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스포트]는 연극과 뮤지컬로 일상을 채우는 자매가 깊은 취향들을 담아 보내는 다정한 편지예요. 관극 기록과 소식, 취향별 추천을 담아내지만 결국 저희가 나누는 건 무대가 남긴 생각과 감정 그리고 삶의 이야기랍니다. 무대를 핑계 삼아 세상을 바라보는 수많은 시선을 함께 나누고 싶을 뿐이니까요.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날엔 아늑한 아지트 [포코피카]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참, 편지가 닿을 머묵이들에게는 친근하게 반말로 보낼게요 ෆ

이번 주 뉴스레터 미리보기 👀
✦ 지난주 • 돌쇠전, 섬: 1933~2019
✦ 섬: 1933~2019 • 마음은 생각보다 천천히 자란다
✦ 알테르 에고 • 스탠리 役 이휘종 배우 인터뷰
✦ 티켓팅&공연 일정
✦ 공연 개막 소식
✦ 구독자 특별 할인 이벤트


지난주는 정동극장데이.ᐟ.ᐟ 국립정동극장 세실에서 공연된 〈돌쇠전〉과 국립정동극장에서 공연 중인 〈섬: 1933~2019〉을 보고 왔지. 돌쇠전은 이전에 인터뷰했던 김의환 배우의 차기작으로, 예상대로 유쾌하고 발칙한 사랑 이야기라 가볍게 보며 웃을 수 있었어. 항상 무게감 있는 역할만 봐오다가 처음 보는 새로운 모습이었는데 전혀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무대 위에서 엄청 신나 보이더라. 아, 사랑 이야기 왤케 재밌냐 ~~~~
섬은 10월 1주 뉴스레터 10월 취향별 추천에서 언급했던 작품이야. 솔직히 말하면 우리는 처음 봤을 때, 기대에는 못 미쳤어. 대학생 때 소록도로 봉사활동을 가려고 노력했던 기억 탓에 소록도에서 40여 년간 봉사하신 간호사 두 분의 이야기를 더 기대했었거든. 그땐 생각보다 이분들의 비중이 적고, 세 시대의 이야기를 전하다 보니 그 연결점이 잘 안 와닿기도 했지.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 역시 당시의 나에게는 아주 새롭게 느껴지진 않았던 것 같아.
그래도 '한 번 더 보긴 해야지' 하다가 전석 매진으로 놓치고 2년 만에 다시 봤어. 다시 보니, 처음에는 와닿지 않았던 이야기들이 다르게 다가오더라. 결국 또, 세 에피소드가 말하는 건 모두 사랑이었다고 느꼈지. 그 사이 내가 다른 작품들도 만나고, 새로운 걸 깨달으면서 같은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나 역시 변했다는 걸 알게 됐어.


보고 싶은 작품을 선택할 때,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공교롭게 작품들이 전하는 이야기가 딱 들어맞는 순간을 무척 좋아해. 결국 창작자들이 전하려는 마음이 다 비슷하다는 게 느껴져서 그런가(아니, 그냥 내 취향이 일관된 걸지도). 이게 당연히 공연끼리만 그렇진 않더라고. 이번 달부터 영화 모임을 시작하고 '세계의 주인'과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봤거든? 이 영화들에서 느꼈던 지점들이 섬에서 그대로 보이더라. 누군가를 바라볼 때 본인만의 잣대를 멋대로 들이미는 모습, 자식을 향한 엄마의 위대함 같은 것들 말이야.
처음 섬을 봤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지하철에서 발달장애 아이가 돌발 행동을 하면 처음엔 당황하던 사람들이 차츰 익숙해지는 모습이었어.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장애인 배우 6명이 출연하는 연극 〈인정투쟁; 예술가 편〉를 봤거든? 당시 관객과의 대화에서 어떤 분이 장애인 배우를 캐스팅한 이유를 물었는데, 작가님은 특별한 의도가 있었다기보다 그저 자신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등장시킨 것뿐이라고 말씀하시더라고. 그 답변이 섬의 장면과 겹치면서 오래 기억에 남았지.
재작년에 외할머니를 떠나보내며 돌이켜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안에도 그런 감각이 배어 있었더라고. 어렸을 때 외할머니가 우리를 돌봐주실 때, 할머니 집 근처에 있던 장애인 복지관을 자연스럽게 드나들었거든. 어릴 때부터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접했으니까 그 존재가 낯선 것만은 아니었던 거지. 그때는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경험들이 지금의 나를 만드는 데 영향을 주고 있었던 거야. 함께 쌓아온 시간과 돌봄이 한 사람을 만든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지.
처음 섬을 봤을 땐 물론이고, 공연을 좋아하기 시작한 초반에는 무대를 보며 내 눈물 포인트다 싶으면 엄청 울곤 했거든?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눈물이 마르는 거야. 새삼스럽게 객석에서 우는 게 부끄러워지기라도 한 건가(참고로 하랑은 눈물이 진짜 진짜 진짜 없는 편인데, 시간 지나니까 아주 조금씩 눈물이 나는 편이래).
그러다 보니 더 이상 공연이 내 감정을 충분히 채워주지 못하는 건가 고민하기도 했어. 혼자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보면서는 또 꺼이꺼이 우는 걸 보면, 아직 내 감정이 완전히 메말라 버린 건 아닌데 말이야. 나는 평소 내 감정을 알아차리고 해소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공연을 보면서 예전만큼 감정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게 더 아쉬웠거든.
어느 순간부터는 웬만한 이야기는 다 본 것 같고, 새로운 작품을 만나도 예전만큼 신선한 감동을 느끼지 못한다고 오만하게 생각했지. 이번에 섬을 다시 보고, 그동안 봤던 연극 〈유원〉과 〈젤리피쉬〉도 생각나면서 처음엔 미처 하지 못했던 생각들이 떠오르더라고. 내가 다 안다고 생각했던 이야기들도 다른 작품과 경험을 거치면서 더 풍성하게 보이기 시작한 거야.
2년 동안 예전처럼 공연을 보고, 새로운 작품을 만나고, 때로는 내 일상을 살아가는 동안에도 나도 모르는 사이에 무언가가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더라. 그때는 몰랐던 이야기가 다른 경험을 거친 뒤에야 비로소 와닿는 것처럼.


픽스포트 인터뷰 [Spot-Write]의 특징은 Spotlight on과 Spotlight off로 나눠서 배역과 배우의 이야기를 나눈다는 점이야. 인터뷰 기획할 때 고민을 많이 했고, 작품이나 배우를 잘 모르더라도 인터뷰 내용 자체에서 삶의 통찰이나 인사이트를 얻어가길 원했지.
데뷔 10주년을 맞은 배우와, 연기부터 사람을 대하는 태도, 그리고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도 잃고 싶지 않은 마음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어. 항상 무대에서도 느껴졌지만, 답변할 때도 마찬가지로 단단한 내면이 느껴지더라. 나 역시 어떤 모습으로 살고 싶은지 돌아보는 시간이었지. 인터뷰는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어.





지난주엔 〈투셰〉, 〈크리스마스 캐럴〉, 〈앨런 튜링〉, 〈오픈 더 도어〉, 〈닥터 두리틀〉, 〈카지노X〉가 캐스팅을 공개했어.
연극 〈투셰〉는 표지훈이 소속된 극단 소년의 창단 10주년 기념작이래. 투셰는 펜싱 용어로 이전에 남매였던 작품을 형제로 각색해서 서로의 관계를 돌아보고 성장하는 작품인 걸로 보여. 연극 〈오픈 더 도어〉는 장항준 감독의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곽선영 배우가 6년 만에 무대로 복귀한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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