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맞다. 이 편지도 까먹었다. 오늘은 일찍 잤는데도 늦게 일어나고 이상하게 집중이 하나도 되지 않는 날이다. 오전에는 갑자기 비가 쏟아져서 더욱 축 처지길래 잠깐이라도 수영을 다녀왔다. 짜파게티를 한 그릇 먹고 도서관에 와서 이 논문 저 논문 찾아보다 본전은 못 찾은 채 앉아있다.

그럼에도 이번주를 돌아보자면 열심히 먹은 일주일. 그리고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다는 마음으로 살았다.
어쩌다보니 박사과정 동기 친구들 몇 명의 나이를 알게 되었다. 그 친구들도 내 나이를 듣고 놀라고 나도 그 친구들의 나이에 놀라고... 이제 더 이상 놀라면 안되겠지만 박사과정을 다 마쳐도 서른이 안되는 친구들을 보면 내심 부럽기도 하고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물론 5-6 년 전의 나도 최선을 다해 살고 있었으므로 후회는 없다.
주어진 시간 동안 성과를 얼마나 만들 수 있을까, 다들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해야한다는데 사실 나는 준비가 안된 것 아닐까, 이 다음은 또 뭘까, 해봤자 별 영양가 없는 생각, 나라고 안 할까. 자주 한다.
그럴수록 불확실함이 가득한 삶을 귀하게 여기고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멀리], 아주 멀리 도망가려 한다. 그래도 이 곳은 타인의 시선에서 멀어지기 좋은 곳이다. 아무렇게나 편한 옷을 걸치고 도서관 - 헬스장 - 집으로 운전해서 오다보면 그 몇 시간은 내가 아무도 의식하지 않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이번주 업데이트는 드디어 한 달을 기다려서 운전면허증 신청을 했다는 것, 그리고 음대 연습실에 다녀왔다는 것이다. 주말에는 연습실 예약이 학교 커뮤니티에 개방되어있기 때문에 무려 그랜드피아노를 쳐볼 수 있었다.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도 새로운 일은 꼭 나타난다.
다소 엉성한 마무리가 되었지만 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여기서 마친다.
섀넌 도서관에서,
Poem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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