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길동' 밈을 아시나요? '인어공주' 등의 영화에서 본래 흑인이 아닌 배역에 흑인 배우가 캐스팅 되는 것에 대해 비판 의견이 일던 중, 한 네티즌이 한국으로 치면 홍길동전 주인공을 웨슬리 스나입스가 하는 셈인데 그것이 괜찮겠느냐고 따지려다 오히려 굉장히 재밌을 것 같다는 걸 깨달았고 많은 네티즌들이 동조하며 밈이 되었습니다. 이후 김규삼 작가가 흑길동을 보고 싶은데 아무도 안 만들어줘서 자신이 직접 그리기로 했다며 흑인 홍길동을 주인공으로 요괴와 뱀파이어가 나오는 조선 배경의 만화 '은탄'을 네이버웹툰에 연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동아시아의 역사에서 간혹 흑인이 등장한 경우가 있습니다.
일본 역사 상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하나인 오다 노부나가에게는 흑인 가신이 있었습니다. 이탈리아 선교사가 데리고 있던 노예로, 모잠비크 출신으로 추정됩니다. 노부나가는 처음에 피부가 검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가 몸에 무언가를 칠하고 있다고 생각해 그를 씻기도록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내 흑인의 존재를 이해하고 흥미를 느껴 선교사에게 그를 요청합니다. 노부나가는 그에게 '야스케'라는 이름을 주었고, 야스케는 2년 만에 일본어와 일본 문화를 익혔습니다. 이에 노부나가는 그를 짐꾼으로 쓰기에는 아깝다 여겨 사무라이 칭호를 내립니다. 이후 몇몇 전투에 참가한 기록들도 남아 있습니다.
임진왜란에도 모잠비크 출신 흑인들이 활약한 기록이 있습니다. 당시 포르투갈은 모잠비크에서 노예를 수급했는데, 이들은 포르투갈에서 명나라로 팔려 갔고, 명군 소속으로 임진왜란에서 활약하다가 조선 선조에게 바쳐졌습니다. 이들은 잠수하여 일본군의 배에 구멍을 내는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중국에는 이미 옛날부터 흑인 노예가 흔했습니다. 이들을 곤륜노(崑崙奴)라고 부릅니다. 곤륜노 중 한 명은 황제의 어머니, 황태후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동진의 간문제는 아들이 없어 걱정이 많았습니다. 이 때문에 점쟁이, 도사, 관상가들로부터 조언을 구합니다. 관상가에게 첩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보여주지만 관상가는 고개를 젓습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간문제는 관상가에게 여종들까지도 하나하나 보여 주는데, 관상가는 곤륜노 이능용의 얼굴을 보고서야 비로소 "이 사람입니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능용은 간문제와의 사이에서 아들 둘과 딸 하나를 낳습니다. 그리고 훗날 아들 사마요가 황제에 오르면서 이능용은 황태후가 됩니다.
다만 이능용이 아프리카계 흑인이었는지는 분명치 않습니다. 지난 번 호주와 뉴질랜드, 알고 보면 가깝지 않아요 메일에서 언급한 오스트랄로이드일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아프리카 계 흑인들 만큼이나 말레이 계, 남인도 계 흑인들도 당시 중국에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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