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편지 - 익숙해지기

2025.08.25 |

이번주는 생존을 위해 [익숙해지는 연습]을 하고 있다.

여긴 비가 세차게 내리고 있다. 천둥도 친다. 집은 고요하다. 이곳에서 맞이하는 모든 순간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

이번주는 지난주보다 집중이 잘되는 한 주였다. GitHub으로 웹사이트도 만들고 R, Pandas, 객체지향프로그래밍, 선형회귀모델 등 뭐라도 공부할 수 있는 걸 찾아했다. 유튜브가 있어 참 다행인 세상이다. 11년 전, 미술이론을 공부할 때 나는 미래의 내가 이런 걸 공부하고 있을 거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어제 배운 것도 오늘이 되면 기억이 안 나는 내 자신을 두고 '정말 어떡하지?'라는 말을 내뱉다가 우연히 유튜브 영상을 하나 봤다.

영상을 보고 생각해보니 내게도 그런 경험이 있었다. 대학교 때 디자인 전공 수업을 들으러 가서 분명 네모도 못 그렸었다. 하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고 나서 일러스트레이터를 다른 사람들에게 가르쳐주기도 하고 그걸로 책도 썼다. 그러니 어떤 일이든 처음엔 겁이 나고, 쉽게 배울 수 있는 건 세상에 없고,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기 위해서는 절대적인 시간 투자가 필요하다.

Python이라는 언어를 대학 때도 배웠고 대학원 때도 배웠다. 기본적인 내용이었는데도 나와 잘 맞지 않다고 생각했고, 그 뒤로 쳐다보지 않았었다. 7월에도 내돈내산 'Python과 데이터 프로그래밍' 부트캠프를 들었는데 마지막 시험에서 한 문제도 못 풀었다. 과거의 경험에서 나는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Introduction to Python 이라는 이름으로 된 강의를 여러 가지 버전으로 여러 플랫폼에서 들었었다. 최소 5-6개는 들었다. 웃긴 건 어제 Introduction to Python for Developers라는 4시간짜리 실습 겸 강의를 들었을 때 그제서야 기본적인 파이썬 문법이 내 머릿속에 들어왔다는 것이다.

막막하지만 어렵다는 말 대신에 더 많은 방법을 동원해보자.

💦

하나 그리운 것이 있다면 한강이다.

구글 지도로 열심히 강이나 바다를 찾아봤지만 주변은 대부분 다 산이다. 그래도 물이 너무 보고싶어서 Gemini가 추천해준 카페를 들렀다가 그 근처에 흐르는 물을 보고 왔다.

누군가 이 곳에 놀러온다면 어디를 데려가야할까, 나의 반경을 넓히는 작업도 진행중이다.

📆

지난주는 학교에 OT를 세 번이나 다녀왔다. 한 번은 국제학생 OT, 다른 두 번은 학과 OT였다.

학과 OT는 목요일과 금요일 하루종일이었다. 집에 오니 3시간씩 일어나질 못했다. 하긴, 성인이 된 이후 이렇게 쉼없이 영어를 때려박는 날이 없었지.

Cohort(박사과정 동기들) 친구들은 다들 열정이 넘쳤다. 만나자마자 자신의 백그라운드와 연구주제를 신나게 얘기한다. 특정 모델이 어떻고 그런 말은 난 못 알아듣는다. 그래도 도망가지 않고 그 자리를 지키려고 노력했다. 하루만에 가까워질 거라는 기대나 100% 하는 얘기를 서로 알아들을 거라는 기대 없이, 대신 마음을 열고 내 눈 앞에 펼쳐진 너무나도 낯선 환경과 처음 보는 수십 명의 사람들을 받아들였다. 익숙해지자고.

이번주면 정말 개강이다. 이렇게 매일 집안일을 할 수는 없으니 어떻게 미리 도시락을 쌀 수 있을까, 주먹밥과 삼각김밥, 밥버거의 달인이 되어보고자 한다.

월요일이 아니라 화요일에 개강인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