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줍레터] Vol. 6 지키는 이야기

2025.05.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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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5. 19.
Vol. 6

'지키는 이야기'

 

 

CURATION
쓰줍게가 모은 콘텐츠

 
 

 

집이든 레스토랑에서 나오는 쓰레기의 양을 보면 사실 어마어마해요. (중략) 저희도 한 순간만 정신 줄 놓고 있어도 쓰레기가 두세 배가 나와요. 저희가 '플라스틱을 아예 안 쓰겠다', 그런 멋지고 과감한 말은 못했어요. 하지만, 할 수 있는 부분이 뭐냐 했을 때 저희가 매일 입는 옷들이 그런 방향을 지향하는 거냐, 아니면 저희도 새로운 옷, 새거 사가지고 입고서는 또 버리고, 이런 생각을 하냐 했을 때 전자를 택한 거죠. 

안성재 <모수> 오너 셰프

 

2024년은 그야말로 '흑백요리사'의 해였습니다. 다양한 참가자들이 눈길을 끌었지만, 사실 프로그램에서 가장 주목받은 인물은 심사위원 안성재 셰프였어요. 그는 미슐랭 3스타에 선정되었던 <모수>의 오너 셰프이기도 한데요. 프로그램 이후 한남동에 <모수>를 새롭게 오픈했습니다. 

<모수>에는 메뉴는 물론 인테리어, 식기, 심지어는 사소한 서비스에까지 안성재 개인의 철학이 가득 담겨있습니다. 저희는 조리복에 업사이클링의 요소를 담았다는 점이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이 조리복은 래코드라는 국내 업사이클링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만들어졌는데요. 심플한 디자인을 유지하면서도 재활용 소재를 적극 활용했다고 해요.

안성재 셰프의 인터뷰에서 볼 수 있듯, 쓰레기를 아예 없애진 못하지만, 줄이는 방향으로 꾸준히 나아가겠다는 태도가 좋았습니다. 저희도 제로(zero)웨이스트보다는 레스(less)웨이스트라는 단어를 좋아하는데요. 쓰레기를 줄인다는 것의 본질은 0이라는 절대적 목표가 아니라, 줄여가는 방향 자체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세한 인터뷰도 확인해보세요.

*영상 출처 및 인터뷰 보기: 링크

 

 


ESSAY
꽃뫼마을 생태 지키미

 

   내가 살던 동네에는 꽃뫼마을이라는 작은 마을이 있었다.

   그곳은 다니던 초등학교에서 꽤 멀리 떨어져 있었다. 어린 아이의 발걸음으로 30분 정도는 부지런히 걸어가야 닿을 수 있던 곳이었다. 시골길과 논밭을 지나 나무가 무성한 숲속으로 들어가야 했기에, 우리는 재미삼아 그곳을 '던전'이라 부르기도 했다. 

   먼 거리에도 그 마을을 찾게 되는 이유는 마을 뒷편에 비밀 계곡이 있기 때문이었다. 꽃뫼마을에는 우리 동네의 유일한 계곡이 있었다. 쉽게 찾기 어려운 위치에 숨겨져 있어서, 아이들이 흥미를 가지기엔 더할 나위 없는 장소였다. 더군다나 계곡은 깊이도 얕고 물살도 얕았다. 초등학생이 시간을 보내기에는 최적이었다. 나는 친구들과 그곳을 우리의 아지트로 삼았다. 수업이 일찍 끝난 날에는 그곳으로 달려가 물놀이를 실컷 하고는 했다. 

   계곡에는 과학 책에서나 보던 생물들이 살았다. 돌을 들면 민물가재가 보였고, 계곡 한켠에는 도룡뇽알이 있기도 했다. 낮에는 처음 듣는 새 소리가, 저녁에는 신비로운 반딧불이가 보였다. 우리는 마을에서 작은 생물들과 교감하는 법을 배웠다. 동물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우리끼리 언어를 상상해서 그들의 소리를 번역하기도 했다. 그 장소가 너무나도 소중해서, 우리는 꽃뫼마을과 계곡이 영원히 그곳에 그대로 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마음에 품게 되었다.

   어느 날 계곡에서 친구 윤이가 말했다.

   "우리가 가재들을 지켜줘야 해!"

   윤이의 말은 괜히 나온 것이 아니었다. 이따금씩 꽃뫼마을 공터나 계곡 근처에 어른들이 야영을 오고 나면, 그 자리에 남겨진 쓰레기들이 눈에 띤 것이었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그 쓰레기들이 가재들의 터를 언제든 빼앗아갈 수 있음을 느꼈다. 윤이의 제안은 우리들 마음 속 책임감을 자극했다. 난생 처음 갖게 된 사명감에 우리는 동화 속 주인공이 된 듯, 일사천리로 가재를 지킬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한 것은 우리를 부를 이름을 만드는 것이었다. 여러 제안이 나왔지만 균이의 아이디어가 선택되었다. 꽃뫼마을 생태 지키미, 줄여서 '꽃생지'였다. 꽃이라는 말이 들어가니 일단 예쁘게 들렸고, 어감도 편안해서 부르는데 어색함이 없었다. 그때부터 우리는 우리 자신을 꽃생지라고 명명했다. 활동 계획은 간단했다. 일주일이나 이주일에 한 번, 다같이 꽃뫼마을에 가서 실컷 놀고 난 다음 계곡 전체를 치우고 오는 것이었다. 

   아이들의 패기 넘치는 결성 선언(?)은 금세 행동으로 이어졌다. 우리는 자그만치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꽃뫼마을을 오가며 쓰레기를 주웠다. 커다란 봉투와 긴 집게를 집에서 빌려와 한참 동안 계곡 주변을 청소했다. 그림 그리기에 재능이 있었던 선이는 꽃생지의 활동을 만화로도 그렸다. 연습장 위에서 우리는 각각 원숭이, 고양이, 사자, 하마가 되어 가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시골 변두리 마을에 찾아와 쓰레기를 줍는 아이들의 요상한 행동은 얼마 지나지 않아 어른들의 관심을 끌었다. 조그만 아이들이 가재들을 지키기 위해 쓰레기를 줍겠다는데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었을까. 부모님과 선생님들은 물심양면으로 꽃생지를 도와주었다. 여름방학에는 다같이 꽃생지 신문을 만들어 교실 뒤에 붙여놓기도 했고, 학교 웹진에 우리들의 이야기가 실리기도 했다.

   이 어릴 적의 기억 조각이 다시 생각난 것은 쓰줍게 활동을 시작하고 한참이 지나고 나서였다. 우연히 내 블로그를 찾아온 윤이가 자그만치 15여년 만에 연락을 해온 것이다.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꽃생지의 리더 역할을 하던 윤이는 이제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윤이와 나는 서울의 작은 카페에서 만나 어릴 적의 기억을 나누었다. 꽃생지라는 이름을 들은 윤이는 무릎을 치며 그때의 기억을 회상했다. 당시 쓰줍게를 통해 플로깅을 시작한 지 6개월도 안 되었던 나는, 마치 운명이 이끈 것마냥 과거와 지금 사이의 연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생각해 보았다. 그때 우리에게 꽃뫼마을을 찾게 만든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쓰줍을 하는 이유에 대해 자주 질문받고 있었기에 그에 관한 생각이 복잡하던 시기였다. 그렇지만 그때 우리가 내놓던 답은 너무나도 간단했다. 가재들을, 친구들을 지켜주어야 했기에. 꽃생지의 아이들에게 쓰레기를 줍는 일은, 운동장에서 넘어져 있는 친구 한 사람을 힘껏 일으켜주는 일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어린 아이의 눈으로 모든 것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나는 이 말이 어떤 의미지인지 아주 조금은 체감할 수 있게 되었다. 어른이 되면 결코 기억하지 못하는 어린 아이만의 시선이 있다. 쌓여가는 시간은 수많은 편견과 고집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무수한 경험과 지식을 걷어내고 나서야 비로소 보이는 세계가 존재한다. 때로 정답은 가장 단순하고, 순수한 곳에 있다. 그 희미한 마음을 궁금해하며 나는 다시 학교로 돌아갔다. 룸메와의 쓰줍이 약속된 날이었다.

 

 



ARCHIVE
쓰줍게가 주운 쓰레기

 
 

 

1.

안동 집 근처에서 플로깅을 해습니다. 본가에 올라올 때마다 집 근처에서 플로깅을 하는데, 그것이 나름 2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올 때마다 집 근처 풀숲이나 공터에는 쓰레기들이 있습니다. 가장 많이 보이는 것들은 음료수를 마시고 남은 페트병이나 캔입니다. 공터에는 소주병들도 꽤 보였습니다. 잠깐 마시는 순간에 비해 쓰레기는 이토록 오래 머무릅니다. 어른이라는 말이 무색해지는 모습입니다.

 

2.

5월은 장미가 피는 시기입니다. 포항에서 장미꽃밭 옆에 떨어진 쓰레기들을 주우며 플로깅을 했어요. 이 날도 골목 구석구석의 재활용 쓰레기들을 줍다 왔습니다. 날이 선선하고 시원한 바람이 부는 날이었어서, 오랫동안 걸어도 다리에 무리가 없었습니다. 슬슬 늦봄이 지나가고 있다는 게 실감났어요.

 

3. 

오랜만에 찾은 모교에 재미있는 친환경 아이디어가 있었어요. 투표를 겸한 병뚜껑 분리수거라니! 모아진 병뚜껑은 키링으로 재활용까지 된다고 하네요. 사소하지만 특별한 생각 전환의 힘을 느꼈습니다. 우연히 찾은 이 귀엽고 소중한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 쓰줍게 계정에 공유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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