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9] 🍄 한 낮에도 깊은 밤에도 듣기 좋은 시티팝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오탈자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로이🍄입니다. 최근에 PRIIISM에서 오탈자를 많이 발견하고 계시죠? 그거 다 제가 낸 겁니다. 죄송합니다(흑흑). 나름 글을 쓰는 일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데도 이렇게나 오탈자를 많이 내다니 정말 부끄럽습니다. 바쁘고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있다는 핑계도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사실 오탈자 점검은 기본 중의 기본이지요. 앞으로 더욱기본에 신경쓰는 제가, 그리고 PRIIISM이 되겠습니다.

요즘 정말 더운 것 같아요. 시원한 장마가 올 거라는 기대와는 달리 습한 날씨에 마스크까지 쓰고 다니니 여간 답답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게다가 사회적 거리두기가 더 심해져서 마음까지 힘든 요즘입니다. 답답한 이 더위를 피해서 어디론가 피서를 떠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것이 우리를 더욱 힘들게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일상 회복을 위해 거리두기에 힘쓰고 계신 모든 분께 감사한 마음이에요.

오늘은 여름 피서를 도와줄 곡들로 구성해보았어요. 서브컬쳐 유행으로 시작했다가 어느샌가 힙스터의 상징이 되어버린 시티팝(City Pop) 또는 시티팝스러운 3곡을 가지고 왔습니다. 하와이안 셔츠를 입고 바캉스 느낌을 내고 싶은 카페의 테라스에서, 매미 소리 울리는 빌딩 속 도심에서, 무더위가 조금은 잦아든 초저녁의 어스름한 길에서, 가로등이 무드 있게 비추는 밤의 강변북로에서도 듣고 싶은 노래들입니다. 특별히 오늘은 도쿄 올림픽을 앞둔 기념으로(!?) 한, 중(화민국), 일 동아시아 3국 가수들의 음악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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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아름 - Aqua (feat. 뮤지)

여기로 여름 피서 갑시다!

한국 대표선수는 김아름이다. 김아름의 2020년 앨범 [Aqua City]의 타이틀 곡 <Aqua>에는 그야말로 시티팝스러운 몸에 좋은 성분들이 한가득 들어갔다. 김아름의 청아한 목소리, 둥가둥가 튕기는 베이스, 그리고 간주에 울려퍼지는 신시사이저와 낭만적인 색소폰 독주까지. 말하자면 종합비타민 같은 음악이다. 언젠가부터 시티팝을 하나의 장르로 정의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어떤 분위기에 가깝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러한 분위기를 아주 정석적으로 구현했다고나 할까?

특히, 피처링으로 뮤지가 참여했는데,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뮤지는 이미 꽤 오랜 시간 동안 시티팝 앨범을 발매해온 경력이 있는 가수다. [New Wave City], [Color of Night], [Cosmos] 등이 바로 그것. 그런 그가 피처링을 맡았다니, 이 노래는 아주 작정한 노래인 것이다! 프로듀싱은 스페이스 카우보이가 맡았다. 스페이스 카우보이는 윤상과 함께 1Piece로도 활동하고 있다. 역시 나의 아이돌 노래 넘버원 러블리즈의 <Ah-Choo>에서 느낀 특유의 아련한 감성이 여기서도 느껴지는 듯하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김아름의 이번 앨범 전체를 다 들어보셔도 좋을 것 같다. 편안한 곡들로 가득 차 있어 시티팝을 입문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특히, 깊은 밤에 강변북로를 타며 들어야 한다. 한강 너머 고층 빌딩의 불빛과 스쳐 지나가는 가로등을 무드등 삼아 듣는다면 열대야 따위도 시원하게 날아갈 듯하다. 그렇다고 너무 빠져들지 말자! 특히 운전할 때는 고음 부분 따라하기 절대 금지! 음악에 빠져 눈 감는 순간, 사고 날지도 모른다!

🍄 Sunset Rollercoaster - My Jinji

뮤직비디오는 솔직히 이해 못하겠어요

중화민국을 대표하는 선수는 낙일비차(落日飛車), Sunset Rollercoaster다. 동네 카페에서 흘러나오던 <My Jinji>로 이들의 음악을 처음 접했는데,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그 시점의 나는 새로운 음악을 듣는 것에 잠시 메말라 있었는데, 이들을 알게 된 순간 과거의 digging하던 내 모습을 다시 찾을 수 있었다.

타이페이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신스팝 밴드 Sunset Rollercoaster는 초기에 헤비메탈 사운드를 내던 그룹이었다. 그러다 어느 시점부터 그룹 이름 만큼이나 해 질 녘의 분위기에 맞는 몽환적이고 나른한 음악을 선보이기 시작했는데, 이번에 소개하는 <My Jinji>와 이 곡이 포함된 싱글 [Jinji Kikko]는 이들의 지금 추구하는 색깔이 가장 진하게 드러난 앨범이라는 생각이 든다. 모 인터뷰에서 그들은 스스로의 장르를 (굳이 정의하자면) Tropical Rock에 가깝다고 밝힌 바 있다.

첫 만남 이후 이들에게 빠져버려 공연을 보기 위해 대만으로 여행을 갈까 생각한 적도 있었다. 이제는 기약할 수 없게 돼버려 LP를 사는 것으로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 아! Sunset Rollercoaster는 2017년 내한공연을 했고, 2019년에는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 참여했을 만큼 사실 꽤 한국 방문이 잦았던 밴드다. 어쩌면 이미 마니아가 상당했을지도! 이국적이면서도 낭만적인 그들의 음악을 듣고 있자면, 나도 모르게 사랑하는 사람을 꽉 껴안고 싶어진다. 아무리 더운 여름이라도 땀이 뻘뻘 흘러 티셔츠가 다 젖어버린대도, 마주 안고 부드럽게 속삭이고 싶다. 첫 소절처럼 말이다. Every time you lie in my place, I do wanna say "It's you, you my babe".

🍄 Yamashita Tatsuro - Sparkle

앨범 커버도 시티팝스러움의 상징이 됐다.

일본을 대표하는 선수는 내가 오늘 뉴스레터를 구상한 이유이자, 언젠가는 단독 뉴스레터를 쓸 계획을 하고 있으며, 처음으로 해외 공연을 혼자서 다녀오기까지 할 만큼 좋아하고 좋아하는 '시티팝의 대부' Yamashita Tatsuro다. 국내 시티팝 유행과 함께 유명해진 가수라 이미 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나름 덜 알려진 곡을 선택할까 싶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생소한 분도 많을 테고 시티팝이라는 분위기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곡을 소개드리고자 그의 대표곡 <Sparkle>을 골랐다.

Yamashita Tatsuro는 1976년에 데뷔하여 무려 45년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베테랑 뮤지션이자, 일본인이 사랑하는 국민가수이기도 하다. 해외에서는 그를 'King of City Pop'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사실 일본인에게는 JR도카이의 크리스마스 광고 음악 Christmas Eve로 친숙한 가수다. 실제로 몇 년 전에 일본인 친구가 어머니와 함께 한국에 놀러 와 같이 시간을 보낸 적이 있었는데, 90년대 중반 출생이었던 친구와 그녀의 동생은 Yamashita Tatsuro를 낯설어했다. 오히려 그들의 어머니께서 크리스마스 CM송을 이야기하자 그제야 "아! 그 노래 부른 사람?"이라며 알아차렸다. (역시 요즘 일본 친구들에겐 트와이스와 블랙핑크가....)

Yamashita Tatsuro는 2016년, 시티팝이라는 장르도 모르던 나에게 우연히 찾아와 새로운 취향을 선사했다. 그를 처음 알게 된 곡도 바로 이 <Sparkle>이다. 당시에도 지금과 비슷한 한여름이었는데, 제목만큼이나 청량한 도입부의 기타 리프로 무더위를 시원하게 날려버렸던 기억이 난다.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 <Sparkle>은 Yamashita Tatsuro 하면 떠오르는 곡이자, 그의 음악 세계에 방문하는 사람들을 위한 환영곡 같은 노래다. 부디 이 노래가 구독자 여러분의 마음에 들었으면 한다. 조금 더 추천하고 싶은 노래들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아, 콘서트를 다녀온 후기도 기대해주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