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59] 🌈 3박자 쉬고 돌아보는 지난 3년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은 또 오랜만에 특집호로 인사드립니다. 바로 PRIIISM이 3주년을 맞이했기 때문이죠. 다함께 박수 칠까요? 짝짝짝. 3년 동안 오늘까지 159개의 편지를 받아주시고 늘 함께해주신 구독자 님과 모든 구독자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정말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3주년을 맞아 이번에는 지난 PRIIISM의 역사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긴 시간 동안 다양한 뮤지션들을 여러분께 소개해드렸는데요. 쌓이고 쌓인 편지들이 과연 어떤 데이터로 기록되었는지 살펴볼까요? 이번 통계는 PRIIISM에서 한번이라도 언급된 뮤지션들을 기반으로 제작되었답니다.

지금까지 PRIIISM은 158개의 편지에서 24개 국가, 374명(팀)의 뮤지션을 소개해드렸답니다. 정말 많죠? 그중에서도 (1) 가장 많이 언급된 뮤지션 TOP 8을 뽑아보았는데요. 공동 1등으로는 영국의 록 밴드 블러(Blur)와 한국의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가 각각 5회로 가장 많이 언급되었습니다. 그 뒤로 4회 언급된 뮤지션으로는 존 메이어(John Mayer), 이승열, 이소라, 오아시스(Oasis), 뮤즈(Muse), 김동률 등이었습니다. 다양한 뮤지션들을 소개해드렸는데, 결국 가장 많이 언급된 것은 저희 숑콜로🌻🥦🍄 각각의 최애라고 할 수 있는 뮤지션들이 골고루 뽑힌 것이 신기하더라고요.

또한, (2) 솔로 뮤지션 또는 팀/그룹 뮤지션을 구분했을 때는 각각 51.1%와 48.9%로 비교적 균등한 분포를 보였답니다. 한편 (3) 소개된 뮤지션들의 출신 국가 비율로는 미국(48.83%)이 가장 많았고, 한국(40.63%)이 뒤를 이었습니다. 그 외 영국, 일본, 캐나다, 프랑스 순이었어요. 마지막으로 장르 역시 통계를 내보려 했는데요. 워낙 많은 장르들이 소개되기도 했고, 최근 음악 흐름이 특정 장르로 정의내릴 수 없는 뮤지션이 많아 결국 통계를 낼 수 없었답니다. 대신 아직 저희가 소개하지 않은 장르들이 남은 것 같아요. 예를 들면, 트로트 같은 것들이죠. 앞으로도 다채로운 장르의 음악과 취향을 소개해드릴게요.

3년 동안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 숑콜로🌻🥦🍄는 "계속하는 것은 힘이 된다"는 믿음으로 미약하지만 늘 한결같이 꾸준히 PRIIISM을 쓰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힘 닿는 동안 여러분께 저희만의 취향을 담은 음악을 소개해드릴게요. 3주년이라 기분도 좋아서 오늘은 거창한 주제를 가지고 와 보았어요. 저희 한명 한명이 소개하는 "인생 BGM"이랍니다. 이번에도 재미있게 즐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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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방학 - 속아도 꿈결

인생의 BGM을 정하자는 얘기가 나왔을 때, 너무 거대하거나 부담스럽지 않게 생각하려 했다. 이 또한 저마다 정의가 다를 테니까. 내가 생각하는 인생의 BGM이란 일단 자주 들어왔으면서도 '인생 책, 인생 영화'처럼 내 작은 선택과 행동마다 영향을 준 노래를 뜻했다. 20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들었으며 들을 적마다 새삼 감응하고, 나의 감성 전반을 지지하는 뮤지션으로 가을방학을 꼽지 않을 수 없다.

대학생 땐가, <속아도 꿈결>을 처음 들었을 무렵엔 그닥 와닿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노랫말처럼 '정해진 목적 없이, 별렀던 일 없이 줄을 끌러 놓고' 가던 산책길에서 문득 깨달았다. 이 노래가 늘상 부유하는 내 생각, 기질과 많이 닮아있단 걸. 매해 돌아오는 계절의 힘에 새삼 놀라며 걷고 나면 흐트러지고 얼룩진 마음이 맑아져 있곤 했다. 이 단순한 행위의 중요성을 아주 늙어서도 잊고 싶지 않고 자주 다짐하기도 한다.

그런 가을방학을 PRIIISM에 소개한 적은 딱 한번(22호). 한 시절을 보내듯 내 20대의 끝과 함께 가을방학이 해체한 해였다. 워낙 공기처럼 들어왔으니 새삼 소개할 마음이 들지 않았던 걸까. 아니면 아직도 조금의 죄책감이 남아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아무려면 기쁘게 추억하는 마음으로 가을방학에 대해 쓴다. 아마 남은 인생의 BGM으로도 계피의 나른한 목소리는 빠지는 날이 없을 것 같다.

🥦 Oasis - Live Forever

특정 시절하면 떠오르는 뮤지션이 있는지? 내 경우는 이렇다. '콜리 음악 감상 주식회사'가 있다면 10대 초중반은 웨스트라이프(Westlife), 10대 후반~20대 중반은 뮤즈(Muse)와 언니네 이발관이 대주주였다. 20대 후반부터 30대 중반에 이른 현재는 존 메이어(John Mayer)라고 해야겠다. 단, 여기서 빼놓은 '큰손'이 있다. 10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주구장창 들었고 '아마도 확실히(Definitely Maybe)' 앞으로도 함께할 밴드.

인생의 BGM, 배경 음악이라, '인생'을 붙이니까 뭔가 거창하고 거룩한 의미를 부여해야 할 것 같다. 승모근에 힘을 빼고 접근해보자. 즐거울 때든 괴로울 때든, 기쁠 때든 슬플 때든 언제나 들을 수 있는 곡으로 생각해보자. 그런 곡을 하는 뮤지션이라면 앞서 말한 '큰손', 영국 록 밴드 오아시스(Oasis)가 제격이다. 희로애락애오욕 모든 감정을 아우르기에 오아시스만한 뮤지션이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사실 내 경우 그동안 PRIIISM에서 오아시스를 다룬 적이 거의 없었다. 가장 사랑하는 뮤지션인 만큼 아끼고 싶은 마음이 컸다. 기왕 오아시스를 다루기로 했으니 가장 사랑하는, 인생 노래를 소개한다. 1994년 데뷔 앨범 [Definitely Maybe]에 수록된 <Live Forever>다. 90년대 중후반 영국 대중음악 흐름을 주도한 브릿팝(Brit Pop)을 상징하는 앨범이자 노래다. 그런 만큼 <Live Forever>엔 명랑과 낙관이 그득하다. 괴롭고 슬플 때는 격려요, 즐겁고 기쁠 때는 환호가 된다.

🍄 김동률 - 귀향

인생 BGM이라는 주제를 받았을 때 일단 고민부터 생겼다. 짧지 않은 내 지난 시간을 단 하나의 곡으로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 적잖이 부담스러웠다. 가장 좋아하는 곡을 골라야 할까? 가장 많이 들었던 곡을 골라야 할까? 언젠가 음악 관련 토크를 할 때 내 장례식에는 김일두의 <뜨거운 불>을 틀겠노라고 말했다. PRIIISM을 통해 가장 많이 소개한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의 곡을 할까도 싶었다. 누군가 나에게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이승열이라고 말할 테다. 

그러나 결국 다시 돌아가 김동률을 골랐다. 10대부터 20대까지 내 인생 전반기에 영향을 미친 뮤지션. 자주 부르는 것과 찾는 것과 무관하게 가장 '나다움'을 표현할 수 있는 노래들이 바로 그의 곡들이다. 감수성 충만하던 시절 나에겐 그의 음악들이 한편의 멜로 영화였고 청춘드라마였으며, 짠 내 나는 다큐멘터리이자 감동적인 서사가 담긴 뮤지컬이었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거절당하고 행복해하고 이별하며 슬퍼하는 순간에도 내 머리속에는 그의 음악들이 마치 BGM처럼 흘렀다. 

그중에서도 2001년 발매한 3집 [귀향]의 마지막 트랙 <귀향>을 인생 BGM으로 골랐다. 앨범 [귀향]은 그가 버클리 음악대학교 재학 중 발매한 앨범으로, 그의 정체성이라고도 할 수 있는 오케스트라를 활용한 심포니 스타일 발라드의 정수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가장 마지막에 놓은 동명의 트랙 <귀향>이 이러한 특성이 가장 잘 드러난다. 가사는 30대가 채 되지 않은 청년이 쓴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의 지난 삶에 대한 회한, 그리움, 애착, 아련함 등의 감정이 들어있다. 그러고 보니 이런 감정들은 평소 내가 늘 자연스럽게 느끼는 감정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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