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유럽(CineEurope) - 펜데믹과 엔데믹의 사이에서

안녕하세요 윤프🤴입니다. 오랜만에 발행되는 정규레터군요. 아직은 감이 돌아오지 않아 손가락 관절에 녹이 슨 느낌입니다.

몇번의 영화제 특집과 정규레터를 쓰고나니 벌써 6월의 마지막 날이 이틀 남았습니다. 2022년도 반바퀴를 돌았다는 얘기겠죠. 매번 얼만큼 지났다, 얼만큼 남았다 라고 말하며 시간의 속도를 상기시키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으나 매번 느낄때마다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 실감이 가지 않습니다. 어렸을때 들은 말 중 '10대에는 10km/h, 30대에는 30km/h, 50대에는 50km/h로 시간이 지나간다'는 얘기가 있었는데요. 이제 제 인생의 속도도 어느 정도 가속이 붙은 모양입니다. (난 브레이크가 고장난 8톤 트럭🚛)

오늘의 내맘추!☝️

윤프🤴

나의 픽은 <카메라를 멈추면 안돼!>칸 개막작인 <Coupez!>의 원작. 좀비영화를 제작하며 벌어지는 일들은 담은 영화로 제작비 3000만원(!)의 초저예산 영화. 실제 감독의 집, 감독의 자녀가 등장하고, 라이브 원테이크라는 기묘한 설정 등 B급적인 요소로 가득 차있으며 좀비영화로 시작해서 가족영화로 끝나는 액자식 구성의 영화.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으면 B급영화를 좋아한다면 추천(이미 보신 분들이 많을 것 같지만)

1. 씨네유럽(Cine Europe) – 팬데믹과 엔데믹의 사이에서

By 윤프🤴

6월 20일 바르셀로나에서 30회 씨네유럽(Cine Europe)이 진행되었습니다. 씨네유럽은 1992년부터 시작된 유럽의 영화 산업 트레이드쇼/컨벤션입니다. ‘씨네’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씨네마’, 즉 극장에 대한 논의가 중심이 되는 컨벤션입니다. 유럽의 영화산업 컨벤션 중 가장 오래된 씨네유럽에서는 올해 어떤 논의가 이뤄졌는지 살펴보시죠

🤴1.블록버스터를 넘어서

2022년에 들어 극장가가 회복세에 들어서긴 했지만 대부분 대형 블록버스터가 그 회복세를 이끌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 <탑건 매버릭> 그리고 국내에서 <범죄도시2>, <마녀2>가 흥행하듯 말이죠. 극장주들은 블록버스터 외의 중간규모의 드라마, 코미디 장르의 영화를 기다리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의 극장가도 돌이켜보면 마지막으로 ‘대박’이 난 코미디 영화는 <극한직업> 이후로는 없던 것 같습니다.

유니버셜은 행사에서 ‘모두를 위한 무언가’를 언급하며 슈퍼히어로물과 대형 IP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고 말했으며, 파라마운트, 소니 등도 같은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디즈니는 스튜디오 중 마지막으로 발표를 진행했는데, 디즈니의 저예산 및 예술영화를 담당하는 써치라이트 픽쳐스의 대표 Rebecca Kearey에게 긴 발표 시간을 배정하며 미스터리 영화 <See How They Run>과 영국 축구팀의 다큐멘터리를 각색한 <Next Goal Wins>등을 소개했습니다. 디즈니 또한 다양한 영화에 대한 제작, 배급을 넓혀가겠다는 메시지가 담긴 것이겠죠.

호주팀에 31-0으로 패배한 아메리칸사모아 축구팀의 이야기를 다룬 <Next Goal Wins>

그러나 극장에서 느낄 수 있는 ‘큰 스크린으로 보는 쾌감’은 액션, 블록버스터 장르에 편중되어 있습니다. 한 영화로 담기에는 짧아 드라마로 주로 제작되는 로맨스 장르 그리고 유튜브나 틱톡영상이라는 대체제가 확실한 코미디 장르가 현 시장의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2. 극장의 회복

극장이 회복해 간다는 이야기는 이제는 더 들으면 지겨울 정도로 현실이 되었습니다. 코로나 시대 극장산업이 어려워지자 OTT에 영화를 팔거나, 극장-스트리밍에 동시 개봉했던 스튜디오들은 극장이 회복세에 접어들자, ‘극장의 중요성을 잊지 않을 것’을 역설하며 지난 날의 선택을 자아비판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번에 소개해드렸던 씨네마콘에서도 그렇고, 씨네유럽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는 이어지고 있는데요. 유니버셜 픽쳐스의 이사 Niels Swinkels는 “다양한 개봉 형태가 있었지만 이러한 현상은 극장이 잠시 없던 산업의 진공상태에서 벌어진 일입니다.”라며 펜데믹이 끝나가면서 다시 극장의 힘을 느끼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여러 컨벤션을 통해 전달되는 메시지는 확실한 것 같습니다. 무너질 것 같던 기존의 영화산업의 질서(극장에서 가장 먼저 개봉하고 이어서 VOD, TV등에서 개봉하는 방식)가 굳건하다는 것이죠. 물론 극장에서 다음 채널로 가는 홀드백은 줄었겠지만요.

🤴3. 프리미엄 포맷

파라마운트 관계자는 “<탑건 매버릭>을 통해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프리미엄 포맷의 엄청난 성공을 목격했다. 4DX, Screen X, IMAX, ICE 또는 다른 프리미엄 포맷들이 전체 박스오피스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지금이야말로 어느 때보다 고품질 포맷에 투자해야 할 시기이다. 프리미엄 포맷을 통해 느끼는 극장경험과 집에서 보는 것의 차이는 명확하다”라고 발혔습니다.

Screen X 관람평이 좋은 <탑건: 매버릭>, 실제 비행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한다.

프리미엄은 이번 씨네유럽의 발표 주제 중 가장 많은 관심과 호응을 받은 주제였는데요. ‘다양한 영화가 필요하다’, 또는 ‘극장이 살아났다’와 같은 익숙하고 추상적인 주제가 아니라 실제 산업의 현장에서 사람들을 극장으로 이끌 수 있는 주제였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씨네유럽에서는 프리미엄 포맷을 조금 더 광범위하게 이해했는데요. PLF(Premiun Large Format, IMAX나 Screen X같은 크고 고품질의 화면 포맷)뿐만이 아니라 일반적인 극장상영과 차별점이 있는 럭셔리, 하이엔드, 비스포크 극장 포맷(CGV의 골드클래스, 롯데의 샤롯데관)까지도 포함시켜 ‘특수한 극장경험’을 줄 수 있는 포맷들을 포함시켰습니다.

모든 관객이 영화 컨셉과 맞춰진 '미스터리 박스'에 든 간식을 먹는 런던의 Edible Cinema.

그러나 프리미엄 포맷에 대한 응원과 동시에 프리미엄/일반 상영을 나누는 것에 대한 경각심 또한 있었습니다. Vue International의 CEO Steve Knibbs는 “극장 자체가 프리미엄한 경험이다. 특수관을 프리미엄하다고 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는 입장을 표했습니다. 특수관에 대한 열광이 일반관과 특수관을 이분법적으로 나눠, ‘특수관만이 극장 경험이며 일반관은 그저 큰 화면이다’라고 생각할 여지를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었죠.

이외에도 프리미엄 포맷으로 보지는 않지만 <아바타>로 한때 흥행했지만, 지금은 거의 사라진 3D포맷이 다시 한번 <아바타: 물의 길>로 인해 흥행할지도 논의가 있었습니다.

🤴4. 그 외의 주제들

이 외에도 많은 주제들이 다뤄졌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급격한 인플레이션, 계속되는 기후변화에 대한 논의가 오가며 ‘영화는 엔터테인먼트이고 예술이지만 동시에 공감을 자아내는 도구이다’라는 이야기와 함께 영화의 중요성이 강조되었죠.

지속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Growing Back Greener’(녹색으로 성장하기)라는 세미나가 열리고, 탄소배출 관련 NGO “Net Zero Now”의 Simon Heppner는 이 세미나에서 지속가능성은,

어렵다(산업마다 탄소 발자국을 생성시키는 방법이 다 다르기 때문에 목표와 방법이 다 다를 수 밖에 없다), 위험하다(잘못된 결정은 손가락질 당하고 그린워싱[실제로는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환경적인 척 이미지를 조성하는 것]이라고 비난받을 수 있다), 복잡하다(산업의 개개인들이 각자 자신의 문제를 파악해서 각자 자신이 해결해야 하므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비싸다는 것을 강조하며 산업 자체적으로 기준, 목표, 활동방향, 자격증을 지정해 시상식을 통해 이것을 보상을 전해야 한다는 의견을 말했습니다.

영화산업에서의 ‘지속가능성’ 또한 언젠가 ‘친환경’, ‘유기농’ 인증마크가 생길지 모릅니다.

하지만 전혀 언급이 되지 않은 주제도 있었습니다. 바로 중국 시장이었죠. 미국의 블록버스터 대부분이 아직도 개봉하지 못한 문제적인 중국 시장에 대해서는 그 어떤 스튜디오나 패널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미국 콘텐츠 사업자가 전부 사업을 중지한 러시아도 언급되지 않기는 마찬가지 였습니다. ‘영화는 예술이자 공감의 도구’라는 발표가 무색하게 사업적으로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정치적 발언은 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겠죠

여기까지 2022년 씨네유럽에 등장한 지금의 영화, 극장산업의 논제들을 정리해봤습니다. ‘ 펜데믹과 스트리밍 산업 부흥 -> 엔데믹과 극장의 부활’까지가 현재진행형인 논의들인데요. 과연 다음 영화산업의 큰 논제는 무엇일지, 기대가 됩니다. 제가 먼저 파악해서 여러분께 전달해드릴 수 있으면 뿌듯할 것 같습니다.

빠르게, 짧게 즐기는 [팝콘토픽🍿]

1. 낙태권 폐지, 미국 영화계를 흔들다😐

미국 대법원이 낙태권을 폐지하면서 영화 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디즈니, 넷플릭스, 컴캐스트, 파라마운트 등이 '직원이 낙태를 위해 다른 주로 이동을 해야한다'면 그 비용을 지불하기로 했다. 배급사 네온은 직접 NeonAction이라는 링크를 만들어 낙태권 보장을 지지하는 사이트를 만들기도 했다.

https://collider.com/disney-screen-actors-guild-neon-roe-v-wade-com...

collid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