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38] 🍄 새해, 이 노래들로 시작해보세요!

안녕하세요, 로이🍄입니다. 추위로 즐거운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추위가 왜 즐겁냐고요? 올겨울만큼은 뭔가 이렇게 인사를 드리고 싶어요. 겨울은 본디 추워야 정상이니까요. 올 겨울은 너무 춥지 않고 따뜻한 날이 계속되어 마음이 무겁습니다. 이 지구에 뭔가 문제가 생겼다는 걸 일상에서 느끼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일기예보 속 혹한이 예정되어 있으면 괜히 기쁘고 반갑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혹한 추위가 오면 힘드신 분들도 계실 테니 그분들이 안녕할 정도만 추웠으면 하는 바람도 있어요.

지난주까지 저희가 한 사람씩 2023년을 갈무리하는 레터와 음악을 전해드렸어요. 여러분께 좋은 추천이 되었으려나요? 올해 2024년에도 저희는 PRIIISM을 통해 지극히 개인적인, 주관적인 취향이 담긴 노래들을 소개해 드릴게요. 지금처럼 꾸준히 많은 관심과 구독을 부탁드려요!

저는 최근에 새롭게 알게 된 아티스트들이 많아요.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새로운 노래를 듣고 경험하는 것이 너무 힘들다고 투정했었는데요. 요 며칠 사이에는 모처럼 환기도 되고 귀가 풍족해졌답니다. 그래서 새해 구독자 님께 첫 시작으로 추천해 드리고 싶은 노래들로 구성했어요. 부디 구독자 님께서 좋아해 주시길 바라며, 한 곡 한 곡 마음을 담아 소개해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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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rush - A Man Like Me

여러모로 바쁘고 고단했던 2023년, 한 해를 마무리하는 공연은 예전이라면 절대 고려하지 않았을 크러쉬의 콘서트였다. 아주 옛날 친한 친구가 크러쉬의 집을 구현한 전시(인지 팝업인지 기억나지 않는다)에 간다고 했을 때, 도대체 크러쉬가 누구길래 그 친구 집까지 보러 가냐고 했던 나를 생각하면 상전벽해라고 해야 할까? 천지개벽이라고 해야 할까?

크러쉬 콘서트를 가게 된 이유는 일단 '재미있을 것 같아서'다. 최근 그의 음악을 자주 듣게 되었는데, 콘서트 소식을 듣고 꽤 훌륭한 엔터테인먼트로 느껴졌다. 그리고 예상은 적중했다. 원래도 명성이 높았던 노래 실력은 물론이거니와 최근 물오른 댄스 실력에, 아이돌 뺨치는 팬서비스와 무대 장악력,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훌륭한 세션 원더러스트의 지원과 화려한 무대장치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것이 없었다. 

사실 평소 그의 대표곡만 알고 있었지 수록곡까지는 세세하게 즐기진 않았는데, 이날 콘서트를 통해 <A Man Like Me>라는 곡을 알게 됐다. 90년대 올드스쿨 R&B에 대한 애정으로 만들게 된 곡이라고 한다. 꽤 좋아서 콘서트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도 앨범으로 들었는데, 라이브의 맛이 안 난다. 라이브 편곡이 훨씬 더 좋은 듯하다. 그래서 방송에서 라이브로 부른 버전으로 소개한다.

🍄 Wildberry - Sunrise

새해를 맞아 일출을 보러 갔다. 유달리 따뜻한 겨울이라고 하지만 역시 새벽은 추웠다. 스스로 몸을 감싸 안아 추위를 견디며 새로 떠오를 태양을 기대했는데, 일출 시각이 다가와도 점점 날이 밝아져도 안개 때문에 태양은 보이지 않았다. 아쉬워하던 찰나, 안개 너머로 눈이 부실 만큼 밝은 빛이 조금씩 새어 나왔다. 곧 온몸으로 느껴지는 태양으로부터 오는 따뜻한 온기. 아무리 흐려도, 안개가 자욱해도 결국 해는 뜨게 되어있다.  

와일드베리(Wildberry)의 <Sunrise>는 제목처럼 여지없이 자연스럽게 한결같이 떠오르는 태양과 같은 위로를 주는 노래다. 멍하니 떠다니는 나, 비어있는 마음, 미운 단어들이 우리를 괴롭히지만 포기하지 않는 위로와 건네는 손이 있다면 우리는 빛을 향해 갈 수 있다. 태양 빛을 닮은 따뜻한 노래. 와일드베리의 몽환적인 음색과 피쳐링으로 참여한 은비(EunBii)의 힘 있는 R&B 보이스가 그 빛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듯하다. 

🍄 놀이도감 - 환각 (feat. 사뮈)

뭐라고요? 이분이 요즘 너무너무 핫하고 핫해서 그야말로 하입의 상징으로 떠오른 실리카겔의 멤버라고요? 그런데 나는 한 번도 들어보지 않았던 그 실리카겔의 멤버란 말입니까? 괜한 반골 정신으로 들어보려 하지 않았던 실리카겔을 이런 식으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놀이도감 (본명 김민수)의 음악을 처음 듣고 PRIIISM에 소개해야겠다고 다짐하던 순간에도 그가 실리카겔 멤버인 줄 몰랐다. 좋은 음악은 어떤 식으로든 마주칠 수밖에 없었던 걸까? 

놀이도감은 실리카겔의 보컬이자 기타리스트 김춘추가 홀로 진행하는 프로젝트다. 한 명의 뮤지션이 어디까지 혼자서 할 수 있을지 실험하는 목적이라고 한다.(아마도 구독자분들도 이미 다 알고 있었겠지…) 오늘 소개하는 노래 <환각>이 수록된 EP앨범 [playbook] 여러 가지로 흥미로운데, 앨범 제목도 혼자 놀고 있는 놀이도감이라는 프로젝트 이름답고 9개의 이미지 형상도 독특하다. 4번째 트랙 [9평 남짓한 공간]도 이것들과 연결이 되는 걸까? 그 어린 시절 과학상자 놀이처럼 흥미를 자극한다.

다시 돌아가서 노래 <환각>은 오랜만에 국내 밴드에게서 이러한 사이키델릭한 감성을 들을 수 있어 기뻤던 곡이다. 피처링에 참여한 사뮈의 굵고 긁히는 목소리와 이어지는 기타 솔로는 이 노래의 백미다. 참고로 위 뮤직비디오는 김춘주의 아버지가 직접 16mm 필름으로 촬영한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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