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작은 메이저리거, 에디 개델

109cm의 출루율 100% 타자 이야기

2024.06.16 | 조회 1.8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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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경기를 보다가 엉뚱한 상상을 해보신 적 있나요? 축구 골대 앞에 11명이 다 서 있으면 최소한 비길 수는 있는 거 아닐까, 라켓을 양손에 들고 탁구를 하면 전부 포핸드로 받을 수 있는 거 아닐까, 하는 상상들 말입니다. 야구에서는 그렇게 상상으로나 해볼 법한 전략을 메이저리그에서 도입했던 역사가 있습니다.

야구 규정에서 스트라이크 존은 타자의 몸을 바탕으로 정해집니다. 스트라이크 존의 상한선은 타자 유니폼의 어깨 윗부분과 바지 윗부분의 중간, 쉽게 말해 명치 쯤을 지나는 수평선입니다. 스트라이크 존의 하한선은 타자 무릎 아래를 지나는 수평선입니다. 따라서 타자의 키가 클 수록 스트라이크 존도 넓어지고, 작을 수록 스트라이크 존도 작아집니다.

그렇다면 타자의 키가 극단적으로 작을 경우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게 몹시 어려워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볼 수 있습니다. 영화 '월터 미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원작 소설을 쓴 작가 제임스 서버는 그의 단편 'You Could Look It Up'에서 이런 아이디어를 쓴 바 있습니다. 그런데 소설을 넘어서 세인트루이스 브라운스의 구단주 빌 비크도 이런 발상을 했습니다. 그는 서커스 일을 하던 신장 109cm의 에디 개델과 계약합니다.

타석에 들어선 에디 개델
타석에 들어선 에디 개델

1951년 8월 19일,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의 경기 1회 말, 에디 개델은 1/8이라는 등번호를 달고(정말 악마적이지 않습니까?) 1번 타자 프랭크 소시에의 대타로 나와 메이저리그 경기에 입성합니다. 그의 계약은 이틀 전인 8월 17일 금요일 저녁에야 리그에 제출됐기 때문에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는 그런 선수가 있다는 걸 알기 어려웠습니다. 심지어 같은 팀 선수들조차 에디 개델이 정말로 게임을 뛸 거라곤 생각지 못했습니다.

빌 비크의 작전은 스트라이크 존이 극단적으로 작은 에디 개델을 볼넷으로 출루시키는 것이었습니다. 빌 비크는 에디 개델에게 웅크리는 타격 자세를 취하게 했고, 스트라이크 존은 더욱 작아져 높이가 겨우 1.5인치(약 3.8cm)에 불과했습니다. 빌 비크는 에디 개델에게 배트를 어깨에서 떼지 말라고 단단히 일렀음에도 그가 스윙하고 싶은 욕구를 참지 못할까봐 걱정했습니다(You Could Look It Up에서도 왜소증 선수가 3-0의 볼 카운트에서 결국 참지 못하고 스윙을 해 땅볼 아웃 됩니다.). 빌 비키는 에디 개델이 절대 스윙할 수 없도록, 100만 불 짜리 생명 보험에 들어 놓았으며 경기장 꼭대기에서 소총을 들고 경기를 지켜 보고 있겠다고 협박했습니다(정말 악마가 따로 없습니다.).

이런 우려 속에서 에디 개델은 침착하게 공 네 개를 흘려 보냈고, 볼넷으로 출루하는 데 성공합니다. 출루하자마자 그는 대주자 짐 델싱과 교체됩니다. 경기는 이러고도 6-2로 패배했습니다.

에디 개델의 유니폼
에디 개델의 유니폼

경기가 끝난 후 아메리칸 리그 회장 윌 해리지는 빌 비크가 야구를 조롱했다며 에디 개델의 계약을 무효화합니다. 이에 대해 빌 비크는 키가 168cm인 아메리칸 리그 MVP 필 리주토도 키가 작은 야구 선수인지 키가 큰 난쟁이인지 공식 판결을 요청하겠다며 항의했습니다(아무래도 악마가 맞는 것 같습니다.).

리그는 그의 기록마저도 처음에는 삭제해 버렸으나, 후에 다시 인정되어 그는 10할의 출루율을 가진 선수로 영원히 남게 되었습니다. 에디 개델은 1961년 사망하였습니다. 그의 장례식에는 그를 상대했던 투수 밥 케인이, 그 날의 만남 외에 어떤 친분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메이저리거 중 유일하게 참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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