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74] 🍄 세계[음악]테마기행 (1편)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일주일 잘 지내셨나요? 이번 주 PRIIISM으로 인사드리는 로이🍄입니다. 구독자님께서는 엔데믹을 어떻게 보내고 계시나요? 3년 만에 찾아온 일상에 많은 분들이 그동안 하지 못했던 여가생활을 하고 계신 것 같은데요. 무엇보다 하늘길이 열렸으니 해외여행을 다녀오시는 분들도 꽤 계실 것 같습니다. 제 주변에서도 벌써 몇몇 분이 오랜만의 해외여행을 다녀오셨더라고요.

음악을 매개로 이야기를 전달드리는 뉴스레터답게 음악과 관련된 여행 이야기도 꼭 다루고 싶었답니다. 그래서 세계[음악]테마기행이라는 뉴스레터 속 비공식 코너를 하나 개설해 보았어요. 저를 시작으로 콜리🥦와 숑🌻도 가끔씩 음악과 관련된 국내외 다양한 여행 속 음악 경험 이야기를 들려 드리도록 할게요.

가장 첫 번째 순서로 3년 전 이맘때쯤 다녀온 한 해외공연을 소개드립니다. 아마 지난 뉴스레터에서도 언젠가는 꼭 한 편으로 엮어 소개하겠노라고 다짐했던 야마시타 타츠로(Yamashita Tatsuro) 콘서트 기록이랍니다. 여행 일기처럼 작성했으니 음악과 함께 편안하게 즐겨주시면 좋겠습니다.

구독자님께서는 여행 중 음악과 함께한 즐거운 경험이 있으신가요? 우연히 만난 길거리 버스킹 공연이 될 수도 있고, 국내에서는 볼 수 없는 현지에서만 가능한 콘서트 경험이 될 수도 있습니다. 재즈바나 라이브바의 세션을 통해 느낀 현장감 넘치는 경험도 좋고, 낯선 거리에서 이어폰을 꽂고 그저 걷기만 하던 순간의 경험도 좋습니다. 어떤 경험이든 나누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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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oveland, Island

셋리스트와는 상관없이 뽑아본 음악들

시티 팝(City Pop)이 한 장르로서 여전한 인기를 자랑하고 있는 요즘, 다양한 일본 뮤지션들이 유튜브 등을 통해 소개되면서 야마시타 타츠로(Yamashita Tatsuro)도 꽤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흔히 그를 '일본 시티 팝의 대부'라고 부르고 있으나, 사실 그를 시티 팝이라는 한 장르에 가두기에는 그의 음악이 J-Pop에서의 차지하는 위상이 너무나 큰 것 같다.

야마시타 타츠로의 노래를 처음 들었던 2016년 그 시절은 지금과 달리 몇몇 온라인 커뮤니티 공간에서만 마니아들을 통해 시티 팝이 언급되고 있었다. 나 역시도 당시에는 J-Pop에 관심도 없었을뿐더러 가사를 이해할 만큼 일본어에 능숙하지도 않았으나 우연한 기회에 들었던 [For You, 1982] 앨범을 통해 시티 팝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For You]에는 야마시타 타츠로의 대표곡이라고 할 수 있는 <Sparkle>을 비롯해 청량하고 로맨틱한 곡들이 가득한 명반이다. 워낙 유명한 곡이 많아, 오늘은 상대적으로 덜 유명하여 아쉽게도 콘서트에서 라이브로 만나지 못했지만, 로맨틱한 무드만큼은 일품인 <Loveland, Island>를 특별히 소개한다.

파면 팔수록 더욱 깊어지는 매력 넘치는 그의 음악 덕분에 한 가지 버킷리스트가 생겼는데, 바로 언젠가 그의 공연을 꼭 라이브로 감상하는 것. 그로부터 멀지 않았던 2019년 10월, 여러 번의 시도 끝에 야마시타 타츠로의 일본 전국투어 <Performance 2019>의 오키나와 공연 티켓을 구할 수 있었다. 당시에는 반일감정이 극에 달하던 시기였던 지라 일본 방문에 적지 않은 눈치가 보였지만 일생에 단 한 번 오는 기회라는 생각에 가기로 결정했다.

🍄 #2. Let's Dance Baby

공연 시작 1시간 30분 전에 도착했는데도 이미 입장 대기줄이 길게 뻗어있었다. 오키나와의 많은 시민들이 공연장을 찾아주었다. 아무래도 본토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국민가수를 만날 수 있는 기회라는 점 때문인 것 같았다. 50년에 가까운 그의 오랜 커리어만큼이나 팬들의 연령대도 아주 높았다. 대부분 중년의 부부, 친구, 또는 혼자로 공연에 참여하신 분들로 보였으며, 나와 비슷한 또래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아마도 한국인도 나 혼자였겠지. 어느 한국인이 오키나와까지 와서 공연을 보고 있겠는가?

공연장 내부는 철저하게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었다. 한 곡 정도는 영상으로 담고 싶은 마음이 있었으나, 그렇게 하지 않고 매너를 지키기 위해 추억으로만 간직하기로 했다. (사실, 다른 일본인 관람객 중 누군가가 촬영을 시작하면 나도 해볼까... 싶었지만, 매뉴얼에 충실한 일본인들은 실제로 아무도 사진 촬영을 하지 않았다) 대신 공연 로비에 마련된 포스터에서 인증샷을 남겼다!

6시 정각이 되자 조명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이 얼마나 기다리고 기다리던 순간이었던가! 미국 서부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무대에 'DIAMANTE'라는 네온사인이 켜졌다. 이윽고 청량한 기타 리프가 울린다. <Sparkle>이다. 얼마나 청량한지 손에 찬 땀이 다 식는다! 사이다 한 사발 거하게 때린 시원함이다. 계속 음악이 이어진다. 백미는 <Let's Dance Baby>를 중심으로 하는 메들리였다. 60대 중반 할아버지가 무슨 힘이 그렇게 넘쳐 나시는지, 약 20분간의 메들리에 현란한 기타 속주가 멈추지 않는다. 또 옷은 왜 저렇게 센스있게 입으셨는지, 지루할 틈이 없었다.

🍄 #3. Chrismans Eve

중반부 이후부터는 일본어를 전혀 못해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었던 토크 타임과 함께 편안한 발라드 곡들이 이어졌다. 특히, 일본 OB들의 국민 CM 송인 <Christmas Eve>가 흘러나올 때는 객석의 모든 사람들의 눈이 촉촉하게 적셔지는듯 했다. 로맨틱한 시간이 이어지고, 앙코르 타임에는 본인이 제작했음에도 자신보다 더 유명한 <Plastic Love>와 그의 음악을 집대성한 것 같은 <Ride On Time>, 그리고 대망의 엔딩곡 <Your Eyes>이 펼쳐졌다. 그렇게 3시간 30분에 가까운 알찬 시간이 끝났다.

3년이나 지나버린 지금은 셋 리스트는 무엇이었는지, 한 곡 한 곡이 어땠는지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래도 60대 중반 할아버지라고는 믿기지 않는 가창력과 기타 실력, 관객들을 기분 좋게 만들어주었던 토크 분위기, 일본 특유의 치밀하리만큼 완벽해 마치 장인 정신이 담긴 것만 같은 세션과 코러스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공연이었다.

사진도 못 찍어, 라이브 영상도 없어, 나중에 공식 루트로 선보이는 채널도 없다. 심지어 유튜브에서 그의 노래를 찾기도 어렵다. 오직 공연이 끝난 뒤에는 찢어진 티켓과 굿즈, 그리고 추억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그래서 오히려 '이제 야마시타 타츠로 공연을 보았으니 여한이 없군!'이 아니라 '안되겠어! 다시 한번 더 봐야겠어!'의 마음이 생긴다. 일생의 단 한 번이라고 생각했던 공연이 다음을 기약하게 만들었다. 언젠가 그의 공연을 꼭 다시 보러 가야겠다. 지금처럼 건강하게 계속 공연을 계속해 주길 기도해본다. Long Live the K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