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37] 🥦 23년 결산, 우리만의 연말 시상식(3)

반갑습니다, 콜리🥦입니다. 새해가 밝았네요. 구독자 님은 어떻게 새해를 맞으셨나요? 저는 손흥민 선수 축구 경기 중계를 보고 있었습니다. 후반전에 우리 '캡틴 손'이 골 넣는 순간을 함께하며 일 년을 통쾌하게 출발할 수 있었어요. 어디서 무얼하며 2024년을 맞이하셨든 모쪼록 우리 모두 새해 복 많이 많이 받아서 몸도 마음도 건강한 일 년 보낼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2023년 결산, 우리만의 연말 시상식' 마지막 차례입니다. 이런 연말 행사를 해온 지 저는 꽤 오래되었는데요. 음악, 책, 영화 등 일 년 동안 즐긴 걸 쭉 정리해보고 그중 제일을 꼽는 게 재미있더라고요. 그중 음악은 가장 경쟁이 치열한, 선택하기까지 고민이 깊은 부문입니다. 저는 달마다 가장 아껴들은 음악을 다이어리에 적어 놓거든요. 거기서 '올해의 음악'을 꼽는 거죠.

그런데요. 'N달의 곡' 대부분을 이미 PRIIISM에 실었더군요. 소개를 위한 소개가 아니라 정말로 제가 당시 즐긴 곡을 나눴던 거죠. PRIIISM 본연의 취지를 잘 살린 것 같아 뿌듯했지만 뜻밖의 문제가 있었습니다. 올해의 노래를 이미 다뤘지 뭐예요. 어떡할지 고민하다 내린 결론은 올해의 노래는 무엇이라고 언급은 하되, 곡 소개는 수상하지 못한 곡에게 양보하기로 했습니다. 올해의 노래 설명은 이전에 다뤘던 글 링크로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그럼 영예(?)의 수상작들을 만나러 가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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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의 노래 | Beatles - Now And Then

서문에서 예고했듯 올해의 노래는 131호에서 이미 다뤘다. 지난 11월에 나온 비틀스의 마지막 신곡 <Now And Then>이다. 폴 매카트니에게 <Now And Then>은 자신이 온전히 활동할 수 있을 때 꼭 매조지어야 할 숙제가 아니었을까. 이 곡 데모가 녹음된 게 1970년대 후반이고 발매는 2023년이었으니, 존이 낸 숙제를 폴이 40년만에 마친 셈이다. 오랜 세월의 흔적이 담긴 곡이 주는 감동이 내겐 대단했다. 이 곡에 대한 보다 자세한 소개는 131호를 참고하자.

그런데, <Now And Then>외 다른 후보들마저 이미 PRIIISM에 실었던 곡들이다, 딱 한 곡만 빼고. 여기서 소개할 곡이 자연스럽게 정해진 셈이다. 19세기 클래식 음악가 요하네스 브람스의 <Intermezzo Op. 118 No. 2>이다. 우리말로 옮기면 '간주곡 작품번호 118의 2번'이다. 브람스는 이 곡에 'Andante Teneramente'라는 지시어를 남겼다. 안단테는 '걷듯이 천천히', 테네라멘테는 '애정을 가지고'라는 뜻이다. 지시어는 보통 안단테, 알레그로(Allegro, 빠르게) 같이 빠르기에 관한 표현이 들어가는데 왜 '테네라멘테'라는 부연이 더해졌을까.

브람스는 스무 살부터 생을 마감할 때까지 한 사람을 흠모했다. 그 사랑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다. 브람스는 자신의 스승 로베르트 슈만의 배우자이자 피아니스트인 클라라 슈만을 평생에 걸쳐 사랑했다. 로베르트 슈만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브람스는 클라라 곁을 지켰다. 중년이 되어 브람스는 클라라에게 6곡이 담긴 피아노 간주곡을 헌정했는데, <Intermezzo Op. 118 No. 2>가 그중 하나다. 당시 브람스는 60세, 클라라는 74세였다.

클라라는 77세를 일기로 눈을 감는다. 삶의 의미가 사라져서였을까, 1년 뒤 브람스도 그 뒤를 따라간다. 'Andante Teneramente'를 상기하면서 <Intermezzo Op. 118 No. 2>를 들어보자. 사랑, 존중, 연민, 애수 등 브람스는 클라라를 향한 극진한 마음이 음 하나 하나에 '천천히 애정을 담아' 담겨있는 것 같지 않은가.

 * 올해의 노래 후보: The Beatles <Now And Then>, Johannes Brahms <Intermezzo Op. 118 No. 2>, John Mayer <Wild Blue>, Foo Fighters <Rescued>

🥦 올해의 앨범 | Blur [The Ballad Of Darren] (2023)

무슨 기준으로 올해의 노래, 앨범, 신인을 골랐는지 궁금하신 분이 있을지 모르겠다. 미리 밝혀두자면 다음과 같다. 곡이 좋은가, 하나의 작품으로서 얼마나 완성도 있는가, 대중음악계 내지는 해당 장르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가, 이런 것도 아주 고려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나는 일개 애호가일 뿐 거룩한 심사위원이나 평론가가 아니다. 선정하는 최우선 기준은 '나한테 얼마나 의미 있었는지'다.

올해의 앨범은 정하기 그리 어렵지 않았다. 지난 7월 발매된 앨범 [The Ballad Of Darren] 덕분에 블러(Blur)의 공연을 볼 수 있었다. 일본까지 가는 부담도 감수하게 만들었다. 2023년의 앨범은 블러의 아홉 번째 정규 앨범 [The Ballad Of Darren]이다. 이 앨범에서 가장 아끼는 곡은 <Barbaric>이지만 이 곡 역시 앞서 다룬 적이 있다. 대신 첫 곡인 <The Ballad>를 소개한다.

앨범 첫 곡은 매우 중요하다. 이를테면 야구에서 1번 타자는 모름지기 출루해서 득점 기회를 만드는 것이 미덕이듯, 첫 곡은 앨범에 대한 기대를 높여놔야 한다. 앨범의 기조가 드러나야 한다. 그러한 점에서 <The Ballad>는 준수하다. 꿈에 빠지는 듯한 도입부에 이은 데이먼 알반의 목소리와 악기들 소리에 상실감, 사무침 따위가 진하게 풍긴다. [The Ballad Of Darren] 앨범 전반이 그렇다. 순서대로 들어보길 권한다.

 * 올해의 앨범 후보: Blur [The Ballad Of Darren], Foo Fighters [But Here We Are], Depeche Mode [Memento Mori]

🥦 올해의 신인 | 암브로시아(Ambrosia) 

나이가 삼십 대 중반을 달리면서 느끼는 변화가 몇 가지 있다. 피부에 난 부스럼이 아무는 데 시간이 좀 더 걸리고, 추위를 점점 더 많이 타게 된 것 같다. 변화는 음악 취향에서도 나타났다. 여전히 선이 굵은 음악을 찾을 때가 있긴 하지만 그 빈도가 많이 줄어들었다. 오히려 예전엔 심심하다고 생각했던, 소리가 자극적이지 않은 음악이 듣기 좋아졌다. 덕분에 올해 재생 목록에 토토(Toto), 플릿우드 맥(Fleetwood Mac) 시카고(Chicago) 같은 밴드가 자주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2023년 암브로시아(Ambrosia)라는 보석 같은 밴드를 만났다. 존 메이어 인터뷰 영상을 보다 알게 된 밴드인데, 토토, 플릿우드 맥, 시카고 등을 좋아한다면 높을 확률로 암브로시아도 취향에 맞을 것이다. <How Much I Feel>은 1978년에 나온 이들의 대표곡이다. 모든 악기 소리가 실용음악과 교수님들이 솜씨를 발휘하는 것마냥 군더더기 없이 매끈하다. 튀지 않되 힘을 줄 때는 정확하게 주는 완급 조절이 일품이다. 흔들리지 않을 것 같은 음악에 마음까지 편안해진다. 

* 올해의 신인 후보: 암브로시아(Ambrosia), 아마드 자말(Ahmad Jamal), 데이빗 포스터(David Fo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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