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66] 🥦 그런 날 있잖아 음악에 흠뻑 젖고 싶은… 그런 날

반갑습니다, 콜리🥦입니다. 3주 전 편지에서 장마 이야기를 했었죠. 어느덧 매우 덥다는 뜻의 절기인 대서(大署)를 지나고 있습니다. 더위의 절정을 지나고 있는 걸까요. 태양이 살을 태우리가도 할듯 이글이글 내리쬐고 있네요. 그런가 하면 검은 구름이 드리워지더니 굵은 비가 쏟아지기도 하고요. 요란한 계절입니다.

우리 마음도 때론 축축하고 지치는 날도 있기 마련이겠죠. 실은 요즘 날씨만큼이나 한치 앞을 알 수 없어서 고생스러웠습니다("웠"이라는 과거형 표현에, 이 편지를 구독자 님이 열어보실 때쯤엔 상황이 이미 해소되어버렸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봅니다). 별 일까지는 아니고 일 때문에요.

저는 스트레스가 다소 심해지면 도지는 증상이 있습니다. 간만에 그 증상을 느끼면서 불편해하던 와중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아, 스스로를 챙기라고 몸에서 보내는 신호구나. 가능한 만큼이나마 신경을 다른 쪽으로 돌리려고 했습니다. 몸과 마음을 환기하는 것이죠. 환기할 때 함께했던 음악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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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ic - Le Freak

그동안 PRIIISM에서 기타 '쨉쨉이' 주법을 몇 차례 언급해왔다. 훵크(Funk), 디스코(Disco)에 주로 활용되는데, 영어로는 '청키하다(Chunky)'고 표현한다. 이 청키 주법의 대부가 나일 로저스(Nile Rodgers)다. 나일 로저스가 이끄는 밴드 시크(Chic)는 70~80년대가 전성기였지만 나일 로저스의 '손맛'은 예나 지금이나 장르와 국적을 불문하고 수많은 뮤지션들이 찾았고 찾고 있다.

<Le Freak>은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총 6주 동안 1위를 기록한 시크의 대표 곡 중 하나다. 1978년 발매되어 디스코, 훵크를 상징하는 앨범 중 하나가 된 [C'est Chic]에 수록되었다. "Ah- freak out! / Le freak, c'est chic"하고 반복하는 경쾌한 후렴구는 금방 따라할 수 있다. 나일 로저스만의 감칠맛 나는 기타 연주와 쫄깃한 베이스 연주에 어깨가 절로 들썩여진다.

나일 로저스 연주를 실제로 들을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나일 로저스가 애당초 세계 각국으로 아주 활발하게 투어를 다니는 것과는 거리가 먼 데다, 1952년생이라 칠순을 넘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세상에나 얼마 전 나일 로저스와 시크 내한공연이 발표되었다! 공연은 9월 하순이다. 나일 로저스 기타에 몸을 맡길 생각에 벌써부터 몸이 둠칫둠칫 리듬을 탄다.

🥦 Jordan Rakei - Trust

언제였더라, 조던 라케이(Jordan Rakei)를 처음 만났을 때가. 아마 2~3년 전쯤 되었을 것이다. 재즈(Jazz)의 본거지와 다름 없는 블루노트 레코드에서 2020년에 [Blue Note Re: imagined]라는 앨범을 냈다. 재즈 명곡을 신진 뮤지션들에게 재해석을 맡긴 리메이크 앨범인데, 거기서 그를 알게 되었다.

그 앨범에서 조던 라케이는 도널드 버드(Donald Byrd)의 <Wind Parade>를 한결 리드미컬하고 세련된 감각으로 재탄생시켰다. 이후 조던 라케이는 '뭐 새로운 거 없나?' 싶을 때면 검색해보는 이름 중 하나가 되었다. 조던 라케이 음악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비트(Beat)다. 드럼은 물론이고 각종 퍼커션(Percussion)으로 다양한 소리를 연출하고 박자를 쪼갠다.

<Trust>도 귀가 즐거운 곡이다. 드럼이 16비트로 하이햇과 스네어를 두드리며 음악 형태를 만든다. 거기에 리드미컬한 베이스라 얹어지고 관악이 그루브를 북돋는다. 참, 앞서 말한 비트에 더해 특유의 염소 바이브레이션도 조던 라케이 음악의 특징 중 하나다. <Trust>는 지난 5월에 발매된 그의 다섯 번째 정규 앨범 [The Loop]에 수록되어 있다.

🥦 Cigarettes After Sex - Holding You, Holding Me

자기 고유의 이미지를 만드는 것은 모든 뮤지션, 모든 예술가, 어쩌면 우리 모두가 바라는 것일 테다. 시가렛 애프터 섹스(Cigarettes After Sex)는 데뷔 할 때부터 그들만의 색깔이 매우 뚜렷했다. 말하자면 완성형 뮤지션이라고나 할까. 야릇한 밴드 이름에서 연상되는 이미지와 음악, 심지어 앨범 커버까지 단일한 이미지로 꼭 맞아 떨어졌다.

'완성형'이라는 표현이 완벽하다는 뜻은 아니다. 결함이 있을지언정 그 자체로 다 만들어졌단 의미에 가깝다. 시가렛 애프터 섹스 음악이 대개의 신인 뮤지션처럼 '날것' 느낌이 없다는 점은 달리 보면 발전 가능성 또는 다양성에 대한 한계가 예상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로 그들의 2집 [Cry]는 1집과 별로 다를 게 없어서, 1집 같은 호평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이도 저도 아닌 음악을 시도하다 사라져버리는 가수가 얼마나 많은가. 자신만의 색깔이 분명하다면, 그것을 좋아하는 이에게는 언제고 환영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시가렛 애프터 섹스가 최근 3집 [X's]를 발매했다. 5년만의 신보다. 음악은 물론이고 앨범 커버(우리나라 사진가 민병헌의 작품이라고 하니 괜히 더 반갑다)까지, 그들 고유의 감성이 여전히 그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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