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43] 🥦 어지러운 나날을 버티게 할 연대의 노래

반갑습니다, 콜리🥦입니다. 구독자 님은 요즘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저는 어수선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우선 일터에 변화가 생겼거든요. 조직이 개편되고 사람이 오가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웃지 못할 후폭풍이 있었고요. 사무실 구조를 바꿔야 해서 파티션을 분해하고 옮겨서 조립하느라 땀을 삐질삐질 흘리기도 했습니다. 다소 새로워진 환경에서 새 업무를 맡게 되니 묘한 긴장감도 들고 아직 어색하기도 하고 그러네요. 할 일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적응해 있겠죠.

시야를 넓혀볼까요. '다이내믹 코리아'답게 우리 사회에 지난 3주 동안 여러가지 일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제20대 대통령 선거로 전국이 시끌벅적했죠. 결과가 정해졌으니 지지했든 지지하지 않았든 이제 당선자가 국정을 잘 이끌기를 바라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가 하면 전국 여러 지역에서 산불이 아주 크게 났죠. 현장을 담은 영상을 몇 개 봤는데 끔찍하다 못해 공포스럽기까지 했습니다. 화마로 피해입은 분들께 어떻게 하면 힘을 드릴 수 있을까요. 해외로 시선을 돌려보면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고 있네요.

편치 않은 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니 문득 마음이 조금 슬펐습니다. 하지만 어떡하겠어요,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일상을 살아가야죠. 지인들 덕분에 마음을 달랠 수 있었습니다. 퇴근 후 회사 동료들과 술 한잔 기울였고, 주말에 친구들과 호숫가를 거닐었습니다. 이제라도 내린 봄비가 무척 반가웠고요. 어느새 봄이 성큼 다가온 것 같습니다. 집 앞에 목련, 매화, 산수유는 이미 꽃봉오리를 움틔웠더군요. 그 모습에 저도 생기를 잠시나마 되찾은 것 같습니다. 이렇게 주변에서 받은 위안에 힘입어, 이번 PRIIISM은 연대를 주제로 엮어봤습니다. 주변의 소중한 사람과, 날로 진해지는 봄 기운과 함께 하면 더 좋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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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ldplay - Us Against the World

콜드플레이(Coldplay)의 <Us Against the World>는 아침에 듣길 권한다. 몽롱하게 연출한 조니 버클랜드(Jonny Buckland)의 일렉 기타 연주가 안개가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은 아침의 햇살 같다. 잔잔하게 어쿠스틱 기타가 깔리고 그 위에 크리스 마틴(Chris Martin)이 특유의 건조한듯 따뜻한, 여린 음색으로 노래를 얹는다. "Oh morning come bursting the clouds amen(오 신이시여 구름을 해치고 아침이 오네)"

제목에서부터 물씬 전해지듯 <Us Against the World>는 연대와 저항의 메세지를 담고 있다. 가능하다면 노래 들을 때 가사도 함께 보길 바란다. "Sing slow it down / Through chaos as it swirls it's us against the world(천천히 노래하자 / 소용돌이 치는 혼돈 속에서 세상에 맞서는 우리라고)" 마음이 어지럽고 지치는 시기에 이 노래를 가만 들으면 뭉클해지더라. 바람과 다르게 펼쳐지는 삶에 고통 받는 누군가에게도 <Us Against the World>가 잔잔한 힘이 되어주길 감히 기원한다.

이 곡은 2011년에 발매된 콜드플레이의 다섯 번째 정규 앨범 [Mylo Xyloto]에 수록되었다. 싱글로 나와 인기를 끈 <Paradise>, <Every Teardrop is a Waterfall>처럼 [Mylo Xyloto]는 일렉트로닉 내지는 신스팝 요소를 대폭 도입한 화려한 사운드로 채워져 있는데, <Us Against the World>는 단출한 구성으로 짜여진 몇 안 되는 곡이다. 콜드플레이 초창기 감성을 담고 있는 곡이라 오랜 팬들에게 좋은 반응을 끌었다.

🥦 The Roy Hargrove Quintet - Strasbourg / St. Dennis

카페나 전시회 등에서 귀에 탁 꽂히는 곡을 만나곤 한다. 다음에 찾아 다시 들어보려는데, 아니, 그때 들은 곡이랑 판이하게 다른 곡이 나와 실망할 때가 있다. 제목을 틀리게 검색한 것도 아닌데. 나만의 경험은 아닐 것이다. 이런 경우를 나는 유독 재즈에서 많이 겪었다. 그 이유는 아마 블루 노트와 함께 빼놓을 수 없는 재즈의 특징이 '즉흥성'이기 때문일 것이다. 재즈는 같은 곡이어도 연주자에 따라, 심지어는 같은 연주자라도 상황에 따라 사뭇 다른 음악으로 연출된다.

재즈의 즉흥성은 악기마다 솔로 연주를 주고 받는 데서 그 진가가 드러난다. 동일한 멜로디에서 출발해 서로 다른 여정을 펼친다. 개별성이다. 황홀함을 선사할 때도 있는가 하면, 솔직히 내 귀에는 좋은지 모를 때도 있다. 다만 언제나 놀라운 점은, 솔로에 여념이 없다가도 어느 순간 모든 악기가 주 멜로디로 돌아와 함께 호흡한다는 점이다. 생김새는 물론이고 재질부터 음역대, 음색, 연주 방법 등이 제각각이지만 이렇게 따로 또 같이 어울릴 수 있다니! 화합이다. 그래서 재즈를 가리켜 가장 민주주의적인 음악이며 미국스러운 음악이라고 하는가 보다.

<Strasbourg / St. Denis>는 미국 출신 트럼펫 연주자 로이 하그로브(Roy Hargrove)가 퀸텟을 꾸려 활동하던 시절 대표곡이다. 처음 들어봐도 금세 흥얼거릴 수 있을 만큼 쉬운 멜로디에 펑키한 그루브, 차진 솔로와 그 사이 사이 연결 부분까지 어디 하나 좋지 않은 구석이 없다. 거기다 늘어지는 것 없이 담백하니 <Strasbourg / St. Denis>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와인을 곁들이며 즐기기에도, 그윽한 조명 아래 산책할 때도 듣기 좋다. 소리를 조금 키워서 악기 하나 하나에 집중해서 듣기도 좋고, 분위기를 살짝 띄우기 위해 배경음으로 작게 깔아도 근사하다.

🥦 Black Eyed Peas - Where is the Love? (with Ariana Grande)

2017년 5월 22일 오후 10시 30분경, 영국 맨체스터 아레나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세계적인 팝 가수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의 공연이 끝난 직후였다. 우리에게 주로 IS라는 명칭으로 알려진 수니파 이슬람 원리주의 무장단체가 배후에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으로 22명이 숨지고 500여명이 다쳤다. 피해자 대부분은 아리아나 그란데 공연을 보러 온 관객이었으며, 특히 청소년들이 많았다고 전해지면서 더더욱 안타까움을 샀다.

애도 물결이 일었다. 영국 전역에서 추모 묵념이 있었으며, 그 직후 맨체스터 시민들은 길거리에서 맨체스터 출신 록밴드 오아시스(Oasis)의 대표곡 <Don't Look Back in Anger>를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합창했다. 마라톤 행사가 열렸고 기부 행렬이 이어졌다. 용기를 낸 아리아나 그란데가 맨체스터에서 자선 공연을 갖기로 했다.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 콜드플레이(Coldplay), 로비 윌리엄스(Robbie Williams) 등 수많은 뮤지션이 참여했다. 그리고, 오아시스 보컬이었던 리암 갤러거(Liam Gallagher)가 투어 일정 중간에 독일에서 날아와 무대에 등장했다. 관객들은 '맨체스터의 왕'이 돌아왔다며 열광했다.

맨체스터 자선 공연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순간은, 리암 갤러거와 콜드플레이가 함께한 <Live Forever>도 빼놓을 수 없지만, 블랙 아이드 피스(Black Eyed Peas)와 아리아나 그란데가 <Where is the Love?>를 부를 때였다. 테러 충격에도 불구하고 아리아나 그란데는 시민들과 연대하려고 했다. 시민들은 기꺼이 화답해 공연장을 빼곡히 메웠다. 사건 후 겨우 보름여 지난 시점이었다. <Where is the Love?> 가사는 비단 맨체스터 테러뿐만 아니라 최근 우크라이나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도 들어맞는다. 이런 의미를 차치 하더라도 <Where is the Love?>는 너무나 좋은 곡이다. 아닐 때가 있겠냐만은, 사랑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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