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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umanités의 세 가지 원칙

살롱 드 PH

따로 또 같이: 구루미 세대의 느슨한 연대와 현존의 미학

-마페졸리(Maffesoli)의 신부족주의(néo-tribalisme)를 중심으로

2026.03.12 | 조회 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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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e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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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umanites Line

피쥐마니테 - 인문,예술 기반 입시 연구소

 

 

캠스원 모집(베이직) > 💙 저녁 3h 채우기 (-) -마감

phumanite 새싹 🌱 1:1 채팅 2026.03.09. 12:41 조회 69

 

- 방법

                                         1. 월-토 저녁 (18:00~23:00 사이 3h 채우기)

2. 출석시간 상관 x

- 예치금: 5000 (한달 이상 참여 후 퇴장 시 반환)

- 벌금: 30분 마다 500

- 화각 설정: 손 한 쪽은 무조건 나와야 합니다.

- 매월 마지막 날 1/n

- 휴무: 1 (당일사용 가능)

같이 공부하실 분 챗 주세요!

 

 

여러분은 캠스원을 알고 있나요? (, 나만 모르지..)

 

(Cam): 화상 카메라(Webcam)

스터디(Study): 공부 모임

(): 인원을 뜻하는 한자 구성원' ''

 

, 같은 화상 회의 방(zoom, 구루미 등)에 접속하여 각자의 공부하는 모습을

중계하며 함께 공부하는 동료를 의미합니다. 책상에 카메라를 고정하고, 몇 시간의

공부 과정을 찍어 수십 초로 압축해 올린 영상들. 네이버나 유튜브에서 '열공 타임랩스'

검색하면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대화? 없습니다. 협력? 그게 뭐죠? 캠스원들은 화상 카메라를

켜고 낯선 사람들과 한 화면 안에서 따로 또 같이그야말로 열공을 합니다.

조회수는 수십만이 훌쩍 넘고, 그 아래로 "오늘 이 영상 틀어놓고 같이 공부했어요"라는

댓글이 길게 늘어섭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좀 이상하지 않나요? 입시, 시험, 공부는

본질적으로 개개인의 고독한 싸움입니다. 상대평가라는 굴레안에서 내가 올라가려면

누군가는 내려가야 하니까요. 그렇다면 이 비정한 각자도생의 정글에서 이들은 왜 굳이

타인의 존재를 필요로 할까요?

 

40년 전의 예언이 2026년의 현실이 되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미셸 마페졸리(Michel Maffesoli)는 서구 지성사가 합리주의와

개인주의의 정점에 있다고 자부하던 시절, 누구보다 앞서 그 붕괴를 예견합니다.

그는 『부족의 시대(Le Temps des tribus, 1988)』에서 근대가 구축한 '개인(Individual)'

개념은 해체되고, 사람들은 다시 부족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때 부족은

혈연이나 지연이 아니라 공유된 감성과 취향으로 결속한다는 것으로, 마페졸리는 이를

신부족주의(néo-tribalisme) 라 불렀습니다.

그에 따르면, 근대적 사회성은 이성적인 계약을 토대로 한 추상적 연대입니다. 가령, 동창회,

노동조합, 학연·지연·혈연처럼 목적과 이해관계가 같기 때문에 맺는 결속을 말합니다.

반면 마페졸리의 새로운 사회성(socialité)은 감성, 취향, 미적 공명에 기반합니다.

신부족은 고정된 정체성이 아니라 유동적 소속감, 목적이 아니라 감성적 공명, 계약이 아니라

현존의 공유로 결속합니다. 다음은 어느 공시생의 타임랩스 인증 블로그 글입니다.

 

지금 같이 하고 있는 캠스원분들이 다들 좋아서 다행이다. 애초에 캠스원들이 좋고 나쁨을 따지는 것은 아니지만 모집과정 중 받은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 그저 너무 좋은 분들이라 생각할 뿐.. 정말 블로그 이웃조차 아닌 분들이시고 ㅋㅋㅋㅋㅋㅋㅋㅋ 댓글 하나로 맺어진 인연이지만,,,,,, 그저 열심히 해주셔서 감사할 따름 (심지어 아직도 대부분 서로서로 이웃추가 조차도 안 돼 있음.) ㅋㅋㅋㅋㅋㅋㅋㅋ 공부 열심히 하게 하는 내 원동력 (친목없이 굴러가고 있어요 ^=^) 내적친밀감 가진 상태로 공부하는 중 ! 마감기록 제외 채팅창에 채팅칠 일 없는 ! 조용한 캠스터디 새벽 메이트분이 있어서 그저 늦잠 안 자려고 아등바등하는 정도의 친밀감.. 💖

무튼,,, 다덜,,, 열심히 공부해서 꼭 합격!!! 하자요 26년에 합격 간다 아자아자

 

40년 전에 쓰인 마페졸리의 이론이, 초연결 사회이자 파편화된 개인의 시대인 지금을

읽어낼 수 있는, 꽤나 적확한 방법론이라는 사실이 무척 흥미롭네요. , 그럼 신부족주의의

네 가지 핵심 개념으로 구루미와 타임랩스 현상을 살펴보겠습니다.

 

비목적적 공존함께 있음 자체가 목적이다

마페졸리는 신부족의 연대가 어떤 이익이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목적 없이 함께 있음자체에서 나온다고 보았습니다. 구루미가 정확히 이 지점에 닿아 있습니다.

사용자들은 서로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같은 과목을 공부하지도 않습니다.

누군가는 미적분을 풀고, 누군가는 영어 단어를 외웁니다. 그럼에도 같은 화면 안에 있다는

감각만으로 혼자 공부할 때와는 다른 집중력이 생깁니다. 그렇다면 캠스터디는 결국 학습 자극과

동기 부여의 필요성 때문인 걸까요? 글쎄요.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이것을 단순한 심리학적

효과로만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죠.

신부족주의의 관점에서 구루미는 감성적 공간(espace émotionnel)의 공유입니다.

참여자들은 같은 물리적 공간에 없지만 같은 감성적 장(champ) 안에 있습니다.

먼 옛날 원시 부족이 모닥불 주위에 모여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른 것은 어떤 실질적인 이득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 행위 자체가 에너지를 생산하고 공동체를 재확인하는 과정이었기

때문입니다. 구루미의 공동 학습은 모닥불이 화면으로 바뀌었을 뿐, 함께 있음 자체가

목적이라는 본질은 동일합니다.

 

감성적 연대고통의 질감을 나누는 것

신부족의 결속은 이성이 아니라 감성에 기반합니다. 공유된 감정, 특히 고통과 몰입의 감각이

부족을 하나로 결속시킵니다. 마페졸리는 니체(Friedrich Nietzsche)로부터 두 가지 신화적

대립 이항을 차용합니다. 이성과 질서, 개인의 원리를 상징하는 아폴론적(Apollonian)’ 세계관과,

황홀경과 공동체, 감성을 상징하는 디오니소스적(Dionysian)’ 충동의 대립입니다.

원래 디오니소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포도주와 황홀경, 집단적 열기의 신입니다. 사람들은

디오니소스 축제에서 개인적 자아를 잠시 내려놓고 집단적 도취에 빠져듭니다. 마페졸리는

근대라는 아폴론적 문명에 디오니소스적 충동이 부활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열공 타임랩스는 이 디오니소스적 의례의 일종의 디지털 버전이 되겠네요. 업로더는 공부의

결과물(점수, 등급)이 아니라 공부하는 과정, 즉 고통과 몰입의 시간 자체를 전시합니다.

"나 이만큼 공부했어"가 아니라 "나도 이 인내의 시공간 안에 존재한다"는 감성적 신호입니다.

이들은 타인의 공부하는 손에서 고통의 질감을 나누고 그 안에서 묘한 안도감을 얻습니다.

 

근접성 없는 근접성거리 없는 감성적 밀착

마페졸리는 신부족이 물리적 거리와 무관하게 감성적 공간을 공유한다고 보았습니다.

전통적 공동체에서 가까움이란 물리적 거리의 문제였습니다. 같은 마을, 같은 골목,

같은 식탁이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신부족의 근접성은 감성적 공명의 문제입니다.

같은 주파수 안에 있다는 감각이 중요해지는 것이죠.

 

구루미 사용자들은 서로 이름도 모르고 각기 다른 도시에서 접속하지만,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대화가 아니라 현존입니다. 일반적인 SNS의 반응(댓글, 좋아요)이 사건이 끝난 뒤의 사후적

피드백이라면, 구루미의 캠 화면은 실시간으로 같은 감성의 장 안에 머물고 있다는 감각을

제공합니다. 언어적 교환이 없어도 신체적 공존의 감각을 통해 정서적 에너지가 순환합니다.

80년대 말, 마페졸리가 상상했던 '거리 없는 밀착'26년 현재 캠스터디에서 구현되고 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역능(Puissance) — 아래에서 솟아오르는 자생적 힘

마페졸리는 권력을 두 가지로 구분합니다. 국가와 제도가 위에서 아래로 가하는 지배력(pouvoir)

, 공동체 내부에서 아래로부터 자생적으로 솟아오르는 역능(puissance)입니다. 구루미는

누가 시켜서 만든 문화가 아닙니다. 정부가 권장한 것도, 학원이 설계한 것도 아닙니다.

시스템이 강요하는 고독에 맞서 학생과 수험생 스스로 발명해낸 해법입니다.

 

이들은 입시 구조를 정면으로 거부하거나 투쟁하지 않습니다. 대신 구조 안에 머물면서

그 구조가 강요하는 고독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우회합니다. 제도적 지배력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 아니라, 그 틈새에서 자생적 생명력을 발현하는 것. 이것이 부족이 스스로 찾아낸 역능의

작동 방식입니다.

 

합리적 연대와 느슨한 연대

대체로 합리적 연대는 이해관계가 같아서 이루어졌습니다. 동창회, 향우회, 노동조합. 공유된

목적이 연대의 이유였고, 목적이 사라지면 연대도 자연스럽게 흩어졌습니다. 차갑고 건조하지만

효율적인 연대. 계약처럼 맺어지고 계약처럼 끝나는 관계입니다.

한편, MZ세대와 알파세대의 연대는 다른 문법으로 작동합니다. 이들은 이익이 같아서 뭉치지

않습니다. 취향이 같고, 감성이 비슷하고, 같은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모입니다. 그리고 그 모임은

목적이 달성되어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목적 자체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마페졸리가 말한

socialité, 즉 감성적 사회성의 핵심입니다.

이 연대의 가장 큰 특징은 의무가 없다는 것입니다. 구루미에 접속했다가 로그아웃해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습니다. 타임랩스를 올렸다가 한 달 쉬어도 부족에서 추방되지 않습니다.

진입과 이탈이 자유롭습니다. 기성세대의 눈에는 이것이 무책임하거나 무용한 관계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느슨함이 오히려 연대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조건입니다.

강하게 묶인 연대는 작은 균열에도 부러지지만, 느슨하게 이어진 연대는 흔들려도 끊어지지는

않으니까요.

 

디지털 판옵티콘인가, 디지털 카니발인가

원래 원형 감옥인 판옵티콘은 중앙의 감시탑에서 모든 수감자를 볼 수 있도록 설계된 구조입니다.

감시당한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수감자는 스스로를 통제하게 됩니다. 규율의 내면화가

이루어지는 거죠. 어쩌면 누군가는 이 열공 타임랩스를 두고, 감시의 시선을 내면화하고 있는

이른바 '자발적 디지털 판옵티콘'이라 개탄을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그러나 이는 현상의 표면만을

바라본 지나친 엄숙주의입니다.

판옵티콘의 시선은 위에서 아래로 향합니다. 감시자와 피감시자가 분리되어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구루미의 화면 안에서 모두는 동시에 보는 자이자 보이는 자입니다. 감시가 아니라

공현존입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디지털 판옵티콘이 아니라 오히려 디지털 카니발에 가깝지

않을까요? 카니발은 계급과 역할이 뒤섞이는 축제입니다. 경건하고 엄숙한 입시의 성당 안에서

캠스족들은 구루미라는 광장을 열었습니다. 그곳에서 이들은 성적순이라는 계급을 잠시 잊고,

'공부하는 신체'라는 유일한 자격으로 뒤섞입니다. 감시당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열기를

나누어 갖는 것이며, 억압받는 것이 아니라 고립된 서로를 구원하는 퍼포먼스인 거죠.

(이렇게 또 엄근진의 샷이 갈리네요)

 

휘어지는 것은 부러지지 않는다

입시라는 극한의 압력 안에서 이 세대는 스스로 숨구멍을 찾습니다. 제도가 강요하는 고독을

거부하고, 타인의 현존을 통해 자신을 지탱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거죠. 이것은 단순한 공부

방법론이 아닙니다. 극도의 경쟁 구조 안에서도 인간적인 연결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무언의

선언입니다.

지금의 세대는 혼자 싸우면서도 혼자이지 않으려 합니다. 경쟁하면서도 연결되고자 하죠.

이 역설적인 균형 감각 안에서 이들은 기성세대가 갖지 못했던 유연함을 키워 냅니다.

강한 연대는 부러지기 쉽지만, 느슨한 연대는 유연하게 휘어집니다. 아시죠?

휘어지는 것은 부러지지 않습니다.

 

마페졸리가 40년 전에 예견한 신부족의 귀환은, 2026년 구루미 화면 안에서 조용하지만,

강렬하게 현재진행형입니다. 구루미 세대의 회복 탄력성은 바로 그 느슨함 안에 깃들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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