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67] 🍄 취향이 통하면 마음의 장벽은 금세 녹기 마련

안녕하세요, 로이🍄입니다. 지난 레터를 제주에서 보내드렸는데요. 충격적이게도 여전히 제주에 있답니다. 3주 전 제주는 갑작스럽게 내리는 비와 높은 습도 때문에 힘들었는데, 지금 제주는 작열하는 태양 덕분에 더위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지요. 지구온난화를 생각하면 에어컨 사용을 자제해야겠지만, 지금만큼은 에어컨을 발명하신 위대한 캐리어 선생님을 찬양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이 무더운 여름을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8월이 시작된 만큼 본격적인 여름휴가를 보내고 계신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요. 일상에서 탈출해 어느 멋진 곳으로 향하실 수도 있겠고, 집이 최고의 휴양지라 편안하게 머무르시는 분도 계실 것 같습니다. 어디서 어떤 휴가를 보내든 최고의 순간을 만끽하시길 바랍니다. 

오늘도 요즘 즐겨듣는 음악으로 골라 왔습니다. 부디 여러분의 취향에 닿길 바라요. 서로 통하는 취향이 있다면 또 즐겁게 이야기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또 마음에 드셨다면 휴가를 즐기는 시간 동안 한 번 들어보셔도 좋겠습니다. 그럼, 오늘 추천곡도 어서 만나보시죠!

📧 추신, PRIIISM 뉴스레터는 상단의 '🌏웹에서 보기' 버튼을 누르면 보다 쾌적하게 읽으실 수 있습니다.

🍄 ZARD - 負けないで

PRIIISM을 쓰다 보면 괜히 아끼고 싶은 뮤지션들이 있다. 좋아해서 자랑스럽게 소개하고 싶은데 아끼고 싶은 마음에 다른 뮤지션이나 노래를 소개하는 그런 마음. 나와 같이 매주 음악 고르기에 진심인 숑🌻과 콜리🥦 모두 그러할 것이다. 그런 마음을 참다 못해 결국 꺼내어보게 되는데, 오늘 소개할 ZARD가 그렇다. 일본의 (사실상) 1인 밴드 ZARD는 사실 나보다는 조금 윗 세대의 형, 누나들에게 마치 전설 마냥 회자되곤 한다. 특히, ZARD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사카이 이즈미의 압도적인 인기는 90년대 중반 그 시절을 넘어 지금도 주기적으로 언급되고 있다.

J-Pop에 특별한 관심이 없었던 내가 ZARD를 제대로 본 것은 독특하게도 비행기 안이었다. 당시 나는 첫 유럽 여행을 위해 파리까지 가는 항공권을 구매했는데, 몇 푼 아껴보겠다고 일본 국적항공기 ANA를 이용했다. 지금 생각하면 꽤 미친 생각이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인천에서 출발한 비행기는 항로를 거슬러 도쿄를 경유해 다시 파리로 가는 경로였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14시간 넘는 시간에 도쿄 왕복 4시간을 더한 것이다. 그땐 어렸고 가진 것이 많지 않았으니 그게 합리적인 결정이었다.

18시간이 넘는 긴 비행시간을 함께해준 것이 바로 ZARD의 추모 콘서트였다. ANA에서 제공해 주는 콘서트 실황 영상에 우연히 ZARD의 영상을 발견했고 시간도 때울 겸 튼 영상 덕분에 오랜 비행이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 무엇보다 전설로 내려오던 사카이 이즈미라는 아티스트의 진가를 알 수 있었다. 왜 그녀가 당시에 별다른 방송 활동이 없었음에도 지금까지도 엄청난 인기를 자랑하는지,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 뒤 많은 사람들이 그리워하는지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 J-Pop 감성이 사랑받는 요즘, ZARD의 음악도 한번 들어보자. 시작은 뭐가 좋을까? 역시 가장 대표곡이 좋겠다. 일본의 국민가요이자 대표적인 응원곡 <負けないで(지지 말아요)>다. 

🍄 jisokuryClub - fishing fishing

나는 PRIIISM의 필진 중 한 명이지만 동시에 열렬한 구독자이기도 하다. 숑🌻과 콜리🥦가 추천하는 음악에 많은 영감을 받기도 하는데, 최근엔 숑🌻이 추천한 지소쿠리클럽(jisokuryClub)의 음악에 푹 빠졌다. 여름을 꼭 닮은 이들의 음악 덕분에 그저 폭염에 지치기만 했던 여름이 낭만이 더해졌다. 최고의 낭만은 지난 주 수요일 여름밤이었다. 

종종 만나는 러닝 크루 친구들과 밤 9시경에 모여 경복궁 담벼락을 한 바퀴를 돌았는데, 경복궁의 아름다운 분위기 때문인지 괜히 집에 가기 싫더라. 그래서 크루들을 집에 데려다 줄 겸 다 같이 차에 태워 내부순환도로와 동부간선도로 드라이브를 즐겼다. 자정이 가까운 시간까지 기온은 30도, 그야말로 열대야였다. 창문을 활짝 열고 뚜껑도 시원하게 열었다. 바람을 맞으며, 지소쿠리클럽의 <fishing fishing>을 틀었다. 숑🌻이 언급한 것처럼 그들의 정체성인 ‘캠핑록 피싱팝'에 딱 맞는 주제가 같은 노래다. 낭만 가득. 그래 이게 여름이지. 

고맙게도 지소쿠리클럽의 활동력이 매우 왕성하다. 당장 이번 주에 펼쳐질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도 참여한다. (부러운 숑🌻…) 이어서는 단독 콘서트에 제주 그리고 부산에서의 페스티벌에서도 그들을 만날 수 있다. 최근에 무척 바쁘지만 오랜만에 페스티벌 하나는 꼭 가보려 하는데, 제주든 부산이든 꼭 지소쿠리클럽을 만나 이들과 낭낭하게 여름을 보내고 싶다.

🍄 Billie Eilish - BIRDS OF A FEATHER

가급적 새로운 아티스트, 새로운 곡을 소개하고 싶은데 매번 그러기는 쉽지 않다. 오늘 소개할 마지막 노래의 아티스트도 몇 번 PRIIISM에서 소개한 빌리 아일리쉬다. 나름의 합당한(?) 변명은 있다. 부디 들어봐 주시길. 최근 출장으로 장기간 제주에 머물고 있는데, 어쩌다 한 바(Bar)를 발견했다. 기린 생맥주를 판다는 말에 미칠듯한 더위로 지친 기운을 북돋고자 문을 두드렸다. 자그마한 가게였다. 아늑한 분위기에 Bar 형태의 카운터석으로 안내를 받았다. 카운터석 옆자리엔 이미 고양이 조제가 이미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곧장 맛있는 음료와 식사를 주문해 혼자만의 시간을 즐겼다.

배경 음악으로 빌리 아일리쉬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다음 곡도, 그다음 곡도 계속 빌리 아일리쉬였다. 그녀의 음악만 주구장창 흘러나왔다. 사장님께 여쭤봤더니 빌리의 팬이라고 하신다. 특히 이번 새 앨범 [HIT ME HARD AND SOFT]이 너무 좋다면서 엄지척을 들어 보이셨다. 나 역시도 PRIIISM에서 이미 소개했을 정도로 이 앨범을 너무 좋아했기에 사장님과 이런저런 수다를 나눌 수 있었다. 

빌리로부터 시작된 수다는 맛집 추천, 일과 삶, 그리고 MBTI와 사주팔자까지 이어졌다. 취향이 통한다는 것은 이렇게 즐겁고 신기한 일이다. 처음 만난 관계에서도 배리어가 옅어지고 뭐든 이야기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안정감이 생기니 말이다. 다채로워진 수다는 가게 마감까지 이어졌고 덕분에 힘든 출장 기간 동안 나름의 활력과 재미를 찾을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이 빌리의 노래 덕분이니 어떻게 빌리를 선택하지 않을 수 있을까. 여러분께 요즘 가장 많이 듣는 <BIRDS OF A FEATHER>의 라이브 버전을 마지막으로 소개한다.

🎤 이번 주 소개드린 노래와 글은 어떠셨나요?

링크로 자유롭게 의견을 남겨주세요. 👉🏻 https://forms.gle/fCh3VBhXtHCCkaci8

📬 PRIIISM은 3인의 발행자가 매주 순차적으로 발송합니다. (숑-콜리-로이 순)

📌 PRIIISM이 마음에 드셨나요? 그럼 수줍게 구독과 공유를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