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경찰에서 연락이 왔다!’ – 기업이 수사의 대상이 되는 계기

기업과 수사의 교차점

기업 활동은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이지만, 법적·윤리적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최근 경찰이 기업 수사를 강화하는 추세를 보이며, 기업 법무팀과 경영진은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해졌습니다.

기업이 경찰 수사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기업이 이러한 리스크를 충분히 예측하지 못하거나, 사전 예방 조치를 소홀히 할 때 더욱 커진다는 점입니다.

수사기관의 조사는 기업의 평판과 경영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법적 책임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경찰 수사가 시작되는 주요 원인을 이해하고, 기업 법무팀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저는 9년간 다양한 경찰 수사를 경험하며, 기업 수사와 관련하여 어떻게 하면 수사에 대한 리스크를 줄이고 기업 활동을 영위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그러한 고민을 토대로, 이제 실무자들을 위한 뉴스레터를 발행하고자 합니다.

첫 주제는 기업이 수사의 대상이 되는 계기와 그에대한 대응방안 입니다. 이를 시작으로 앞으로 저의 경험과 노하우를 담은 뉴스레터를 통해, 불필요한 법률분쟁에 휘말리지 않는 탄탄한 기업 운영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도록 여러분들을 돕겠습니다.

기업 수사에 착수하는 주요 원인 5가지

수사기관이 기업의 법적 분쟁에 대해 수사에 착수하는 계기는 다양합니다. 아래에는 각 계기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사건과 그 사실관계 및 수사 경과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1. 내부 고발 및 내부 감사 결과: 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

사실관계: 2003년, SK그룹의 계열사인 SK글로벌이 약 1조 5천억 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내부 감사 및 고발을 통해 밝혀졌습니다. 회사는 손실을 숨기기 위해 재무제표를 조작하였으며, 이를 통해 투자자와 금융기관을 속였습니다.

수사 경과: 금융감독원과 검찰은 합동으로 수사에 착수하였으며, 주요 경영진이 기소되어 법적 처벌을 받았습니다. 이 사건은 기업의 회계 투명성과 내부 감시의 중요성을 부각시킨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2. 외부 감사 및 감독 기관의 발견: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

사실관계: 2018년, 금융감독원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를 부풀려 약 4조 5천억 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회계처리 방식을 변경하면서 발생한 문제로, 이를 통해 재무제표상 이익을 부풀렸다는 의혹이 제기되었습니다.

수사 경과: 금융감독원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검찰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와 관련 부서를 압수수색하고, 주요 임원들을 소환하여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수사 과정에서 회계 부정의 규모와 방법이 구체적으로 드러났으며, 관련자들은 기소되어 법적 절차를 밟았습니다.

3. 언론 보도 및 사회적 관심: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건

사실관계: 2015년, 대우조선해양이 약 5조 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습니다. 회사는 해양플랜트 사업에서 발생한 손실을 숨기기 위해 재무제표를 조작하였으며, 이를 통해 투자자와 금융기관을 속였습니다.

수사 경과: 금융감독원의 감리 결과를 토대로 검찰은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였고, 주요 경영진을 소환하여 조사를 실시하였습니다. 수사 과정에서 회계 부정의 규모와 방법이 구체적으로 드러났으며, 관련자들은 기소되어 법적 처벌을 받았습니다. 이로 인해 대우조선해양은 파산 위기에 처하게 되었고, 결국 2017년 한화에 인수되는 결과를 맞이하였습니다.

4. 경쟁사의 제보 및 민사 소송: 가구 담합 사건

사실관계: 국내 8개 가구 업체가 입찰 담합을 통해 가격을 조작한 혐의로 수사를 받았습니다. 이들은 특정 프로젝트의 입찰 과정에서 사전에 가격을 합의하여 경쟁을 제한하였습니다.

수사 경과: 검찰은 형사 리니언시 제도를 활용하여 수사에 착수하였으며, 관련 업체와 개인들을 기소하였습니다. 이 사건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와 별개로 검찰이 직접 수사에 나선 최초의 사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5. 고객 및 소비자의 신고: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건

사실관계: 2015년, 독일 자동차 제조사인 폭스바겐이 디젤 차량의 배출가스 테스트를 조작하여 실제 배출량보다 적게 표시되도록 한 사실이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조사로 밝혀졌습니다. 이 사건은 소비자들의 신고와 환경 단체의 문제 제기로 시작되었습니다.

수사 경과: 미국과 독일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폭스바겐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었으며, 회사는 막대한 벌금과 리콜 조치를 받았습니다. 또한, 주요 경영진이 사임하거나 기소되는 등 큰 파장이 일었습니다.

수사착수시 대응 전략

기업이 수사 대상이 되면 법무팀은 즉각적인 대응과 장기적인 전략을 동시에 고려해야 합니다. 조사 초기의 대응이 기업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 즉각적인 내부 조사 및 대응팀(TF) 구성

수사기관이 기업의 특정 사안을 조사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면, 가장 먼저 내부적으로 해당 사안을 철저히 조사해야 합니다.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는 법률 및 내부 자료를 분석하고, 수사 대상이 되는 부서나 인물을 파악해야 합니다.
필요 시 형사전문 변호사, 회계 전문가, 위기관리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대응팀(TF)을 즉시 조직해야 합니다.

(2) 직원 및 경영진의 대응 지침 마련

수사기관은 기업 관계자들에게 필요한 정보 획득을 위해 개별적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큽니다. 모든 임직원이 일관된 원칙 아래 대응할 수 있도록 법무팀이 가이드라인을 제공해야 합니다.
조사 대상자가 사전에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술하면 불리한 내용이 포함될 수 있으므로, 조사 절차에 대한 기본 교육이 필요합니다.
변호인 입회권, 진술 거부권 등 법적 권리에 대해 충분히 숙지시키고, 불필요한 발언으로 인해 기업이 불리한 입장에 놓이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정통한 전문 변호사의 법적조언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3) 증거 보존 및 법적 리스크 관리

수사기관은 증거인멸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하므로, 기업은 어떠한 경우에도 자료를 삭제하거나 변조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됩니다.
금융거래 기록, 내부 보고서, 회계 장부, 계약서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수사기관 요청 시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합니다.
내부 문건이 수사기관에 제출될 경우, 문서의 해석 방식이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으므로 법무팀이 이를 사전에 검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4) 수사기관과의 협력 여부 판단

기업이 전면적으로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일 경우, 수사기관이 더욱 강경한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저 또한 과거 수사업무를 할때, 피의자측이 비협조적인 태도를 고수할 경우, 더 강한 압박수단을 사용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수사기관이 요청하는 정보의 범위를 검토하고, 협조해야 할 부분과 방어해야 할 부분을 명확히 구분해야 합니다.
변호인을 통해 기업이 법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논리를 구축하고, 필요 시 자진 신고나 선제적인 내부 조사를 통해 감형 가능성을 검토할 수도 있습니다.

(5) 언론 및 대외 커뮤니케이션 전략 수립

수사 착수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 기업의 신뢰도와 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법무팀과 홍보팀은 협력하여 공식 입장을 정리하고, 불필요한 루머가 확산되지 않도록 미디어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합니다.
기업의 잘못을 인정해야 할 경우에는 신속하고 명확한 입장을 발표하는 것이 오히려 신뢰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사전 예방이 최선의 대응이다

기업이 경찰 수사의 대상이 되는 주요 원인은 다양합니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기업 내부의 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문제가 커지며, 사전 예방이 미흡할 경우 수사기관의 개입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기업 법무팀과 경영진이 이러한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내부 감사 및 준법 감시 시스템을 강화하고, 외부 기관의 감리 대응 절차를 정비해야 합니다. 또한, 언론과의 관계를 관리하고, 불공정 경쟁 및 소비자 보호 관련 법률을 철저히 준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기업의 법적 리스크 관리는 사후 대응보다 사전 예방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경찰 수사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평소부터 법무팀이 강력한 내부 통제와 준법 경영을 주도해야 합니다. 법적 대응이 필요한 순간이 오더라도, 탄탄한 사전 대비가 되어 있다면 기업은 법적 위험을 최소화하고 신뢰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기업에 대한 수사는 기업 운영에 있어 큰 위기이지만, 이를 예방하고 올바르게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법무팀과 경영진이 한발 앞서 법적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야말로, 지속 가능하고 안정적인 기업 경영의 핵심 전략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