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li me tangere에서 Call me Ishmael로: 알튀세르의 '호명' 이론 비판적 읽기
다정한 호명, 그 우아한 감옥
"우리 OO이는 참 착한 아이야, 그치? 공부도 열심히 하고 부모님 말씀도 잘 듣고 말이야."
이 순간, 여러분은 기분이 나쁘지 않습니다. 오히려 칭찬을 받았다고 생각하며
쑥스럽게 웃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조심하세요. 여러분은 지금 아주 강력하고
우아한 '호명(Interpellation)'의 그물에 걸려든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여러분이 그 다정한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 순간, 여러분은 착한 행동을
해야하는 존재, 즉 '착한 아이'라는 시스템의 기대치 안에 고착됩니다.
즉, 시스템이 설계한 주체(Subject)로 박제되는 것이지요.
루이 알튀세르: 주체(Subject)라는 이름의 노예
철학자 루이 알튀세르(Louis Althusser)는 ‘인간은 자유로운 존재이다’라는
명제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알퉤세르는 물리적 폭력 없이 인간이 사회에 의해서
어떻게 길들여지고, 사회가 부여한 이름표를 달게 되는지 ‘호명 이론’으로 설명합니다.
여러분은 'Subject'의 의미를 알고 계시나요? 명사적 의미는 '주체'이지만,
동사적 의미는 '굴복시키다(Subjecting)'입니다. 뜻밖에 이중적 의미를 동시에 지녔지요.
알퉤세르는 인간이 주체가 된다는 것은, 거대 시스템의 법과 질서에 복종하는 존재가
되는 것이라고 역설합니다. ‘너는 착한 아이야’라는 다정한 사회적 부름에 응답하는 순간,
착한 아이일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알튀세르는 이 과정이 너무나 교묘해서
인간은 결코 이 호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뭐 그렇다 치죠. 그렇다면 인간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지점에서 시스템의 언어를 가로채는 '역-호명(Reverse-Interpellation)'의
전략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방어적 역-호명: 놀리 메 탄게레 (Noli me tangere)
시스템이 "너는 착한 아이야. 그렇지?" 라고 하면서 여러분의 어깨에 손을 얹으려 할 때,
여러분은 그 손을 우아하게 쳐내야 합니다. 여기에 장-뤽 낭시(Jean-Luc Nancy)가 해석한
신학적 은유를 빌려와야 겠네요.
놀리 메 탄게레 (Noli me tangere)
'놀리 메 탄게레(Noli me tangere)'는 부활한 예수가 마리아 막달레나에게 던진
첫 번째 명령입니다. 의미는 ‘나를 만지지 마라’입니다.
마리아는 자신이 알던 '죽기 전의 예수'라는 틀로 부활한 존재를 ‘만지려고’ 합니다.
하지만 예수는 단호히 명령합니다-놀리 메 탄게레(Noli me tangere) 이것은
방어적 역-호명입니다. 시스템이 당신을 규정하려 할 때, ‘나를 만지지 마라’는
나의 본질을 훼손하지 못하도록 확보해야 하는 '불가촉의 영역'이겠지요.
공격적 역-호명: 콜 미 이스마엘 (Call me Ishmael)
방어를 넘어 이제는 하이재킹(Hijacking)의 시간입니다.
시스템이 여러분을 부르기 전에, 먼저 이름을 명령하는 것이죠.
콜 미 이스마엘 (Call me Ishmael)
여기서 잠깐 미국 문학사에서 성경 다음으로 위대하다고 칭송 받는 허먼 멜빌의 대작,
《모비딕》의 오프닝을 소환하겠습니다. 거대한 흰 고래와 사투를 벌이는 인간의 광기를
다룬 이 소설은 단 한 문장의 명령으로 시작됩니다.
‘나를 이스마엘이라 부르라(Call me Ishmael).’ 주인공은 부르라고 명령합니다.
설명도 허락도 없습니다. 단지 나를 내가 정한 이름으로 부르라는 역-호명만 있을 뿐입니다.
이것이 공격적 역-호명의 핵심입니다. 팩트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내가 나를 그렇게 부르기로 했으니 너는 이에 응답하라’는 주권적 명령이
시스템의 확성기를 가로채는 것이지요.
여러분이 스스로를 '이슈마엘'이라 부르라고 명령하는 순간, 호명이라고 억까를
가로지를 수 있지 않을까요?
지나치게 나이브(Naïve)하다고요? 네, 맞습니다. 다만, 이런 말이 있습니다.
‘비관주의는 세계의 한 끝자락도 바꿀 수 없다’고요.
자, 자기 경영의 시작은 바로 여기서부터입니다.
여러분을 규정하는 부름에 응답하는 대신, ‘Call me Ishmael’.
여러분이 먼저 이름을 선취하는 순간, 여러분의 항해는 시작됩니다.
Call me ‘Naïve’. 이것이 저의 이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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