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90] 🌻 새해 마음을 울렁거리게 한 노래들

한 주도 잘 지내셨나요? 숑🌻입니다. 마침 레터를 보내는 오늘은 올해 중 가장 무시무시한 한파가 찾아온 날인 듯합니다. 모두모두 감기 조심하시고, 각자의 자리에서 새해 복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참 너무하게 춥네 싶으면서도 '원래 겨울은 이랬지, 추우니까 겨울이지' 생각하며 이 계절만의 장점을 발견하려 노력하는 요즘입니다.

다들 2024년 잘 보내주고 새해를 맞이하셨나요. 저는 연말에 별안간 긴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캐나다 밴프(Banff)라는 지역으로 크리스마스 이브날 출발해 한 해 마지막 날까지를 보내고 새해 첫날 인천에 도착하는 일정이었어요. 새삼 뭘 하지 않더라도 '연말'이란 사실 자체가 크나큰 도파민을 준다고 느꼈어요. 이렇게 낯선 곳으로의 여행, 하물며 연말이라니 그곳에 줄곧 있으면서도 그만큼의 고자극(?)은 충분히 소화하기가 어렵더라고요.

한국에 돌아와 남들보다 늦은 연말결산도 마치고 나니 이제야 차차 새해를 시작하는 느낌이 듭니다. 2025년은 어떤 모습일까요. 인위적인 날짜의 구분이지만 모름지기 뭔가를 기대하고 목표를 설정해야 일상의 징검다리를 건너는 재미가 있는 거겠죠. 새해의 두 번째 목요일도 어김없이 나눠 듣고 싶은 노래 세 곡을 소개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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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우림 -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2005년 발매한 자우림의 [청춘예찬] 앨범을 처음 알게 한 곡은 <Starman>이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데이빗 보위의 그 노래를 자우림도 불렀다니. 김윤아의 목소리로 흐르는 <Starman>은 또 다른 느낌으로, 자우림(紫雨林) 밴드의 이름과 비슷하게 자색 우주를 유영하는 것만 같았다. 동일한 앨범에 수록된 이 노래 <누구라도 그러하듯이>를 발견하고는 당연히 자우림의 노래인 줄만 알았다. 익히 알던 자우림의 어둠, 서늘한 처연함, 철학적인 가사, 그런 와중에도 찬란하게 비치는 빛줄기 같은 것들이 너무나 생생했으니까.

알고 보니 [청춘예찬]은 자우림이 즐겨 듣고 사랑하던 곡들을 리메이크한 곡 위주로 채워진 앨범이었다. 그들에게 영향을 미친 노래 중에서도 자우림의 색깔에 맞게 부를 수 있는 곡으로 추렸다고 한다. 정확히 알 순 없지만, 꽤 즐거운 작업이었겠다는 생각도 든다. <누구라도 그러하듯이>의 원곡은 1979년 배인숙(펄시스터즈), 그보다 앞선 원곡은 알랭 바리에르라는 프랑스 가수가 1968년 부른 샹송 <Un Poete>다. 제목처럼 시인에 대한 노래인데 가사가 표현 그대로 예술이다. 

🌻 김오키 & 진수영 & 전제곤 - 점도면에서 최대의 사랑

첫째, 가사 없는 노래의 매력. 일단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부른 이상 음악을 들을 때 가사는 감상에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노랫말과 음율에 따라 작사가의 의도가 담긴 심상이 머릿속에 피어난다. 가사가 없는 경우라면 그나마 제목에서 감상의 힌트를 얻을 수밖에 없다. 둘째, 긴 노래가 주는 안정감. 요즘 같은 숏폼의 시대에 7분, 10분이 넘어가는 노래는 귀하다. 뭐랄까 나는 창작자의 자신감을 느낀다. 이 음악을 표현하기에 내게 이 시간은 꼭 필요했어, 그런 느낌.

색소포니스트 김오키의 <점도면에서 최대의 사랑>을 들으며 오랜만에 위 두 가지 감상을 느꼈던 것 같다. '점도면'이 뭔지 짐작도 가지 않고 어떤 사랑을 말하고 싶다는 건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생소하고도 묵직한 악기의 소리를 따라, 단편소설처럼 이어지는 노래의 서사를 따라 집중하다 보면 10분이 넘는 재생 시간이 어이없을 만큼 빨리 끝난다. 이 노래의 라이브 영상을 보고 김오키의 공연도 궁금해졌다. (참고: 김오키 '뻐킹'매드니스라는 팀명 때문에 연령 제한 동영상이다.)

🌻 ZARD - DAN DAN 心魅かれてく

연말에 여의도 더현대서울에 들렀다가 우연히 드래곤볼 팝업스토어를 맞닥뜨렸다. 우와! 하고 들어가자마자 매장 스피커로 흘러나오는 이 노래를 듣고는 과장 없이 가슴이 확 울렁거리는 느낌을 받았다. 오래 전 투니버스의 화면, 텔레비전 앞에 달라붙어 만화를 보던 옛날 집과 조그만 나, 그때의 냄새와 온도 같은 것이 한번에 밀려드는 느낌. 현장에는 다 큰 아저씨가 아이에게 휴대폰을 건네며 "아빠 찍어줘" 하곤 설레는 표정으로 사진을 남기는 모습이 보였다.

여운을 곱씹다 보니 그 시절 보던 만화부터 청소년 드라마들이 줄줄이 떠올랐다. 요정 컴미, 매직키드 마수리, 반올림 같은 것들. 새삼 어릴 때 보고 들은 미디어와 그 안의 메시지가 지금의 내게 영향을 남겼다는 사실을 알았다. 정의롭고 정직한 주인공, 친구들과의 연대와 우정, 삶에 대한 응원과 극복... 하나같이 반듯하고 곧은 마음들이다.

드래곤볼GT의 주제곡, 그러니까 원곡 <DAN DAN>은 'Field of View'라는 밴드가 불렀고 ZARD는 작사를 맡았다. 이후 본인이 부른 버전으로 앨범에도 수록했다고 한다. 지금도 이 노래를 반복해 들을 때마다 그날 느낀 울렁거림과 어릴 적 가사도 모르고 흥얼거리던 애니메이션 주제가들이 재생된다. 늘상 어린 청춘의 모습으로 수명이 긴, 딱 이런 음악들이 요즘 들어 더 반갑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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