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옥수수를 좋아합니다. 어릴적엔 옥수수를 다 먹고서는 남은 옥수수대를 쪽쪽 빨아서 즙까지 먹어버리곤 했습니다. 어제는 영화관을 가는 김에 저녁을 팝콘으로 때우려다 애인에게 혼이 났습니다.
저처럼 옥수수를 좋아하는 사람이 이 시대를 살고 있는 게 정말 다행인 점은, 천 년 가량만 거슬러 올라가도 지구에서 먹을 만한 옥수수를 찾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옥수수의 조상은 '테오신테'라고 불리는 식물입니다. 테오신테는 강아지풀 같은 느낌이라 거의 먹을 게 없습니다(참고로 강아지풀도 인간이 작물화해서 '조'가 됩니다.). 현대의 옥수수 한 알이 과거의 테오신테 한 개보다 영양가가 높을 정도입니다. 이런 테오신테로부터 돌연변이가 일어나고, 그나마 먹을 만한 녀석만 골라 교배시키는 과정을 반복하며 수백 년 만에 지금의 옥수수와 같은 형태가 되었습니다.
비슷한 예시를 복숭아에서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복숭아는 인간이 개량하기 전에는 길이가 25밀리미터 정도에 과육 대 씨의 비율이 3대2 정도였다고 합니다. 사실상 과육 좀 붙어 있는 아몬드 정도였던 셈입니다(복숭아와 아몬드는 매우 가까운 종입니다. 복숭아 씨를 잘 보면 아몬드가 떠오르시나요?)
어떻게든 먹어 보려는 인간의 의지는 참으로 대단합니다. 여러분의 식탁에 올라오는 식재료 중 선조들의 혼이 담긴 선택교배가 안 일어난 종은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오늘도 맛있는 식사하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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