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09] 🥦 숨겨왔던 나의 수줍은 애청곡을 네게 줄게

반갑습니다, 콜리🥦입니다. 이번에는 무슨 내용으로 편지를 써볼까 하면서 예전 뉴스레터들을 훑어봤습니다. 눈에 띄는 것이 하나 있었는데요. 시간 언급이 상당히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표현은 조금씩 다르지만 시간 참 빠르다는 이야기를 저뿐만 아니라 숑🌻과 로이🍄도 자주 했더라고요. 3주에 한 번 꼴로 발행 순서가 찾아오는 특성상, 작성할 때가 되면 지난 시간을 되돌아 보게 되기 마련이라 그런 거겠죠.

기왕 말이 나왔으니 시간 이야기를 해볼까요. 날짜를 보다 흠칫 놀랐습니다. 유월 중순입니다, 유월 중순. 벌써 일 년의 반이 가버렸다니요! 그에 걸맞게 날도 부쩍 더워졌습니다. 어제 회사에서 짐을 조금 날랐다고 땀이 막 나더라고요. 에너지 절감 때문에 에어컨을 마음대로 틀 수도 없는지라 부채질로나마 열을 식혀야 했죠. 올해는 장마가 길다고 하던데 그 덕에 그나마 덜 더우려나요.

오늘은 홀라당 지나가버린 올 상반기 동안 가장 많이 들은 곡 중에서, PRIIISM에서는 이런 저런 이유로 미처 다루지 못한 세 곡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말하자면 패자부활전이랄까요? 제겐 무척이나 아껴들은 곡들인데 구독자 님 소감은 어떨지 궁금합니다. 노래 들으러 가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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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RIIISM 인스타그램을 본격적으로 운영해보고자 해요. 저희가 그동안 소개했던 노래들을 이제 인스타그램에서도 만날 수 있어요.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팔로우↗︎ 

🥦 John Mayer - Wild Blue

존 메이어가 여덟 번째 정규 앨범 [Sob Rock]을 내놓은 지 만 2년이 되어 간다. 2021년 7월, CD로 처음 들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Sob Rock]은 자주 손이 가는 작품이다. 수록 곡 전반에 애수가 깔려 있되 감정과 음악이 절제되어 있어 듣기 편하다. 그중 올 상반기 가장 많이 찾은 곡이 <Wild Blue>다. 처음부터 꽂힌 곡은 아니지만 시간이 흘러도 계속 찾게 되는 마력이 있다. '뽕끼'가 배어 있는 기타 리프(Riff)가 대번에 다이어 스트레이츠(Dire Straits)를 떠오르게 한다. 거기에 신파적인 신시사이저 효과음과 뮤직비디오까지, <Wild Blue>는 레트로 한 분위기로 가득 차 있다.

존 메이어가 말하길 [Sob Rock]은 어린 시절 많이 들었던 음악을 자기 방식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Wild Blue>를 포함해 수록 곡 대부분에서 1980년대 느낌이 그득한 이유가 있었다. 앞 문단에서 언급한 것에 더해 <Wild Blue>의 백미는 기타 솔로다. 솔로 연주가 두 번 나오는데 곰곰이 들어보면 두 연주 스타일이 꽤 다르다. 첫 번째는 기타 리프와 결을 맞춘다. 다이어 스트레이츠의 마크 노플러(Mark Knopfler)가 보인다면 두 번째는 보다 블루지(Bluesy) 한 것이 기존 존 메이어 스타일에 가깝다.

🥦 Jimi Hendrix - Lover Man

지금이야 메시가 호날두보다 한수 위라는 데 이견이 거의 없지만 예전엔 '메날두' 논쟁이 치열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그들보다 앞선 것으로 간주되던 이가 있다. 메시가 마라도나를 뛰어 넘었는가에 대한 이야기는 종종 본 것 같지만 이 사람과 비교는 기억에 없는 것 같다. 축구 황제 펠레 말이다. 펠레나 농구의 마이클 조던 같은 인물은 말 그대로 신적인 존재로 존중 받는다. 이들은 단순히 기량만 출중했던 게 아니라 한 종목의 역사를 바꿔 버린 혁신가였다.

오늘날 존 메이어(John Mayer), 과거 에릭 클랩튼(Eric Clapton), 지미 페이지(Jimmy Page) 같은 '레전드'가 있지만, 역대 최고의 기타리스트 1위는 여간해선 고정이다. 바로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의 몫이다. 그는 기타 이펙터로 록 음악의 역사를 바꾸었다. 이전까지는 없애야 할 소음이었던 '지지직', '와앙' 하는 소리를 음악의 한 요소로 끌어들였던 것. 혁신, 실험의 산물은 대중적으로 즐기기엔 어려운 경우가 많으나 <Lover Man>은 다르다. 리드미컬한 기타 리프를 따라가다 보면 3분이 휘리릭 지나갈 것이다.

🥦 Brian McKnight - After The Love Has Gone (Earth, Wind & Fire Cover)

어쩌다 브라이언 맥나잇(Brian McKnight)의 <After The Love Has Gone>을 처음 만나게 되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이 곡은 원래 어스 윈드 앤 파이어(Earth, Wind & Fire)가 불렀는데, 나는 원곡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어스 윈드 앤 파이어는 <September> 같은 흥겨운 곡이 제맛 아니겠는가. 그런데 브라이언 맥나잇이 부르니까 맛이 확 달라졌다. 이 음원의 출처는 수많은 명곡을 남긴 명 작곡가이자 프로듀서인 데이빗 포스터(David Foster)가 여러 뮤지션들을 초대한 라이브 공연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토이(Toy)가 라이브 앨범을 낸 것이라 보면 되겠다.

브라이언 맥나잇 폼 미쳤다. 강약 조절, 음정, 공명, 호흡, 팔세토, 애드립, 발음 등 내 귀에 들리는 모든 점이 완벽하다. 라이브 영상을 찾아보면 심지어 수트도 몸에 꼭 맞고 제스처도 멋지다. 베이스의 나단 이스트(Nathan East), 드럼의 존 로빈슨(John Robinson) 등 세션도 화려하다. 피아노를 치고 있는 데이빗 포스터의 꿀 떨어지는 반응 보는 재미까지 쏠쏠하다. 어떤가. 노래 기가 막힌다고? 왜 영상 말고 음원으로 올렸나고? 사실 요 앞에 한 곡―이미 PRIIISM에서 소개한 적 있는 곡이다!―이 더 있다. 영상으로 풀 버전을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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