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46] 🥦 벚꽃 흐드러지는 봄날에 더 좋은 음악

반갑습니다, 콜리🥦입니다. 구독자 님은 평소 주변을 잘 둘러보시나요? 저는 길을 걸을 때 두리번거리는 습관이 있는데 요즘은 더욱 적극적으로 시선을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습니다. 어느새 꽃이 피는 계절이 돌아왔으니까요! 매화, 목련, 산수유를 지나 이제 벚꽃과 개나리가 활짝 모습을 드러내고 있네요. 좀 있으면 라일락과 장미가 피겠죠. 그런가 하면 이름 모를 풀과 나무에 새 이파리가 돋아났고요. 저는 바로 이 계절을 가장 좋아라 합니다. 꽃과 풀들을 보면 생명력, 생동감 같은 것이 느껴지거든요.

꽃이 필 만큼 날이 따뜻해졌으니 우리 몸도 풀리기 마련이죠. 겨우내 몸을 싸맸던 옷차림이 가벼워졌고 주머니에 단단히 찔러넣었던 손을 꺼내봅니다. 아직 아침과 밤 공기는 조금 차갑지만 적어도 한낮은 밖에서 활동하기 너무나 좋은 날씨네요. 산책이나 러닝 같이 가벼운 운동을 하기에도, 창문을 열고 운전하기에도 제격이에요. 바야흐로 나들이 철이 온 것이죠! 여전히 역병이 위세를 떨치고 있긴 합니다만 확산세가 점차 수그러드는 듯하고 거리두기 단계도 점차 완화되고 있으니 조심하면서 산, 들, 바다로 떠나도 좋을 것 같아요.

이번 PRIIISM은 바로 봄바람이 불고 꽃이 피는 요즈음 듣기 좋은 곡들로 꾸려봤습니다. 듣고만 있어도 설레고 마음이 화사해지는 것 같은 음악 위주로 말이죠. 어쩌면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갇혀 있어야 하는 분들에게도 소소하게나마 봄 기운을 전해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예, 사실 제가 그렇습니다. 바깥 날씨가 이렇게 좋은데 집 안에만 있으려니 너무 갑갑한 것 있죠. 창밖 멀찌감치에 있는 꽃과 함께 조금이나마 봄 기운을 느끼게 해준 노래들을 만나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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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sse Barrera & Michael Carreon & Albert Posis - Maybe We Could Be a Thing

주말에 늦잠을 자고 느지막이 일어나면 창을 타고 쏟아지는 햇볕이 포근하다. 아직 잠이 덜 깨 나른한 몸에 쪼이는 햇볕이 기분을 좋게 한다. <Maybe We Could Be a Thing>은 그런 봄날의 햇살 같은 곡이다. 일렉 기타도, 키보드도, 보컬도 나른하게 연출되어 부드럽게 귓가를 울린다. 제목에서 예상할 수 있듯 노랫말이 달달하다. 썸 타는 사이에 아주 어울린다. 서로를 알아가며 마음을 키워가고 있는 두 사람이 이 곡을 함께 듣는다면 그 마음이 지금 벚꽃처럼 만개하지 않을까.

이쯤에서 <Maybe We Could Be a Thing>에 대한 당신의 첫 인상이 궁금해진다. 나는 며칠 전 있었던 그래미 시상식에서 '올해의 레코드'를 포함해 4관왕에 오른 그룹 실크 소닉(Silk Sonic)이 생각났다. 90년대 유행했던 R&B를 재해석한 음악이란 점에서 말이다. 뮤직비디오도 레트로 질감이 그득하다. 다만 실크 소닉의 브루노 마스(Bruno Mars) 같이 고음을 듣기 편하면서 감미롭게 뽑아내는 보컬은 흔치 않은 법, <Maybe We Could Be a Thing>은 고음을 편안함으로 대체했다.

<Maybe We Could Be a Thing>을 만든 제시 바레라(Jesse Barrera), 마이클 캐리언(Michael Carreon), 알버트 포시스(Albert Posis) 모두 이름이 아직 그렇게 많이 알려진 것 같진 않다. 이 곡의 지분을 따진다면 아무래도 제시 바레라를 대주주로 봐야할 것이다. 제시 바레라는 <Call You Mine>으로 잘 알려진 제프 버넷(Jeff Bernet)의 1집에 참여하였으며, 마이클 캐리언, 알버트 포시스와는 이전부터 작업해왔다. 이들 음악의 공통점이라면 단연 편안함과 달달함이니 <Maybe We Could Be a Thing>이 마음에 드신 분들은 이들의 다른 곡을 찾아보길 권한다.

🥦 Travis - Walking in the Sun

<Maybe We Could Be a Thing>이 봄날 아침 햇살 같다면, 이번에 소개할 <Walking in the Sun>은 한낮의 햇살 같다. 음악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벚꽃 엔딩>처럼 특정 시기에 생각나는 나만의 노래를 한두 곡쯤은 갖고 있을 텐데, 나는 봄만 되면 <Walking in the Sun>을 몇 번은 꼭 찾아 듣는다. 이 곡과 함께 공원을 거닐며 다정하게 쏟아지는 햇볕을 맞으면 기분이 참 좋아지더라. 눈이 부셔서 눈을 찌푸리게 되지만 그마저도 좋다!

트래비스(Travis)는 영국 스코틀랜드 출신 4인조로 구성된 밴드다. 이들 음악의 특징이라면 역시 보컬 프란시스 힐리(Francis Healy)의 선한 음색과 기타 멜로디에서 묻어나는 서정성이다. 97년에 첫 정규 앨범을 내고 2년 뒤에 2집 [The Man Who]로 전성기를 구가했는데, 이 시기에 데뷔한 콜드플레이(Coldplay), 스노우 패트롤(Snow Patrol)을 포함해 많은 영국 후배 밴드들이 트래비스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트래비스는 1년여를 통으로 쉰 적이 있다. 드러머 닐 프림로즈(Neil Primrose)가 수영장에서 다이빙을 하다 목과 척추에 중상을 입었던 것. 2집이 흥행하고 한창 투어 공연을 다니던 중이라 객원 드러머를 들이고 예정된 일정을 소화하면 큰 돈을 벌 수 있었지만 이들은 그러지 않았다. 활동을 중단하고 닐의 회복을 기다렸다. 수술과 재활 끝에 닐이 복귀해 데뷔 20년도 지난 현재까지 원년 멤버 네 명이 그대로 활동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트래비스의 음악은 참 착하게 들린다.

🥦 John Mayer - Perfectly Lonely

봄은 짧다. 꽃에게 주어진 시간은 더욱 짧다. 꽃이 피면 소위 명소로 불리는 곳은 연인과, 아이와 손을 잡고 나온 사람들로 붐비기 마련이다. 예쁜 차림으로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사람들이 더없이 행복해보인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가슴이 아프다. 이 좋은 시기를 만끽할 수 없어 슬프다. 길 양쪽에 빼곡히 심어져 있는 벚나무로 벚꽃 터널이 만들어진 근사한 장소를 알고 있지만 갈 수 없다. 설렘으로 출발했다가 외로움만 잔뜩 얻어서 돌아올 게 뻔하다.

올봄도 영락없이 외로운 계절이다. 누군가는 크리스마스라고 하던데 나는 요맘때 가장 외로움에 사무치게 되더라. 아, 이 좋은 날에 혼자라니! 나도 꽃 예쁜 줄 아는데! 친구들과 함께 가면 되지 않냐고? 언젠가부터 그것도 쉽지 않아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주변에 사람들은 줄어만 간다. 각자 일에 바쁘고, 가정을 꾸리고, 아이의 부모가 되므로 서로 시간 맞추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약속 없는 주말은 곧 고독과 온몸으로 마주해야 하는 시간이 된다. 정말 완벽하게 혼자인 시간.

어떡하겠나. 가능한 만큼이라도 이 시간을 즐기려고 한다. 꽃놀이는 아니지만 출퇴근길에 마주하는 벚꽃을 보며 아름답다 느끼고, 주말에 만나는 느티나무의 바람에 유유히 흔들리는 이파리에서 평화로움을 얻는다. 이럴 때 듣는 노래는 외롭지만 무겁지 않은, 적당히 경쾌한 곡이 좋겠다. 지금까지 이야기에 공감한다면 존 메이어(John Mayer)의 <Perfectly Lonely>를 들어보자. 존 메이어 곡은 가사와 함께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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