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직도 이 방학이 어색하다. 백수 또는 디지털 노마드 같기도 하고. 내가 들인 노력과 수고만큼 아웃풋이 나온다고 생각하니까 가만히 쉴 때도 쉬는 것에 집중이 잘 안된다. 물론 낮잠도 자고 하려던 일의 절반도 못한 날에도 자책은 안하지만.

점점 스누피를 닮아가는 우리집 강아지. 몇 밤 더 자면 강아지랑 뽀뽀할 생각에 설렌다. 어젯밤에는 1차로 한국 갈 캐리어 하나도 정리해봤다. 내 물건 하나도 없이 각종 비누와 바디크림, 발사믹 등 선물 줄 것만 넣었는데 19kg. 한 시간도 안되어 캐리어 하나를 꽉 채웠고, 이제 짐싸기의 달인이 된 것 같다. 노마드로 살 준비가 된 것인가. 이번에도 트렁크 하나만 가져가야하나 싶지만 돌아올 때 나는 흑미 햇반을 잔뜩 가져오고 싶은 걸…

여름이 올듯 말듯 했지만 어제 오늘 보니 여름이 맞다. 갑자기 비가 오질 않나, 이 곳의 날씨는 알다가도 모르겠다 했지만 조금은 습한 공기와 맨살이 뜨거워지는 햇살 공격으로 여름이 왔음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어제는 새롭게 알게된 분들과 국립공원을 다녀왔다. 흰 말과 사슴이 돌아다니고 아저씨들이 Harley- Davidson 체크셔츠까지 입고 바이크를 타는 광경. 8 년 전 스웨덴 시골살이 이후 미처 상상해보지 않았던 삶의 풍경이다. 도시쥐가 갑작스레 자연에 푹 빠지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다만 가족 단위로 어린아이와 강아지들까지 다같이 산에 오르는 모습이나 한 손에는 병맥주, 다른 한 손에는 책을 든 할머니의 모습을 보니 그래, 별다른 도파민 없이도 충분하지 싶었다.

이번주는 유독 요리쪽으로 머리가 잘 돌아갔다. 냉동 새우, 오이, 몇 알 남지 않은 마카다미아. 게살냉채 요리를 참고해서 잣 대신 마카다미아, 게살 대신 새우, 참깨 소스와 와사비를 섞어서 여름의 맛을 구현했다.

이 곳에서 보는 하늘의 면적은 참으로 넓다. 8 년 전 스웨덴 시절이 떠오르는 하늘이다. 지금의 시간을 나는 어찌 기억하게 될까. 평화로웠다고? 지루했다고? 막막했다고? 인생에 다시는 없을, 내 자신과 가장 친하게 지낸 시절이었다고?
그늘에 앉아있는데도 땀구멍이 열리는 여름,
Poem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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