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침번 서다가 졸면 생기는 일

힐 페레스, 1593년 순간이동된 군인의 전설

2023.08.06 | 조회 76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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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노트

당신의 삶에 양념 같은 지식을! '그런 건 어떻게 알았어?' 할 때 '그런 것'들을 전해 드립니다.

최근 드라마 'D.P.'의 새로운 시즌이 공개됐습니다. 원작인 'D.P 개의 날'과 드라마의 지난 시즌에는 잠을 못 자게 해서 탈영한 탈영병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오늘은 도저히 졸음을 참을 수 없었던 병사에게 일어난 다소 믿기 어려운 전설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이 일이 일어났다는 해는 1593년, 그리고 이 일이 최초로 기록된 것은, 제가 찾아보기로는 1698년 출판된 책입니다. 약 100년의 차이가 있으니 믿을 수 있는지는 각자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1593년 10월, 스페인의 필리핀 총독 고메스 페레스 다스마리냐스가 해적들에게 암살됩니다. 다음 날 경비병들은 새로운 총독이 오기를 기다리며 관저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나중의 기록에 따르면 힐 페레스라는 이름을 가진 병사도 그 경비병들 중 하나였습니다. 피로했는지 이 병사는 벽에 기대어 잠시 졸고 맙니다.

총독이 암살된 마당에 근무 중 잠들다니 여간 깡이 좋은 게 아닌 듯 합니다. 페레스 스스로도 정신을 차려야겠다 생각했는지 얼른 눈을 뜨는데요, 눈을 떴을 때 앞에 보였던 것은 중대장의 얼굴도(이것도 나름대로 전설적이었겠네요), 마닐라의 고요한 밤도 아니었습니다. 그는 느닷없이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멕시코 시티의 마요르 광장에서 눈을 뜹니다.

멕시코의 사람들은 이 수상쩍은 병사의 정체를 궁금해 했습니다. 그리고 이 병사는 총독의 암살을 비롯해 필리핀의 사정에 대해 상세하게 대답합니다. 아직 총독이 암살된 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에 멕시코에는 총독의 암살 소식이 전해지기 전이었습니다. 따라서 그의 말들이 사실로 밝혀지려면 시간이 더 필요했습니다. 그 기간동안 당연하게도 그는 탈영병으로 기소됩니다. 그리고 시대가 시대인 만큼, 악마의 종이라는 비난과 함께 감옥에 갇힙니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페레스는 상황을 받아들이고 협조합니다.

그리고 몇 달 뒤, 필리핀으로부터 갤리온 선이 멕시코에 도착합니다. 승객들은 총독의 암살이 사실임을 밝혀줍니다. 또 한 승객은 총독 사망 다음 날 이 군인을 필리핀에서 보았다며 증언합니다. 그는 결국 감옥에서 풀려나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꾸벅꾸벅 졸 때면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멕시코 시티에서 눈을 뜰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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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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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tperson

    0
    about 1 year 전

    졸았다고 신이 벌을 내린걸까요 🤔

    ㄴ 답글 (1)
  • ㅇㅇ

    0
    about 1 year 전

    아니 뭐야 뭔데요 진짜 있었던 일임?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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