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자의 지옥에서 만난

수첩 위의 사각대는 연필 소리

2022.10.24 | 조회 2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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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무슨 색깔로 사랑을 꿈꾸었을까

너에게 하고 싶은 말들

글을 쓰는 것은 무엇을 위함입니까? 앳된 손, 마이크를 꽉 쥔 까까머리 소년의 안경이 반짝였다. 웃음을 지으며 대답을 고르는 이는 종이를 매만지며 소년을 응시한다. 아, 곡선을 그리며 내려가는 눈꼬리에 매달린 호기심이 울렁였다가 한때 열망하던 연인의 얼굴을 겹쳐보고는 고개를 숙였다 올린다. 내가 글을 쓰는 것은 거창한 사랑시를 쓰기 위함도 아니고 누군가를 위로하기 위함도 아닙니다, 이윽고 받아 적는 수첩 위의 사각대는 연필소리. 까까머리 소년은 답변에 만족하지 못했는지 두 눈동자 위 물음표를 띄워 놓고 빤히 정면을 응시하다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두어번 끄덕였다. 장내의 웅성이던 인파가 떠나고, 소년은 카메라를 들여다보며 화면 속 정열을 응시하고 있는데-그는 그 탓인지 어느새 제 코 앞까지 다가온 인기척을 느끼지 못하였다. 그래, 이거 잘 찍었네. 이걸로 사진 올려줘요. 능숙하게 말을 건네는 이의 기척에 깜짝 놀라 소년은 어깨에 맨 가방을 놓치고 만다. 소년, 그를 응시하던 이는 가방을 주워 품에 안겨주며 다시 한 번 이름을 묻는다. 한 번 더 말해주시겠어요? 인터뷰어와 인터뷰이의 관계가 아닌 만남의 관계에서요. 소년은 당황해 입을 다물지 못했고 앞에 선 이는 마냥 실실 웃으며 소년의 곁을 지키고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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