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영화 <에에올>에 대한 짧은 단상👁️

안녕하세요 옥수수🌽 여러분, 영평🏃‍♀️입니다.

오늘은 지난번, '<미나리>와 <노매드랜드> - 할리우드의 제국적 응시' 라는 글로 여러분을 만나뵈었던 게스트 에디터 브래드🍞가 양자경의 멀티버스,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를 감상 후 정리한 짧은 단상을 공유해드립니다.

아래 브래드가 언급한 것 처럼 <에에올>은 보는이에 따라 다양한 해석과 여러가지 관점이 공존할 수 있는 작품이기에, 아직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은 살짝 알쏭달쏭하게 느껴지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스포일러 없는 글이기에 브래드의 감상을 먼저 접하시고 영화를 한번 봐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

어느덧 겨울의 끝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다가오는 봄에도 익사이팅한 일들이 구독자님을 기다리고 있기를!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 대한 몇 가지 생각들👁️

By 브래드🍞

영화 <에에올>은 손에 잡히는 것은 일단 닥치는 대로 때려 넣은 잡탕인 줄 알고 한 술 떴는데, 어라? 이것은 마치 어린시절 즐겨 봤던 만화 <요리왕 비룡>에서 산해진미를 맛보는 순간 같은 영화랄까?

클라이막스로 접어들수록 머리 속에 연분홍 빛 꽃잎들이 휘날리며 ‘아름다울 미’자를 널리 흩날리는 그런 영화. 정말이지 이렇게 재밌어도 되는건가? 이렇게 잘 만들어도 되냔 말이다!

세련되고 멋들어진 단어로 영화가 어쩌니 저쩌니 떠들기 앞서, 차마 질투도 안나는 이 탁월한 재능들에 경의를 표한다. 다니엘스 감독님들, 모쪼록 건강보단 영화가 우선이니 불철주야 열심히 작품 활동 해주시길!

<에에올>을 연출한 듀오 감독! 다니엘 샤이너트 (왼) / 다니엘 콴 (오). 둘은 대학 동문이라고 한다.

결국 ‘다정’만이 우리를 연결할 것이니…

이 영화가 매력적인 여러 이유들 중 하나는 기조를 이루는 멀티버스라는 컨셉만큼이나 ‘멀티’한 감상과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누군가에게는 오리엔탈풍의 SF 액션영화가 될 수도, 사춘기 딸과 엄마의 갈등과 해소를 그린 드라마가 될 수도, 또 누군가에게는 세상을 파괴하고 구원하는 여성 서사가 될 수도 있지 않은가?

하지만 영화 <에에올>은 다중 우주이라는 방대한 세계관과 그 속을 유영하는 에블린의 머릿수만큼이나 다양한 해석들을 결국 ‘다정’ 이라는 명료한 주제 앞에 일렬 종대로 집합시킨다.

꼬장꼬장한 세무 공무원 디어드리를 누그러뜨리는 것도, 불만이 가득한 세탁소 손님을 달래는 것도, 지독한 회의와 허무에 찌들어 우주 종말을 도모하는 조이의 마음을 녹이는 것도 결국 다정이다.

인류 역사상 고되지 않은 시절이 있기야 하겠냐만 그 어느 때보다도 다정 대신 냉철과 냉소를 생존 전략으로 택한 이들이 많은 작금의 시대에 다니엘스 감독은 웨이먼드의 입을 빌려 자신들의 가치관을 뚝심 있게 주창한다.

“내가 세상을 밝게 보는건 순진한 게 아니야. 그런 전략이 필요했을 뿐이야.” 혹자는 이토록 순진한 결말에 아쉬움을 내비치기도 하지만 잠시나마 우리도 작은 다정들을 모아 이 우주와 그 속의 수많은 ‘나’ ‘너’ 그리고 ‘우리’를 구할 수 있기를 꿈꾸게 한 것만으로도 이 영화를 사랑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오스카는 과연 양자경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길 것인가

영화 <에에올>이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 최다 노미네이트 작품으로 등극한 가운데 (총 11개부문), 영화 <기생충>부터 이어진 오스카의 이례적 행보가 올해도 계속 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이번에 배우 양자경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게 되면 아시아계 최초 수상 기록을 남기는 동시에 2002년 할리 베리가 여우주연상을 받은 이후로 유색 인종 배우로서는 두번째 수상이 되는 셈이다.

하지만 이 수상엔 최초라는 역사적 완장을 뛰어넘는 더 큰 의미가 있다. 여성 유색 인종 배우에게는 주로 조연상만 안기는 오스카의 오랜 아집인지 고집인지 모를 관습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 캐릭터들에게서 묘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관습적 여성성을 훌훌 벗어 던지고 성격도, 가치관도, 직업도 럭비공 마냥 어디로 튈지 모르는 다양하고 매력적인 백인 여성 캐릭터들 (주/조연을 막론하고 몇 가지 예시를 들어보자면 <결혼 이야기>의 로라 던, <아이, 토냐>의 엘리슨 제니, <노매드랜드>와 <쓰리 빌보드>의 프란시스 맥도먼드 등) 과는 달리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여성 유색 인종 캐릭터들은 “아직까지도” 엄마 또는 피부양자의 굴레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미나리>의 윤여정이 그랬고, <빌 스트리트가 말할 수 있다면>의 레지나 킹이 그랬고, <펜스>의 비올라 데이비스도 그랬다. 영화 속 그들은 주관과 주체적 행동력, 성장의 서사 없이 주로 남성인 가장의 그늘 안에서 보호받는 존재 혹은 기껏해야 그들을 보조하는 역할에 머물러있다.

하지만, 에블린은 다르다. 그녀는 고지식 할 지 언정 주관이 있고, 주체적으로 행동하면서 서사를 이끄는 동시에 영화 속 모든 주인공들이 그러하듯 변화하고 성장한다.

지금껏 오스카가 여성 유색 인종에게 부여하지 않았던, 혹은 인정하지 않았던 것들이다. 2023년 3월 12일, 과연 양자경은 (아니 오스카는) 다양성이라는 허울 좋은 슬로건을 넘어 진정 새로운 패러다임을 쓸 수 있을 것인가? 필자는 비관 대신 영화 <에에올>처럼 다정하고 따뜻하게 그 결과를 낙관해볼 참이다.

오스카 시상식에서 할리우드가 어떻게 '문화 심사자의 위치'에 서서 미국의 문화제국으로서의 입지를 확보했는지에 대한 더 자세한 고찰이 궁금하시다면, 아래 버튼을 클릭! 브래드의 또다른 글을 읽어보세요. 🏃‍♀️

미나리와 노매드랜드의 비교를 통해 보는 할리우드의 제국적 응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