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미나리>와 <노매드랜드>의 비교를 통해 보는 할리우드의 제국적 응시]

안녕하세요 옥수수🌽 여러분, 영평🏃🏻‍♀️입니다. 이번주는 약간 새로운 형식의 특집을 발행합니다. 또다른 게스트 에디터의 등장입니다!🤗

이번 글은 할리우드가 어떻게 '문화 심사자의 위치'에 서서 미국의 문화제국으로서의 입지를 확보했는지에 대한 고찰이 담겨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미나리>와 <노매드랜드>의 비교를 통해 할리우드의 비영어권 영화 속 아시아 여성을 향한 제국주의적 응시와 남성적 응시의 공모를 분석하는 내용인데요.

오늘 레터는 이 글을 통해 여러분께 인사드리는 게스트 에디터 브래드🍞의 논문의 일부를 발췌한 것임을 미리 알려드리며, 전문을 읽어보고 싶으신 분들을 위해, 레터 맨 아래 링크를 걸어두었으니, 브래드🍞의 멋찌구리한 영화 세계로 빠져보셔요.

할리우드의 제국주의적 응시 - 할머니와 노메드

By 브래드🍞

현시대의 페미니즘 영화 비평은 백인 중심의 시각에서 묘사된 비백인 여성이 아니라 그들의 시각에서 읽히고 수용되는 비 백인 여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관객들은 호기심과 욕망으로 자신들과 다른 그 무엇, 더 정확히는 대상(object)으로서 비백인 여성을 바라본다. 이때 백인 관객들의 응시는 타자에 대한 권위적 힘을 가진다.

이들의 응시는 식민지적 그리고 인종적 권력을 부여받은 하나의 힘이며 여성의 신체를 통제하는 강력한 방식이다. 그렇다면 영화 <미나리>와 순자는 어떻게 제국주의적 응시의 대상이 되었나?

우선 <미나리>는 아칸소에 정착하고자 분투하는 한국인 이민자 가족의 갈등과 봉합을 그려낸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로, 미국 제작사의 미국 자본으로 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주요 등장인물은 모두 한국인이며 영화속 대사도 90% 이상 한국어로 이루어져있어 비 영어권 영화로 볼 수 있다.

순자는 비영어권 영화의 비백인 여성 캐릭터로서 <미나리>의 모든 캐릭터 중 가장 타자이다. 순자를 응시하는 주된 주체인 데이빗에게 그녀는 가족 구성원 중 가장 낯선 대상인데 데이빗의 응시는 곧 미국 관객들의 응시로 이어지고 그 안에서 순자는 신비화, 타자화 (otherize)된다. 그녀를 타자화하는 주된 요소는 그녀의 문맹성이다.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앤과 데이빗은 ‘할머니는 글도 못 읽는다.’며 ‘진짜 할머니 같지 않다.’고 평가한다. 이에 앞서 가던 순자는 뒤돌아보며 ‘할머니가 좋다고? 고마워.’라고 말한다. 즉, 영어를 읽지 못할 뿐만 아니라 제대로 알아들을 수도 말할 수도 없는 것이다.

다음 쇼트에서 앤은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으며 프레임 아웃한다. 베네딕트 앤더슨은 국가 개념 형성이 모더니즘, 산업화, 문맹률의 감소, 대중문화의 확산과 함께한다고 주장하며 1600년대 영국의 본격적 신문보급이 영국의 상상 공동체(imagined nation community) 형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당시 여성의 문맹률이 상당히 높아서 상상의 국가에 여성은 포함되지 않았는데 이는 백인 공동체가 민족적 소수자를 소외시키는데도 비슷하게 적용된다. 즉 1600년대 당시 타자화의 대상이었던 백인 여성은 이제 더는 주류 집단에서 소외시킬 수 없는 존재가 되었고 이에 따라 백인 남성의 정상성을 증명 하기 위한 타자화의 대상에 순자와 같은 비백인 여성이 자리잡게 된 것 이다.

이와 더불어 데이빗이 말하는 ‘진짜 할머니’는 요리도 하고, 쿠키도 굽고, 나쁜 말도 안 하고, 남자 팬티도 안 입는 여성인데 순자는 그렇지 않다. 일각에선 이와 같은 특징들을 미국의 전형적인 할머니 스테레오 타입 탈피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이는 오히려 순자로 대표되는 비백인 여성을 신비화 함으로써 정상성에서 한참 벗어난 타자로 응시하는 데 이용된다.

류재형이 말한 것처럼, 데이빗과 앤에게 순자가 진짜 할머니의 전형에서 한참 벗어난 존재인 것처럼 ‘미국인의 입장에서 한국인을 포함한 이국인 이민자들은 국적상 미국인일 뿐 진짜 미국인이 아닌 것이다.’ 또한, 코린 콜럼파 는 영화 속 비백인 인물들에게 일정 부분 규정화된 고유한 열등함, 원시적 본성 등이 새겨지고 투영된다고 주장했는데 아이들에게 부적절한 놀이를 가르치고, 부적절한 언행을 일삼고, 프로레슬링을 보고, 마운틴 듀와 소변마저 구별하지 못하는 등 소위 ‘문명화’되지 못한 모습들 역시 그녀를 타자화시키고 제국주의적 응시의 대상으로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미국 뉴욕시장 후보로 나선 앤드루 양을 관광객으로 묘사한 뉴욕데일리뉴스의 만평

한편, 제국주의적 응시가 가장 잘 드러나는 장르는 민족지학적 영화(또는 민족지영화, ethnographic film)인데, 이는 한 문화에서의 인간의 행위를 다른 문화에 속한 사람들에게 해석 또는 소개해주는 영상기록을 일컫는다.

마치 박물관과 세계박람회에서 그러하듯 서구 관객들은 영화가 보여 주는 문화적 차이를 소비하고 자신의 민족성을 확인한다. 타인종과 타문화의 차이를 진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들을 상대화하고 신비화, 종속화함으로써 ‘우리’와 ‘외지인’이라는 상징적인 차이가 생겨난다.

<미나리> 는 장르적으로 봤을 때 민족지학적 영화라고 볼 순 없지만, 미나리를 보는 관객들의 태도는 그를 볼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콜럼파에 따르면 민족지학적 영화를 볼 때 관객들은 민족적 타자의 신체를 읽는 방법을 습득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들의 우월성을 재확인한다. 인종화된 신체를 관람하는 것은 서구 관객으로 하여금 그들의 ‘인종 없음(race-less-ness)’을 확인하게 하고 그들을 ‘안락의자에 앉은 정복자(armchair conquistadors)’의 지위에 위치시킨다.

대부분의 미국 관객들에게 윤여정은 처음 보는 동양인 배우이기 때문에 그의 몸짓과 대사, 자세 등은 배우 개인의 재연이 아니라 그가 속한 공동체의 재연으로 읽히기 쉽다. 류재형은 배우가 연기를 하고 그 연기에 어떤 태도를 비칠때 '의도와 상관없이 그/그녀가 속한 사회의 문화 내 지는 문화적 코드가 은연중에 주입’된다고 주장했다.

즉 <미나리> 속 윤여정은 자연스럽게 미국 관객들에게 한국 혹은 동양이라는 ‘상상의 공동체를 떠받치는 이미지의 담지자’의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미국의 관객들은 <미나리>를 볼 때, 마치 민족지학적 영화를 보듯이,극중순자가 보여주는 비문명화된 특징들을 동양인 여성의 신체에 투영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동시대의 영화 속 백인 여성은 어떻게 묘사되고 수용되는가? 명료한 비교를 위해 필자는 같은 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 을 수상한 배우 프란시스 맥도맨드가 분한 <노매드랜드> 속 펀(Fern) 캐릭 터를 분석하고 순자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집중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영화 <노매드랜드>는 미국의 부랑자(nomad)들을 다룬 동명의 다큐멘터리를 극화한 것으로 가족도, 직장도, 집도 잃은 백인 여성 ‘펀’의 노매드 생활을 건조한 시선으로 묘사한다.

영화의 기저를 이루는 사회 구조적 문제들, 극심한 빈부격차, 이를 보완할 복지 시스템의 부재, 그리고 투자와 투기의 모호한 경계 속 임계점에 당도한 자본주의 등 미국 사회에 축적된 모순을 향한 비판적 시선도, 최소한의 사회 보장 제도의 손길이 닿지도 못 한 언저리의 사람들을 향한 동정의 시선도 없다.

그저 주인공 펀의 발걸음을 따라 포근하고 안정적인 가정의 지붕의 아래에서 칼바람이 부는 대자연의 광활한 황야로 나아간다. 서부극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이 영화는 무에서 유의 개척과 정착이 아니라, 유에서 무로 유랑한다.

<노매드랜드>의 펀은 백인 여성으로서 제국주의적 응시의 대상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멀 비가 세가지로 분류한 영화의 남성적 응시에서도 상당 부분 벗어나 있다. 이 작품의 감독이 여성이라는점은 둘째치고 극중 펀을 대상화하며 판타지를 투영하는 남성 즉, 관객들이 나르시시즘적 동일시를 할 수 있는 극 중 남성 캐릭터가 부재한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조연급 등장인물 중 유의미한 분량을 차지하는 남성 캐릭터는 ‘데이브’가 유일한데 그의 응시는 내러티브에서 주도권을 지니지도, 펀을 시각적 쾌락의 도구로 대상화하지도 않는다. 이처럼 남성적 응시에서 벗어나 있는 <노매드랜드>가 재연하는 백인 여성상은 물리적 존재로서의 여성을 초월한 ‘무’의 상태 그 자체인데 이를 해석하는데 김현강이 분석한 슬라보예 지젝의 페미니즘이 상당히 유용하다. 슬라보예 지젝에게 여성은 ‘존재에 선행하는 무이자 현존에선 행하는 부재’를 뜻한다.

하지만 영화 <노매드랜드>가 제시하는 무와 부재의 장에는 여성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며 더 나아가 영화는 남성과 여성의 최소한 구별마저 소멸시키기를 시도한다. 아마존 공장, 끝없이 이어지며 횡단하는 컨테이너 박스들, 캠핑장 등으로 재연되는 법과 규칙의 세계 바깥에서 부유하는 노매드들에게 동물과 인간, 남과 여, 노와 소의 구분은 무의미하다. 주인으로부터 버려진 강아지부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베트남 전쟁 용사, 나이 지긋한 린다와 스웡키, 어린 히피들, 그리고 펀까지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스크린 위에서 등장과 퇴장을 반복한다.

남근의 유무로 구분되어 정형화된 남성성과 여성성이 마치 음과 양이 만나듯 주체(남성)와 타자(여성)로서 만나기를 시도하는 순간 (데이브가 펀에게 이성적 접근을 시도하는 순간), 펀이 애지중지하던 그릇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으로 펀을 상징계와 연결하는 유일한 매개체)이 깨지며 그들의 합치는 중단된다. 이렇듯 영화는 지젝이 말하는 라캉의 성구별 즉, ‘의인화된 성구분화와 단절’ 을 시도한다.

영화 후반부, 아들의 권유로 가정이라는 상징계로 회귀하는 데이브와는 달리 펀은 여동생과 데이브의 지속적인 제안에도 끝내 가정 입성을 거부한다. 라캉과 지젝은 여성을 존재론 및 주체 개념의 중심에 두면서, 포스트 구조주의가 상정한 절대적 타자가 아닌 상징계를 떠받드는 제로 기표의 자리에 둔다. 김현강은 라캉과 지젝의 여성론이 흔히 남근 중심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기존의 비판을 부정하며 오히려 주체와 타자의 이분법을 초월하고 여성을 존재론의 핵심적 문제로 다루며 ‘페미니즘의 논리를 급진화’시켰다고 평가한다. 제로 기표는 그 자체로는 의미가 없지만, 그것 없이 상징계는 존재할 수 없다. 마치 데이브가 남겨둔 구멍뚫린 돌처럼 펀이 떠난 상징계는 완전할 수 없다.

이렇듯 <노매드랜드>와 펀이 제시하는 백인 여성은 ‘전형적 여성성’이 라는 물리적 성구분이 지워진 급진적 존재로 마침내 남성적 응시로부터 자유로워진 반면 순자는 남근 없는 남성으로 여전히 가정이라는 상징계 내부에 존재하며 상징화할 수 없는 타자로서 극 중 남성 캐릭터(데이빗)와 서구 관객들에게 남성적 응시의 대상이 된다.

순자는 가정 내에 불안과 위태로움을 주입하고 결국 가장인 제이콥의 상징계, 질서, 규범 그 자체였던 창고를 불태우기에 이른다. 바로 이 순간 순자는 갑작스러운 질병으로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말을 제대로 할 수도 없는 가장 열등한 타자의 상태로 묘사되는데 데이빗은 이를 온몸으로 수용하며 가부장제라는 상징계를 견고히 한다.

이 지점에서 서구 관객은 성별을 떠나 제국주의적 응시의 주체가 되고 그 객체인 순자를 통해 그들의 위치와 우월성을 재확립한다. 류재형은 ‘창고에 불을 내고 가족을 떠나려는 순자를 데이빗이 붙잡는 클라이맥스는 타자를 포용하는 주체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면서 이민자들의 나라로서의 미국의 정체성을 재현한다.’고 분석했다.

같은 해 아카데미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영화 <프라미싱 영 우먼>에서 백인 남성들은 여성을 성적 대상화한 것에 대한 징벌로 주인공 캐시의 복수와 응징의 대상이 된다. 다수의 할리우드 영화들이 관습적으로 여성의 신체를 파편화했던 것처럼, 영화 오프닝 시퀀스는 남성의 특정 신체 부위를 클로즈업하고 몽타주로 엮어 대상화시킨다. 이처럼 영화는 몇 가지 단편적인 전복을 통해 남성적 응시 거부하기를 시도한다.

또 다른 영화 <더 파더>를 살펴보자. 치매 걸린 노인이 겪는 혼란과 공포를 스릴러 장르로 풀어낸 이 영화는 미국 사회의 무너진 백인 남성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노매드랜드>, <프라 미싱 영 우먼> 그리고 <더 파더> 세 가지 미국의 로컬영화가 재연한 백인 남성은 마침내 가부장적 상징계에서 누리던 전통적 입지를 잃고 쓸모없이 부유하는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미나리>의 순자는 일종의 돌파구 즉, 잃어버린 백인 남성의 주도권을 되찾고자 하는 욕망의 기표로서 작동한다. 캐플란은 할리우드의 타자 재연은 무의식적으로 식민주의적 상상을 반영한다고 주장했다. 즉, 할리우드와 서구 관객이 타자를 재연하고 수용하는 것은 그들을 제대로 이해하려고 한다거나, 그들과 함께하고자 하는 시도가 아니라 타자를 서구의 진리에 편입시키고 하는 욕구인 것이다.

즉, 타자 포용이라는 미국의 정체성을 재현한 <미나리>의 클라이맥스는 사실 진정한 의미의 수용이라기보다 현시점의 미국 로컬영화에서 재현할 수 없는(혹은 하지 않는) 구시대적 가치관의 명맥을 이어갈 하나의 구실로 작동하는 것이다.

*이어지는 글은 아래 링크를 통해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할리우드의 제국적응시: 영화 미나리를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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