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32] 🍄 다시 찾아와줘 고마운 선물같은 노래들

이번 주도 반가워요. 로이🍄입니다. 구독자 님 께서는 그동안 어떤 날들을 보내셨나요? 일상에 치여 바쁘고 고단하셨나요? 오랜만에 찾아온 여유로 기분 좋게 유유자적하셨나요? 소중한 사람들과 따뜻하고 평안하셨나요? 어떤 날들이었건 굳고 우직하게 또 하루를 잘 살아내신 여러분을 축복하고 응원합니다.

몇 주 째 말하는 것 같아 민망하긴 한데요. 요새 저는 음악을 듣기 참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일상이 너무 바쁘기도 하고, 음악을 대신하는 다른 것들에 정신을 많이 뺏겼던 것 같아요. 그만큼 새로운 음악을 찾는 것도 어려워지고, 집중해서 음미하는 좋은 습관도 점점 약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러던 와중 반가운 소식이 있었답니다. 평소 무척 좋아하던 뮤지션들이 새로운 음악을 발매한 것이지요. 이런 분들의 음악은 별다른 애씀과 집중이 그렇게 필요하지 않지요. 듣는 순간 바로 음악에 빠져들게 되니까요. 가뭄 같던 제 지금의 마음에 촉촉한 단비를 내려 오랜만에 다른 그 무엇도 아닌 오직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었어요. 다시 저에게 찾아와주어 고마운 음악들, 노래들입니다. 오늘은 그 노래들을 소개해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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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밀아 - 서술

바로 지난 월요일, 11월 27일 정밀아의 새로운 앨범 [리버사이드]가 발매됐다. 너무도 적절한 타이밍이 아닐 수 없다. 무채색에 가까운 퇴근길, 무심코 애플뮤직을 둘러보다 발견한 그녀의 얼굴이 반가워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정밀아는 2집부터 이번 4집까지 계속해서 자신의 얼굴을 앨범 커버에 담고 있다, 노래를 만드는 그 시절의 자신을 담는 일종의 '의식'이라고 한다). 반가운 나머지 약간은 다급하게 엄지로 그녀의 얼굴을 눌렀다. 뭔가 오랜만에 만난 친구를 본 듯, 아니 그보다는 마치 황급히 안식처에 안기는 모양새였다.

첫 트랙부터 끝까지, 어쩜 이렇게 좋을까. 그녀의 음악에서 그동안 느꼈고 계속 기대했던 느낌 그대로다. 50분으로 구성된 노래와 노래 속 이야기를 듣는 내내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따뜻했고 감동적이었다. 하나를 손에 뽑기가 어려웠지만 그중에서도 <서술>과 <운다>를 추천한다. 나에겐 두 음악이 연결되는 듯 했다. <서술>에서 그녀는 노래하는 사람 정밀아 본인에 대해 이야기한다. 노래하는(쓰고 부르는) 사람이라 늘 그림자처럼 고독과 함께한다. 그러나 동시에 온 우주와 함께하는 사람이라는 노랫말처럼 <운다>에서는 세상의 모든 이들의 울음을 듣고 함께 노래한다.

전작 [청파소나타]에서는 역병의 울음을 노래했는데, 3년이 지난 지금은 전쟁의 울음을 노래한다. 자신의 노래가 쉽게 쓰이고 쉽게 사라지는 노래가 아니었으면 한다는 그녀, 계속해서 노래가 쓸 이유가 생기는 것은 과연 좋은 걸까 슬픈 걸까? 그래도 부디 정밀아는 계속해서 이렇게 모든 이들을 위해 노래를 써주고 불러주었으면 한다.

🍄 이승열 - 아직은 여기 있다

반가웠다. 2017년 정규앨범 [요새드림요새] 이후 참 오랜만에 만나는 이승열의 노래다. 그 사이 다양한 OST 활동도 있었고, 작년 10월에는 <슬픔이 지나간 자리>를 발표하긴 했으나 조동익, 조동희의 [투트랙 트로젝트]에 이승열이 참여한 형태였다. 그러니 이번 노래는 약 6년 만에 만나는 그의 순수한(?) 노래라는 것. 정밀아에 이어 이승열의 새로운 노래라니. 올 한해 너무도 정신없이 보냈는데, 내가 애정하는 두 뮤지션이 11월 한 달을 행복하게 만들어주었다.

내가 느끼기에 이승열의 가사들은 대부분 은유적이고 함축적인 것 같아 그가 어떤 생각을 하며 노래를 만들었는지 온전하게 이해하기는 늘 어려웠다. 그래서 거의 포기하고 음악과 가사 자체만 즐기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번 <아직은 여기 있다>에서는 노래하는 이승열의 마음을 이해하고 싶다. 도대체 어떤 마음으로 노래를 지었길래 "아직 기회가 있다고, 희망이 남아 있다고" 절규하는 걸까. 살아 있는 자로서 먼저 떠난 이에게 살아 있어야 하는 의미를 묻는 외침이 괜히 안쓰럽다. 그 와중에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이 다행스럽기도 하다. 그런데 다시 들어보니 나에게 하는 이야기 같기도 하고 그렇다.

🍄 김동률 - 옛 얘기지만

11월은 축복의 달인가 보다. 이번주 PRIIISM을 준비하던 바로 어제(11/29) 김동률의 새 노래 <옛 얘기지만>이 발매됐다. 올해 가장 아쉬웠던 일이 4년 만의 김동률 콘서트를 못 간 것이었고, 올해 가장 부러운 사람들이 김동률 콘서트를 간 사람들이었는데 이 노래 덕분에 헛헛한 마음이 메워졌다. 물론 지난 싱글 <황금가면>은 즐겁고 재미있었다. 그럼에도 역시 김동률 하면 이렇듯 발라드가 아니던가. 연이어 나온 노래가 풍성한 발라드여서 더 좋다.

누구나 지난 옛 얘기지만, 느닷없이 떠올라 마음을 쿡쿡 찌르는 이야기가 있지 않을까. 이제는 결코 되돌릴 수 없고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같은 바보 같은 짓을 반복했을 법한 그런 이야기 말이다. 이 가을의 끝자락에서 묵혀두었던 그 시절의 쌉싸름한데, 곱씹어보니 뭔가 아련하고 달콤한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선물 같은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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