 답을 갖고 있었던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비

2024.06.09·조회 2.53K·댓글 1

포유류는 왜 젖이 나올까요

알의 수분을 유지하기 위한 다양한 동물들의 고군분투기. 개구리알은 마치 젤리처럼 말랑말랑하고 투명합니다. 제가 초등학생일 때에는 이런 모습을 본딴 장난감도 있었는데, 지금도 나오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반면 우리가 식탁에서 자주 보는 달

2024.11.09·조회 1.6K

도핑 논란 걱정 없는 확실한 부스터, 베이킹 소다

그 흔한 베이킹 소다가 최근 가장 핫한 도핑이 된 사연. 집에 베이킹 소다 갖고 계신가요? 많이들 갖고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베이킹 소다는 이름 그대로 베이킹을 위해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청소용으로도 많이 쓰입니다. 그런데 베이킹 소

2024.10.25·조회 3.81K·댓글 1
© 2026 페퍼노트

당신의 삶에 양념 같은 지식을! '그런 건 어떻게 알았어?' 할 때 '그런 것'들을 전해 드립니다.

뉴스레터 문의pppr.note@gmail.com

메일리 로고

도움말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채팅으로 문의하기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특별시 송파구 위례광장로 199, 5층 501-8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