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에 외계인이 왔다면?

조선왕조실록에 남은 외계인, UFO 이야기

2024.08.18 | 조회 1.02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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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노트

당신의 삶에 양념 같은 지식을! '그런 건 어떻게 알았어?' 할 때 '그런 것'들을 전해 드립니다.

배경과 장르를 독특하게 조합하면 재밌는 작품이 탄생할 때가 있습니다. 조선을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는 좀비물을 시도한 '킹덤', 사이버펑크를 조합해 본 '산나비', 페퍼노트에서 소개한 적이 있는 웨슬리 스나입스를 모델로 한 홍길동전 '은탄' 등의 작품이 떠오릅니다. 그런데 '조선왕조실록'에 마치 이런 작품을 기다리기라도 하는 듯, 외계인을 연상시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1470년도에 해당하는 성종실록의 기록에 따르면, 백정 박석로라는 인물이 "보성군 부잣집에 귀신이 있는데 사람 모습을 했지만 키가 한 길(2.4 m 또는 3 m)이 넘고 몽두(죄인의 얼굴을 싸서 가리는 물건)만 쓰고 하늘로부터 내려왔다고 한다"라는 말을 퍼뜨렸다고 합니다. "그 부잣집 사람이 밥을 먹을 때마다 한 말의 쌀로 밥을 지어 먹였더니 귀신이 말하기를 '나의 아우도 곧 내려오는데 오면 큰 풍년이 들 것이다'라고 말했다"라는 부연 설명이 있습니다. 하늘로부터 내려왔다는 점과 얼굴에만 무언가를 쓰고 있었다는 점, 키가 비정상적으로 크다는 점에서 외계인이 아닐까 상상케 만드는 기록입니다. 외계인이 나타나도 일단 밥은 푸짐하게 먹이는 게 참 조선 사람들답습니다.

그래서 이 외계인에 대한 조선의 국가적인 조사가 있었을까요? 아닙니다. 괴력난신으로 대중을 꾀는 행위에는 얄짤 없었던 조선은 박석로가 요사스러운 말로 사람들을 현혹한다 하여 장 100 대를 치고 유배를 보냈습니다.

1609년도에 해당하는 광해군일기에는 꼭 UFO처럼 들리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간성군(杆城郡)에서 8월 25일 사시 푸른 하늘에 쨍쨍하게 태양이 비치었고 사방에는 한 점의 구름도 없었는데, 우레 소리가 나면서 북쪽에서 남쪽으로 향해 갈 즈음에 사람들이 모두 우러러 보니, 푸른 하늘에서 연기처럼 생긴 것이 두 곳에서 조금씩 나왔습니다. 형체는 햇무리와 같았고 움직이다가 한참 만에 멈추었으며, 우레 소리가 마치 북소리처럼 났습니다.

광해군일기[정초본] 20권, 광해 1년 9월 25일 계묘 3번째기사 중

이 기록은 앞서 소개 드린 것과 다르게 어중이떠중이가 퍼뜨린 유언비어가 아니라 강원 감사가 보고를 올린 내용으로 강원도 일대에서 집중적으로 관측된 현상으로 보입니다. 직접 인용한 간성군 외에도 원주목, 강릉부, 춘천부 등에서도 비슷한 관측이 이뤄졌습니다. 현대의 학자들은 아무래도 대낮에 유성이 폭발한 것을 강원도 곳곳에서 관측한 것이 아닌가 추측하고 있습니다.

다만 양양부에서의 관측은 조금 특이합니다.

양양부(襄陽府)에서는 8월 25일 미시(未時)에 품관(品官)인 김문위(金文緯)의 집 뜰 가운데 처마 아래의 땅 위에서 갑자기 세숫대야처럼 생긴 둥글고 빛나는 것이 나타나, 처음에는 땅에 내릴듯 하더니 곧 1장 정도 굽어 올라갔는데, 마치 어떤 기운이 공중에 뜨는 것 같았습니다. 크기는 한 아름 정도이고 길이는 베 반 필(匹) 정도였는데, 동쪽은 백색이고 중앙은 푸르게 빛났으며 서쪽은 적색이었습니다. 쳐다보니, 마치 무지개처럼 둥그렇게 도는데, 모습은 깃발을 만 것 같았습니다. 반쯤 공중에 올라가더니 온통 적색이 되었는데, 위의 머리는 뾰족하고 아래 뿌리쪽은 짜른 듯하였습니다. 곧바로 하늘 한가운데서 약간 북쪽으로 올라가더니 흰 구름으로 변하여 선명하고 보기 좋았습니다. 이어 하늘에 붙은 것처럼 날아 움직여 하늘에 부딪칠 듯 끼어들면서 마치 기운을 토해내는 듯하였는데, 갑자기 또 가운데가 끊어져 두 조각이 되더니, 한 조각은 동남쪽을 향해 1장 정도 가다가 연기처럼 사라졌고, 한 조각은 본래의 곳에 떠 있었는데 형체는 마치 베로 만든 방석과 같았습니다. 조금 뒤에 우레 소리가 몇 번 나더니, 끝내는 돌이 구르고 북을 치는 것 같은 소리가 그 속에서 나다가 한참만에 그쳤습니다.

광해군일기[정초본] 20권, 광해 1년 9월 25일 계묘 3번째기사 중

비행접시 형태의, 전형적인 우리가 생각하는 UFO의 모습입니다. 이 관측이 믿을 만한지, 이것이 정말 비행접시일지 등에 대한 해석과 상상은 여러분 각각에게 맡기겠습니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박지은 작가도 바로 이 기록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데, 여러분께도 어떤 재미난 영감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더 알아보기

성종실록 7권, 성종 1년 8월 3일 무신 4번째기사
광해군일기[정초본] 20권, 광해 1년 9월 25일 계묘 3번째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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