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5] 🥦 몸 잘 챙기기로 해요 우리

금세 두 번째 편지를 띄울 차례가 돌아왔네요. 반갑습니다. 콜리🥦입니다. 그동안 무탈히 지내셨나요? 저는 며칠 전에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어요. 주변에서 들은 이야기에 비하면 후유증을 가볍게 앓았습니다. 그럼에도 두통과 근육통으로 컨디션이 평소 같지 않음을 자각하는 순간마다 새삼 건강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되더라고요. 몸뚱이는 꼭 어디 탈이 나야지 존재감이 드러나지요. 모쪼록 우리 모두 몸 잘 챙기자는 뜻에서 준비한 곡을 첫 번째로 준비했습니다.

종종 기상청을 난처하게 만들 정도로 변덕스러운 날씨지만 적어도 지난 3주 동안은 제법 규칙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한 주에 하루 이틀쯤 비가 내리고 그만큼 구름이 끼고, 나머지 사나흘은 맑고 더웠던 기억이에요. 언제 바뀔지 알 수 없지만 이 글을 쓰는 현재 일주일치 기상 예보에도 햇빛과 구름, 비가 모두 보이는군요.

여러분은 음악을 어떻게 들으시나요? 저는 보통 플레이리스트를 활용합니다. 선호하는 장르로 구분해놓은 것도 있지만, 그보다는 그때 그때 듣고 싶은 곡으로 재생 목록을 꾸리는데요. '그때 그때 듣고 싶은 곡'에 영향을 주는 것은 다양합니다. 먼저 언제 듣는지가 중요하죠. 운동할 때에는 거칠거나 신나는 곡을, 위로가 필요할 때는 차분한 곡을 고릅니다.

재생 목록 만들 때 참고하는 것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게 날씨입니다. 이를테면 미국 하드록 밴드 미스터빅(Mr.Big)의 <Shine>은 화창한 날 들어야지 비 오는 날엔 도무지 어울리지 않거든요. 그래서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햇살 좋은 날 어울리는 곡과 추적추적 비 오는 감성에 분위기 잡을 수 있는 곡을 하나씩 골라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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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간지×하헌진 - 몸뚱이 블루스

몸도 마음도 건강하지 않으면 말짱 꽝이다.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다음 날 거의 온종일 침대에 널브러져 있자니 절로 든 생각이다. 마음에 관한 것은 책도 음악도 너무나 많다. 반면 몸은 얘기가 다르다. 의학서와 실용서를 제외하면 떠오르는 책이 별로 없다. 그래서 나는 다니엘 페나크의 소설 『몸의 일기』를 무척이나 아끼고, 기회만 있으면 주변에 소개하곤 한다. 음악도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다. 존 메이어(John Mayer)가 <Your Body is a Wonderland>라는 기똥찬 곡을 냈지만 그 곡은 기실 노골적인 사랑 노래다.

김간지×하헌진의 <몸뚱이 블루스>는 전면적이고 본격적으로 몸을 다룬다. 실제 이 곡은 하헌진이 지인의 입원을 계기로 만들었다고 한다. 짧은 노랫말에 메시지가 선명하다. "이 세상에 나와서 가져갈 건 몸뚱이뿐인데 / 그대 나의 친구 몸 생각하오(2절은 "몸 조심하오")." 우리 모두 챙길 수 있을 때 몸 챙기자. 가사도 가사지만 <몸뚱이 블루스>는 소리가 기가 막히다. 내 좁은 견문으로는 국내에서 하헌진처럼 아메리카 대륙 느낌 물씬 풍기는 블루스 기타리스트를 본 적이 없다. 

멤버가 둘밖에 안 되는 만큼 소리를 더 채워야 해서였을까, 드러머 김간지는 술탄 오브 더 디스코(Sultan of the Disco) 등 그가 속한 또는 속했던 다른 어느 밴드에서보다 스네어와 하이햇을 아낌없이 굴린다. 그리하여 이렇게나 재미난 음악이 만들어졌다. 보컬, 기타, 드럼으로만 구성된 음악이 심심하기는커녕 오히려 워낙에 구성져서, 듣다보면 어느새 그루브에 몸을 싣고 싶어질 것이다. 아낌없이 리듬에 몸을 맡겨 보자. 머뭇거렸다가는 어느새 때를 놓쳐버리게 된다.

🥦 The Style Council - Shout to the Top

우리나라에서 인지도가 심히 유감스럽기 때문에 뮤지션 소개를 먼저 해야겠다. 더 스타일 카운슬(The Style Council)은 영국 뮤지션 폴 웰러(Paul Weller)가 80년대 만들었던 밴드다. 폴 웰러는 또 누구냐 하면, 이렇게 말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폴 웰러가 없었다면 90년대 중후반 영국 대중문화계를 풍미한 브릿팝(Brit Pop)도 없었다. '모즈(Mods)' 문화를 상징하는 인물인 폴 웰러는 수많은 영국 밴드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밴드로 예를 드는 게 좋겠다. 오아시스(Oasis)의 노엘 갤러거(Noel Gallagher)가 폴 웰러에게 기타 솔로 연주를 부탁했는데, 그 곡이 무려 오아시스 2집 [(What's the Story) Morning Glory?] 대미를 장식하는 <Champagne Supernova>다. 리암 갤러거(Liam Gallagher)는 폴 웰러가 70년대 중반 주도했던 밴드 더 잼(The Jam)의 <Pretty Green>이란 노래 제목을 브랜드 이름으로 그대로 따와서 패션 사업을 벌이고, 아예 폴 웰러 컬렉션까지 출시한 바 있다.

한마디로 폴 웰러는 영국 록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관심 가져봐야 할 뮤지션이다. 더 스타일 카운슬 시절 그가 쓴 <Shout to the Top>은 밴드 이름 못지 않게 스타일리시 한 곡이다. 햇볕 쨍한 날 이 곡을 들으면 경쾌한 현악기와 피아노 소리를 배경 삼아 보무도 당당하게 걷고 싶어진다. 옷은 모즈 룩을 연출할 필요까지는 없겠지만 기왕이면 깔끔한 녀석으로 골라 입는 게 좋겠다. 자신감이 우쭐 솟아오르는 느낌이다. 어쩐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

🥦 윤하 - 빗소리

이 곡을 두고 고민이 깊었다. 왜 음악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나만 알고 싶은 곡을 몇 개쯤 품고 있지 않은가. 내겐 <빗소리>가 그중 하나다. 조금 더 말하자면 아직 꺼내지 못한 비장의 카드 같은 곡이다. 누군가와 분위기 잡을 때 미장센으로 활용하려고 진작부터 점찍어뒀더랬다. 점만 찍고 그동안 무얼했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나는 나대로 언젠가 요긴하게 쓸 날을 준비할 테니 여러분께서는 <빗소리>를 꼭 들어보시기 바란다.

<빗소리>는 재즈 피아니스트 송영주가 작곡했다. 제목에 걸맞게 모든 악기 소리가 촉촉하다. 무엇보다 윤하의 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자. 간드러지고도 섬세한 표현력이 발군이다. 첫마디 "비 오는 거릴 걷다 수줍은 웃음이 나"는 정말 수줍게 웃으며 부르는 느낌이고, "어깨가 다 젖어도 Love You, Love You"라고 할 때는 사랑에 푹 빠져 있는 것 같다. 단둘이 있는데 이런 노래가 배경으로 깔린다면 아무리 눈치 없는 사람이라도 발그레 물들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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