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기업에서 발생하는 경제범죄 중 횡령과 배임은 법무팀이 반드시 주의해야 할 핵심 이슈입니다. 두 범죄는 기업 내부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며, 사전 예방이 미흡할 경우 회사의 재무적 손실뿐만 아니라 대외 신뢰도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특히 경찰 수사 과정에서 기업 임직원들이 횡령과 배임의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해 불필요한 법적 리스크를 초래하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본 글에서는 횡령과 배임의 법적 차이를 명확히 하고, 기업에서 실제로 발생하는 유형을 분석하며, 법무팀이 실무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2. 횡령과 배임의 차이점
횡령과 배임은 모두 회사의 재산과 관련된 범죄이지만, 본질적인 차이점이 존재합니다.
횡령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사람이 이를 개인적으로 유용하는 경우를 말합니다(형법 제355조 제1항). 기업에서는 주로 임직원이 회사 자금을 개인적으로 사용하거나, 허위 비용을 청구해 회삿돈을 빼돌리는 방식으로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경리 직원이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하거나, 회계 부서에서 가짜 거래 내역을 만들어 공금을 유용하는 경우가 해당됩니다. 제 수사 경험에 따르면, 이러한 행위는 초기에는 소규모로 시작되지만, 내부 감시가 느슨할 경우 점차 금액이 커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배임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본인의 이익을 위해 의무를 저버리고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경우를 의미합니다(형법 제355조 제2항). 배임은 단순한 재산 유용이 아니라, 기업의 경영 판단과 관련된 의사결정에서 부정한 이익을 취하는 행위가 포함됩
대표적인 사례로, 회사의 임원이 특정 협력업체와 비정상적인 계약을 체결하고 대가를 받거나, 경쟁사와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여 회사에 손해를 입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는 배임의 고의성과 손해 발생 여부를 집중적으로 따지게 됩니다.
횡령과 배임의 가장 큰 차이점은 행위의 목적과 방식입니다. 횡령은 기업의 자금을 직접 빼돌리는 행위로, 금전적 피해가 즉각적으로 발생합니다.
반면, 배임은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회사의 이익을 침해하는 형태로 나타나며, 피해 규모가 나중에야 드러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3. 기업에서 주의해야 할 리스크
기업 내 횡령과 배임은 단순한 개인적 일탈이 아니라 조직의 신뢰성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저의 수사 경험을 바탕으로 살펴보면, 기업에서 자주 발생하는 유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 자금 담당자의 장기적 횡령입니다. 회계·재무팀에서 회사의 자금을 지속적으로 유용하는 사례가 많으며, 단기간에 큰 금액을 빼돌리는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에 걸쳐 소액을 지속적으로 횡령하는 패턴이 일반적입니다.
처음에는 적은 금액을 빼돌리지만, 내부 감시가 소홀하면 점점 금액이 커지고, 결국 회사에 막대한 손실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회계·재무팀에서 회사의 자금을 지속적으로 유용하는 사례가 많으며, 단기간에 큰 금액을 빼돌리는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에 걸쳐 소액을 지속적으로 횡령하는 패턴이 일반적입니다.
둘째, 임원의 이해충돌과 배임입니다.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권자가 본인 또는 친인척과 연관된 업체와 거래하면서 회사에 불리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행위는 계약 당시에는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손실이 발생하고, 뒤늦게 감사 과정에서 적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는 이러한 행위의 고의성을 입증하는 것이 핵심이며, 내부 문서와 이메일 기록, 관련자 진술 등을 통해 배임의 성립 여부가 결정됩니다.
셋째, 내부 통제 부실로 인한 범죄 발생입니다. 감시 체계가 미흡한 경우, 기업 내 자금 유출이 장기간 방치될 가능성이 큽니다. 법인카드 사용 내역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거나, 허위 인건비 지급, 가짜 세금계산서 발행 등의 방식으로 기업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출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특히 중소기업이나 급격히 성장하는 스타트업의 경우, 내부 회계 시스템이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경찰 수사 경험상, 기업에서 횡령과 배임이 장기간 은폐되는 주요 원인은 내부 감시 시스템의 부재에 있었습니다. 횡령과 배임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내부 감사만으로는 부족하며, 체계적인 내부 통제 시스템이 필수적입니다.
4. 법무팀의 대응 방안
횡령과 배임을 예방하고, 발생 시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법무팀은 몇 가지 주요 조치를 고려해야 합니다.
첫 번째로, 내부 통제 시스템을 강화해야 합니다. 자금 관리 시스템을 개선하고, 법인카드 사용 내역과 자금 흐름을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업무 분리 원칙을 적용하여 동일인이 자금 집행과 승인 권한을 동시에 가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기업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규모 자금 집행의 경우 복수의 승인 절차를 거치도록 해야 리스크를 줄일 수 있습니다. 또한, 컴플라이언스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여 임직원들이 법적 리스크를 인지하도록 하는 것도 필수적입니다.
두 번째로, 내부 신고 제도를 운영해야 합니다. 내부고발 시스템을 도입하여 직원들이 익명으로 횡령·배임 의심 사례를 신고할 수 있도록 하면, 범죄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줄일 수 있습니다.
내부 신고가 접수되었을 때 즉시 감사 및 법무팀이 개입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특히 신고자의 신원이 보호되지 않으면 신고가 활성화되기 어려우므로, 철저한 보안 유지가 필수적입니다.
세 번째로, 사건 발생 시 신속한 조사 및 대응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횡령이나 배임이 의심되는 경우, 초기 증거 확보가 핵심입니다. 기업 내부에서 자체 조사를 진행하되, 필요 시 외부 전문가와 협력하여 감사 및 법적 검토를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특히 경찰 수사를 의뢰할 경우, 관련 서류와 금융 거래 내역을 명확하게 정리하여 수사 과정에서 불리한 해석을 방지해야 합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흔히 발생하는 문제 중 하나는, 기업이 초기 대응을 잘못하여 불필요한 법적 리스크를 키우는 경우입니다. 따라서 사건의 성격을 정확히 판단하고, 필요 시 민사적 대응과 형사적 대응을 병행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5. 마무리하며
기업 내 횡령과 배임은 단순한 법적 문제를 넘어, 조직 전체의 신뢰와 직결되는 중요한 이슈입니다. 법무팀은 단순한 사후 대응을 넘어, 사전 예방 시스템을 구축하고 실무적인 대응 역량을 강화해야 합니다.
저의 경험을 돌이켜보면, 횡령과 배임 사건은 대부분 내부 감시가 허술한 환경에서 발생합니다. 기업은 정기적인 감사를 통해 리스크를 점검하고, 법적 대응 매뉴얼을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법무팀이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면, 기업의 재무적 안정성과 대외 신뢰도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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