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기울어진 지구 위에 선 우리는 한참 동안 서로의 손을 맞잡고 한 발짝 한 발짝 내려간다 아래로 아래로 아래. 이곳의 우리도 이상한 듯 싶다. 마치 어느 외국의 유명한 탑처럼 건물 차 신호등 도로 지나는 모든 것들이 이상한 듯 여겨진다. 네 옆에 선 나도 내 옆에 선 너도 이젠 어느 쪽이 왼쪽인가 오른쪽인가 하는 것들은 까맣게 잊어버렸다. 아니, 네가 내 옆에 서있긴 하던가. 어쩌면 내 앞에 네가 서 있는 걸지도 모른다. 그믐에 치우쳐진 하늘이 내는 빛은 아슬하게도 새어 나오고 있다. 너와 나는 서로의 눈에 손을 올려 놓고 하늘 사이 비스듬히 빛나는 별의 이름을 맞추자고 내기를 건다. 고개를 구십도로 꺾어 하늘을 올려다 봐도 그 자리에 북극성은 보이지 않는다. 아니, 그보다도 더 꺾어야만 밝게도 빛나는 북극성이 제 모습을 드러낸다. 너는 아직도 한 눈을 가린 채로 고개가 넘어갈 만큼 하염 없이 북극성을 쫓고 있다. 꼭 그 모습이 밤하늘 속을 뛰어다니는 소년만 같아 나는 그만 지겨워져 내렸던 손을 다시 한 눈 위에 올리고 북극성의 자취를 쫓아 간다. 기울어진 지구 위 기울어진 고개로 기울어진 우주를 헤엄치는, 별빛 밤바다를 유영하는 너와 나.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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