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옷깃을 단단히 여미게 되는 10월입니다. 길가에 늘어선 가로수들은 어느새 노랗고 붉은 옷으로 갈아입기 시작했고, 청명하게 트인 가을 하늘은 마음에 깊은 여운과 차분함을 더해줍니다.

사계절 중 가장 마음의 결이 고와지는 이 깊어가는 가을, 구독자 님의 일상에도 평온한 책갈피가 꽂히고 있나요? 이번 주 책숲 뉴스레터는 혜경 님의 이야기와 함께, 지난주 우리가 나누었던 따뜻한 독서의 풍경을 전해드립니다. 찬 바람이 스치는 나날 속, 책 한 권과 함께 포근한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 11~12월 벽돌책 챌린지 : 『재난, 그 이후』
책숲이 올 한 해를 더욱 깊고 밀도 있게 마무리할 ‘11~12월 벽돌책 챌린지’를 시작합니다. 책의 두께에 겁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혼자라면 도중에 포기하고 싶어졌을 아득한 수백 쪽의 여정도, 한 장 한 장 함께 넘어가는 책숲 멤버들이 있다면 든든한 동행이 되어줄 테니까요.
"혼자 읽으면 벽돌 같던 책도, 함께 읽으면 마음을 지탱해 주는 단단한 징검다리가 됩니다."
매주 적당한 분량을 나누어 읽고 감상을 나누다 보면, 12월의 끝자락에서 정상을 쌓아올린 듯한 묵직한 성취감과 마주하게 될 거예요. 한 해의 끝에서 나만의 지적 도피처를 찾고 싶은 분들, 깊이 있는 완독의 기쁨을 나누고 싶은 분들을 환영합니다.
자세한 일정 및 모집 안내는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11~12월 벽돌책 챌린지 자세히 보기 및 신청하기
📖 다가오는 모임들

[11월 모임 일정]
참여하실 분들은 링크를 타고 가셔서 참석 의사를 표시하는 댓글 달아주세요 😀
📖 지난 모임 이야기: 10월 17일 자유독서모임

지난 10월 17일에 열렸던 자유독서모임 풍경을 복기해보겠습니다. 소설과 산문집, 자서전까지 다채로운 책들이 모인 만큼, 그 안에서 피어난 질문과 사유 역시 한층 깊고 풍성했던 시간이었습니다 :)
이날 아름(저)은 김민정 시인의 산문집 『역지사지』를 다루며 "지난 10년간 내 인생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사건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져 서로의 발자취를 돌아보았고, 창엽 님은 류이치 사카모토의 자서전 『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를 매개로 "스스로를 회상할 때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는가?"에 대해 고뇌 어린 각자의 생각을 들어보았습니다. 경인 님이 소개해주신 소설 『만조를 기다리며』에서는 "지금은 다소 잠잠해졌지만 가슴 한구석에 소중하게 남아있는 친구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아련한 향수를 나누었고, 주영 님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를 통해서는 "나를 나로서 존재하게 만드는 본질은 기억인가, 아니면 감정인가?"라는 밀도 높은 철학적 사유를 함께 나눴습니다.
또한, 홍수진 님은 소설 『미지의 차원』을 들고 오셔서 "훗날 비밀경찰이 행하는 양심고백에는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가?"라는 흥미롭고 열띤 토론을 이끌어내주셨고, 상동 님은 『설민석의 삼국지』를 소개하며 각자가 파고들었던 대하소설이나 길고 깊은 책들에 관한 독서 경험담을 터놓았습니다. 마지막으로 광복 님이 가져오신 『아내가 결혼했다』에서는 책의 타이틀만큼이나 도발적인 "폴리아모리(비독점적 다자연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주제를 던져주셔서 각자의 가치관을 경청하고 존중하는 뜻깊은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분야를 넘나드는 책들을 통해 저마다의 정성 어린 질문을 끌어내고, 타인의 생각을 온전히 존중하며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 그 자체가 참 흥미롭고 다정했습니다. 특히 홍수진 님이 던져주신 질문과 서사는 깊은 잔상을 남겼는데요, 상동 님의 후기 속에서 그 이야기를 조금 더 간접적으로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다가올 11월 자유독서모임에서는 또 어떤 책과 질문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벌써부터 설레는 마음입니다.
🎤 회원 인터뷰 : 산과 운동, 그리고 자유로운 조르바처럼 내 삶을 마주하는 혜경 님
지난번 미령 님이 “따뜻하고 활기찬 모습 뒤편에 묵직하고 깊은 삶의 궤적이 있는 분”이라며 궁금함과 존경을 담아 지목했던 주인공, 드디어 베일을 벗습니다! 이번 뉴스레터의 주인공은 단단한 내면과 거침없는 도전, 그리고 다정한 온기로 숲을 지탱해 주는 혜경 님입니다.
1. 책숲에는 어떻게 오게 되셨나요? 처음 책숲에 왔을 때의 인상과 지금의 느낌은 어떻게 다른지도 궁금해요.
작년 여름, 어떤 이끌림에서인지 독서모임에 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것을 실천했습니다. 예전의 다니던 회사의 모토이자 제 좌우명이 “생각 즉시 행동”이든요. 책숲과 다른 독서모임 두 곳에 동시에 가입을 하고 처음 참여한 곳이 책숲이였습니다.
당시 저의 소박한 인간관계 속에서 나누는 대화들이 차츰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를 둘러싼 관계에서 피로감을 느꼈던 것 같아요. 그러다 책 읽는 사람들과의 대화는 어떨까 하는 막연한 동경으로 책숲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처음 책숲 모임에 왔을 때 은혜 모임장님이 따뜻하게 맞이해 주셔서 첫 만남의 어색한 시간들을 견딜 수 있었어요. 그 날 모임에 계셨던 분들의 얼굴이 한 분 한 분 떠오르네요. 오픈채팅방에 계시는 분들의 연령대를 보고 여기 내가 낄 곳이 맞나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나이 제한이 없는 몇 안 되는 소중한 모임이기에 여태 눈치 없이 물을 흐리고 있습니다.
2. 혜경님은 책숲에서 벙도 자주 열어주시잖아요. 사람들과 함께하는 자리를 직접 만들게 된 계기가 있나요? 벙을 열 때 나름대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도 있는지 궁금해요.

시작은 과메기 벙이였던 것 같은데 그 때 참여해 주신 분들이 의외로 많이 좋아해주셔서 그 뒤에도 몇 차례 더 진행할 수 있었어요. 사실 벙을 진행해보니 제가 특별히 기여하는 것은 없어도 신경이 전혀 쓰이지 않는 일은 아니더군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 모임을 무탈히 운영하고 계시는 책숲 운영진들의 노고에도 이 자리를 빌어서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책을 매개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는 것도 좋지만 책 모임이 끝나면 부리나케 사라지는 분들을 보며 가끔은 조금 더 소탈한 대화가 아쉬웠다고 할까요. 그럼 점에서 벙은 반가운 기회였습니다. 함께 해 주신 분들과 책 너머의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일상과 생각을 조금 더 알아갈 수 있어 좋았습니다.
3. 등산, 필라테스, 러닝까지 정말 다양한 운동을 즐기시는데요. 처음 운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그중에서도 유독 애정이 가는 운동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는 좋아하는 운동도, 잘하는 운동도 없었던, 어쩌면 연체동물에 가까운 사람이었어요. 그러다 조금이나마 근력을 길러 보고자 몇 가지 운동을 시작했어요. 그 중에서도 등산은 유독 특별합니다. 나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에 목말랐던 것 같아요. 산에 오르면 자연 앞에서 겸허해지고, 복잡했던 마음은 조금씩 가라앉습니다. 거대한 자연 속에서 위로 받고 치유 받으며, 계절의 변화를 느끼다 보면 물질에 대한 욕심을 내려 놓게 됩니다. 이 드넓은 땅과 하늘이 온전히 나의 것인데 그깟 아스팔트 공간 하나가 무슨 대수일까요.
껄껄. 말만 이렇게 하는 겁니다. 이러면 잠시나마 위로가 되거든요. 득도의 길은 아직도 멀었지만 사실 무소유의 편안함을 조금씩 느껴가는 중입니다.
4. 등산을 좋아하시는 만큼 특별히 좋아하는 산이나 등산 코스가 있을 것 같아요. 다른 사람에게도 꼭 추천하고 싶은 곳이 있나요? 그곳을 좋아하는 이유도 궁금해요.




요즘은 누구나 자신의 SNS 계정이 자신의 취향으로 채워져 있을 겁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에요. 제 인스타그램에는 산으로 도배되어 있거든요. 인스타그램에서 우연히 합천에 있는 감암산을 본 적이 있었는데 재미난 모양의 바위가 유독 많아 언젠가 꼭 가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등산 모임을 통해 다녀오게 되었어요.
강아지와 거북이, 하트를 닮은 바위부터 마치 벽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듯한 착시 바위까지, 보는 재미가 쏠쏠한 산이었습니다.
특히 착시 바위는 바로 아래가 절벽이라 아찔하기도 했어요. 무서워서 다리가 덜덜 떨리면서도 기어이 사진을 남겼습니다. 스릴과 재미가 공존했던 순간, 그날의 감암산을 사진으로 소개해 봅니다.
5. 운동을 꾸준히 하다 보면 몸뿐 아니라 마음에도 변화가 생길 것 같아요. 혜경님에게 운동은 어떤 의미인가요? 힘든 날에도 운동을 나서게 하는 원동력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러닝이나 등산을 하는 동안에는 과정이 너무 힘들어서인지 잡념이 끼어들 틈이 없습니다. 오롯이 호흡과 한 걸음, 한 걸음에 집중하게 되죠. 힘든 시간을 견디고 난 뒤에 찾아오는 성취감도 무척 큽니다.
저의 목표는 나이가 들어서도 자신만의 삶을 즐길 줄 아는 멋진 할머니로 늙어가는 것입니다. 그리기 위해 오늘도 몸을 움직이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며 조금씩 단단해가는 중입니다.
6. 지난달 인터뷰이였던 미령님이 혜경님께 남겨주신 질문입니다. 미령님은 처음 만났을 때와 달리, 대화를 나눌수록 혜경님의 따뜻하고 활기찬 모습 뒤에 묵직하고 깊은 삶의 이야기가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으셨다고 해요. 조심스러운 질문이지만,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감당하기 버거운 순간들이 찾아오잖아요. 그럴 때 혜경님은 스스로를 어떻게 다독이고 다시 일어서시는 편인가요? 혜경님만의 마음을 다잡는 방법이 있다면 살짝 들려주세요. 미령님도 그 단단함의 비결을 조용히 배우고 싶다고 하셨답니다.
얼마 전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강연에 참석했는데 청중들이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하면 스님께서 즉석에서 고민을 듣고 상담을 해 주는 시간이었어요. 흥미로웠던 것은 대부분의 고민이 관계에 대한 고민이었어요.
그에 대한 스님의 답변은 때로 고민하는 사람의 감정에 전혀 이입하지 않는, 어찌보면 다소 성의 없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스님적 사고로 생각하면 이 세상에 고민할 거리가 하나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그 말씀들을 곱씹어 보니 어쩌면 우리가 느끼는 고민과 불안의 상당 부분은 무언가을 소유하고 싶어하는 마음, 혹은 가진 것을 잃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상대방이 내 마음대로 움직여 주기를 바라고, 지금의 관계가 변하지 않기를 바라며, 내가 기대한 모습과 현실이 다를 때 괴로워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저 또한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에서 도망치고 싶어서 회피와 고립을 선택한 적이 있습니다. 책을 읽으며 조금 깨달은 것은 단절이 해결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안의 문제에서 갇혀 있지 말고 제3자의 시선에서 나를 바라보면 나를 괴롭히던 문제가 사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당장에는 보이지 않던 다른 선택지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문제를 없애는 것보다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는 것.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조금 더 자유로워지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7. 운동 외에 요즘 푹 빠져 있는 취미나 관심사가 있나요? 최근 새롭게 시작한 일이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기는 일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저는 요즘 생성형 AI가 너무 재미있습니다. 이들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생각해보면 가끔은 무섭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단순히 단답형 질문으로 사용했다면 요즘은 이들을 활용해서 내 노동력을 어디까지 줄일 수 있을지 고민 중입니다. 그러다보면 곧 제가 필요 없는 순간도 오겠지요. 요즘은 취준생도 아닌데 인생 제2모작을 위해서 어떤 직업이 좋을까 고민도 합니다. 지금까지의 삶과는 전혀 다르지만 AI에게 대체되지 않을 업종, 뜬금없지만 미용이나 피부미용을 배워 볼까 싶기도 하고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초고령 사회가 다가올 시대에 대비해 자격증 준비도 하나씩 도전해 보려고 합니다.
8. 책숲 멤버들에게 한 권의 책을 추천한다면 어떤 책을 소개하고 싶으신가요? 어떤 점에서 좋았는지도 궁금해요.

저의 인생관과 가장 닮아 있는 책, 『그리스인 조르바』를 소개합니다. 이 책을 처음 만난 때는 20대 후반으로 기억해요. 혼자 떠났던 제주 여행 중, '아일랜드 조르바'라는 카페에서 우연히 이 책을 발견했어요. 당시에는 번역이 매끄럽지 않게 느껴진 탓인지 몇 번이나 읽기를 시도했지만 좀처럼 책장이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지금 보니 그럴만도 한 것이 제가 읽었던 이윤기 번역본은 그리스어 원작을 프랑스어와 영어 번역을 거쳐 다시 한국어로 옮긴 책이었으니까요. 요즘은 그리스어 완역본도 있다고 하니 그 책을 읽어 보길 추천합니다.
조르바의 여성 편력은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을 떠올리게 하기도 합니다. 남성의 욕망과 자기 중심적인 태도는 여성 독자들에게 다소 불편하게 다가올 수도 있겠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세상의 시선과 기준에 얽매이기 보다 내가 느끼는 기쁨에 솔직하고 삶을 온몸으로 부딪치며 살아가는 사람, 그런 자유 영혼으로 여생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9. 마지막으로, 다음 뉴스레터의 주인공으로 추천하고 싶은 책숲 멤버가 있나요? 그분을 추천하는 이유를 남겨주세요!
지난 여름, 스테이 or 체인지(스체)에서 책숲 인기스타, 선제님을 처음 만났어요. 그날 책숲 식구들과 나누었던 이야기들, 그리고 즉석에서 들려주셨던 노래가 지금도 무척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노래 실력에 감탄했던 것은 물론이고 선제님이 쓰신 책에서 가족을 향한 따뜻한 마음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알면 알수록 새로운 매력이 드러나는 선제님. 도대체 매력의 끝은 어디일까요? 하나씩 알아갈수록 더 궁금해지는 선제님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깊어가는 가을, 낙엽이 물들어가는 소리처럼 우리의 일상에도 다정한 문장들이 차곡차곡 쌓이기를 바랍니다. 이번 한 주도 책 한 권과 함께 따스한 시간 보내시기를 바라며, 우리는 곧 책숲의 포근한 자리에서 반갑게 만나기로 해요.
책숲 운영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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