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맛 팝콘] 2022 전주국제영화제 방문후기

안녕하세요 윤프🤴입니다. 울산영화제 이후 5개월만에 쓰는 영화제 특집입니다. 생각보다 갑자기 바빠진 현생과 여러 다른 이유로 인해, 오랜만에 직접 특집을 써보는 것 같습니다. 이번 특집은 바로 '제 23회 전주국제영화제' 방문후기입니다.

4월 28일 목요일, 저는 용산에서 전주로 향하는 기차를 탔습니다. 아직 취재를 시작한 것은 아니었죠. 그런데 이게 웬일, 용산에서 첫 사진을 찍게 되었습니다.

용산에서 전주영화제의 광고를 볼 줄은 몰랐는데요. 올해의 로고에 대한 제 첫 인상은 '북마케도니아'와 '코닥'이었습니다.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셋 다 같은 브랜드거나, 영화제 스폰서라고 생각할 정도로 닮은 것 같습니다.

뭔가 노란색과 빨간색의 강렬한 색조합이 이목을 끌기에는 정말 좋은 디자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썸네일 디자이너의 눈🧐) 다만 매년 바뀌는 것도 좋지만 베를린의 '곰', 칸의 '황금종려'처럼 하나의 고정적 브랜드가 없는 것은 또 아쉬운 점이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1시간 반, 요즘 영화 1편도 다 못볼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전주역에 도착했습니다. 거리두기 해제 + 봄 + 영화제의 3콤보로 인해 전주역은 용산과 크게 인구밀도가 다르지 않더군요.

택시를 타고 광장에 도착하자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조형물과 매년 있는 정육면체를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영화의 거리 쪽으로 향하자 작년과는 다른 느낌이 물씬 났습니다. 묘한 밝음이 느껴졌달까. (물론 비가 오지 않고 날이 맑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습니다만)

그리고 작년과 가장 달랐던 점은 바로 '전주 돔'이었습니다. 영화의 거리 뒤쪽 공터에 돔을 설치해 개막식 및 각종 이벤트를 진행해서 꼭 영화를 보지 않더라도 축제 같은 분위기가 났습니다.

개막식 시작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았기 때문에 저는 배지를 받으러 이동합니다. 배지의 강렬한 색도 마음에 들었지만, 더 마음에 든 것은 바로 빠방한 배지 패키지였습니다.(스프, 고구마 스낵, 초코샌드, 밤잼 등등 푸짐한 잿밥에 더 관심이 가는군요)

방에 들어와 패키지를 구경하다 보니 '꼭 개막식을 다 봐야 하는건 아니잖아?'라는(느긋한) 생각이 들어, 천천히 전주 돔으로 이동합니다. 코로나 이후에 이렇게 많은 인파를 본 것은 처음이었던 것 같은데요. 저는 가까이 가지는 않고 멀~리서 사진만 찍었습니다.

개막식 표를 받고 돔에 들어가자 Wow, '그래 이게 축제지'. 개막식은 만석이고, '형돈이와 대준이'는 축하무대에서 1집 명곡 <안 좋을 때 들으면 더 안 좋은 노래>를 불렀습니다. 무대가 꽤 신나버리는 바람에, 마음속에 순간적으로 '아 영화는 잘 모르겠고 음악 페스티벌이면 좋겠다'는 팝콘레터 에디터로서 불경스러운(?) 생각에 사로잡혔습니다.

🤴개막작 - 애프터 양(After Yang)

개막식이 끝나자, 이어서 개막작을 상영했습니다. 개막작 <애프터 양>은 미나리의 제작사 A24의 신작으로 <파친코>의 코고나다 감독이 연출을 맡았습니다. 공상과학 장르로, 입양한 동양인 딸을 위해 선물한 인간형 로봇 '양'이 작동을 멈추자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개인적인 감상은, 일단 돔의 음향이 너무 좋지 않았습니다. 행사를 위한 공간이라서 소리의 울림이 너무 심해서 싱크가 맞지 않는 스테레오 스피커로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영화 자체를 한마디로 줄이자면 '아트한 <바이센테니얼 맨>'. 감정을 실존한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지, 영혼과 감정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등 SF영화에서 많이 봤던 주제들을 다시 한번 다뤘달까. 제 취향보다는 조금 더 아트한 영화입니다.

첫날은 이렇게 마무리를 하고 다음날 오전 <윤시내가 사라졌다>를 보기 위해 영화의 거리 중간에 있는 씨네Q로 향했습니다. 대부분의 영화가 SOLD OUT이라는 스티커가 붙어있더군요. '영화제가 이렇게 잘 되니 보기 좋다'라는 생각과 '나 좀 보게 그만들 예약해;;;'라는 양가감정이 들어버렸습니다 하핫.

🤴한국경쟁 - <윤시내가 사라졌다>

가수 윤시내가 고별 콘서트를 앞두고 사라지자, 이미테이션 가수 '연시내'와 그녀의 딸이자 관종 유튜버 '짱하'와 또 다른 이미테이션 가수 '운시내'가 윤시내를 찾는 여정을 떠나는 내용입니다.

'그 음악은 제발 틀지 마세요 DJ~'로 영화가 시작하는 만큼 80년대 가요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더 잘 와닿을 것 같아요. 제가 예상한것 보다는 코미디보다 드라마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타인의 관심이 곧 나'라는 방향과 '타인의 시선은 상관없이 내가 좋아하는 나'의 고민이 매력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개막식 이후 첫 상영하는 작품이기 때문에 전주국제영화제의 이준동 집행위원장이 배우들과 함께 간략한 소개인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영화를 보기 전에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서 앞에 키가 크신 여성분이 서 있길래, '오 되게 장신이시네'라고 혼자 생각했었는데요. 아차.... 그 분이 바로 이 영화의 주연배우인 이주영 배우였습니다. 마스크만 없었으면...인사라도 한번....😥(다음에는 팝콘레터 티셔츠를 제작해서 영화제 기간 내내 입고 다니고 싶네요)

영화가 끝나고 저는 부대행사를 구경하기 위해 다시 전주 돔으로 향했는데요.(자꾸 돔, 돔 거리니까 특정 야구해설위원이 된 기분입니다. "이번 즌주영화졔 라인업이 챰으로 댸단하다 이르케 말할 수가 이쓰요") 하늘이 맑다 보니, 걷기만 해도 재밌더라구요.

돔 주변에는 여러 부스가 있었습니다. 앉거나 누울 수 있는 쉼터, 씨네코리아엑스포, 전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네이버, 세이브더칠드런 등의 부스가 있었구요. 아무래도 가장 인기가 있던 부스는 '하이트진로'더군요. 혼자 경품추천이라도 해볼까 하다가 아무래도 혼자 다닌다는 사실이 부끄러워서 말았습니다.

부대행사 취재를 마지막으로 저는 짧은 전주국제영화제 일정을 마쳤습니다. 저는 시간(그리고 예산)적 제한으로 모든 이벤트를 다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전주대담, 골목/야외 상영같은 행사가 많았는데요. 이번 취재에서 느낀 전주는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제대로 열리는, 영화를 매개로 하는 지역축제'이었습니다.

특별한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그저 밖에 다같이 모여있는 것만으로도 재밌었고, 전주시에서도 영화제를 위해 공을 많이 들인 느낌을 받았습니다. 영화제 주변에 경찰이 20명 넘게 있었던 것을 보면,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는 것이겠죠.

전주영화제는 5월 7일 토요일에 폐막합니다. 아직 어린이날, 금요일, 토요일 사흘이 더 남은 것이죠. 영화를 좋아하신다면 그리고 좋아하시지 않아도 어딘가 시원하게 다녀오고 싶다면 추천합니다. 그럼 저는 또 다른 영화제 특집으로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