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47] 🍄 고백합니다. 저 러비가 되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로이🍄입니다. 제목에 당황하셨을 것 같은데요. 말씀드린 그대로입니다. 러비가 되었습니다. 러비가 뭐냐? 바로 레드벨벳의 팬클럽 이름입니다. 비록 정식 팬클럽인 ReVeluv(의 애칭이 '러비'라더군요!) 가입하진 않았지만, 이제부터 그들을 지지하는 팬이 되기로 다짐했습니다.

특정 아이돌의 팬이 된 것은 초등학생 시절 '보아' 이후로 처음입니다. 유이하게 좋아하는 아이돌이 모두 SM엔터테인먼트 소속이라니! 제가 이쪽 취향이었나 봅니다. 결정적으로 이번 앨범부터 레드벨벳을 접하게 되었는데요. 특정 뮤지션에 꽂히면 그들의 지난 디스코그래피를 모두 디깅(digging)하는 제 습관이 발현되었습니다. 귀에 쏙쏙 감기는 곡들이 아주 많더라고요. 그래서 계속 이들 음악을 듣고 있답니다.

PRIIISM의 취지는 지금 제가 가장 즐겨 듣는 음악을 소개해드리는 것이었죠? 그 대원칙에 따르지 않고 다른 음악을 소개한다면 저 자신이 너무나 가증스러울 것 같아 오늘은 레드벨벳의 노래에서 킬링 포인트 하나씩을 찾아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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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드벨벳 - 행복 (Happiness)

레드벨벳은 2014년 데뷔로 햇수로만 벌써 8년 차 베테랑 아이돌 그룹이다. 데뷔 싱글을 발표하던 당시에는 아이린, 슬기, 웬디, 조이 등 4인조 그룹이었다. 그들이 세상에 처음으로 공개한 곡 <행복>은 어른들의 세상을 통렬하게 비판하고 나 다운 삶을 살겠다는 소녀들의 목소리가 담겼는데, 어디서 많이 들어본 메시지다 싶었는데 SM의 톨킨 유영진 작사·작곡이었다.

공식 설명에 따르면 신스 사운드와 아프리칸 느낌의 트라이벌 비트가 잘 어우러진 생동감 넘치는 어반 유로 팝 장르의 곡(...)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구성이 매우 다채롭다. 듣는 재미가 있다고나 할까. 사운드만큼이나 가사도 재미있다. 아침에 엄마에게 사랑한다고 이야기하기, 우연히 졸졸 따라오는 귀여운 길고양이(는 내 생각) 해피로 기분 좋기, 학교 가는 길에 팔짱 끼는 친구 만나기, 나를 의식하는 남자애들의 시선 느끼기 등등. 이것들이 레드벨벳이 말하는 행복의 요소들이다.

이 곡의 킬링 포인트는 후렴 중간마다 나오는 "Happiness!", "난 원해!", "꿈 꾸자!"라는 파이팅 넘치는 외침이다. 빡센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래! 난 이 일을 원해! 여전히 나는 꿈 꾸고 있어! 그러니 이보다 더 행복한 하루하루가 있겠어?"라는 동기부여를 얻는다.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자! 무슨 마음으로 일하냐고? 그냥 하는 거지! Just Rock the World!

🍄 레드벨벳 - Ice Cream Cake

2015년 레드벨벳은 새로운 멤버 예리를 추가하여 지금의 5인조를 구성하고 <Ice Cream Cake>를 발표했다. <Ice Cream Cake>는 겉보기에는 사랑에 빠진 소녀의 마음을 달콤한 아이스크림 케이크로 표현한 곡인데, 팬들의 해석은 꽤 섬뜩하다. 뮤직비디오를 보면 내용이 뱀파이어를 연상시킨다는 것. 뮤직비디오가 전체적으로 영화 <더 벨벳 뱀파이어(1971)>를 오마주했다는 점, 인간이었던 예리가 기존 뱀파이어 멤버들처럼 뱀파이어가 되어가는 과정이라는 것, 그리고 "Ice cream cake"가 "I scream quake"로 들리기도 한다는 점 등이다.

해석을 듣고 보니 사운드도 꽤 호러나 오컬트적인 분위기를 내는데, 특히 아이린의 랩 파트 "Pops 내 입안에 녹아 내리는 중 / 잔뜩 넣어 내 입안이 녹아 내리는 줄"에서 그런 분위기가 물씬 느껴진다(아니 잠깐, 아이린이 랩 담당이었어...?). SM 특유의 다양한 의미와 세계관이 이 같은 것일까? 노래나 뮤직비디오에 여러 이스터에그를 넣고 팬들이 스스로 각양각색의 해석을 하게 해 2차, 3차 창작하는 여지를 주는 그들만의 특징을 알 수 있다.

사실 내가 이 노래를 좋아했던 건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저 내가 지독한 아이스크림 마니아이기 때문(장래 희망이 젤라또 할아버지다). 너무나 달콤한 아이스크림 케이크, 하물며 사랑하는 존재의 입가에 묻은 아이스크림 조각은 얼마나 매혹적일까? 각양각색으로 요동치는 그 사랑의 맛이 너무나 발칙해 도저히 정신을 못 차릴 것만 같다. Gimme that Gimme that your lips!

🍄 레드벨벳 - Feel My Rhythm

이렇게 레드벨벳에 빠지게 된 계기는 이 노래 덕분이다. 뜬금없는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에 당황했지만, 이상하게 계속 듣고 싶은 매력이 있다. 8년 전 데뷔 당시의 <행복> 뮤직비디오와 비교해보면, 참 아이돌의 세계도 시간도 많이 흘렀고 스타일도 달라졌다는 것이 느껴진다. 그만큼 나도 나이를 먹었겠지.

사운드보다는 가사에 끌리는 내 취향에 따라 이번 노래도 가사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정형화된 일상(어제와 오늘)과 기준(오만과 편견)에서 벗어나 나만의 세상을 창조하는 이야기. 지금, 이 순간을 놓지 말라는 'Carpe diem(Seize the Moment)'의 철학까지 담겨있는 듯하다. 우리는 어쩌면 '오늘'이라는 소중한 순간을 어제의 후회를 되새김질 하느라 소모하고, 불확실한 미래의 수단으로만 활용하고 있지 않았던가? 

알고 보니 이 노래도 서지음 작사가의 곡이었다. 서지음 작사가가 누구인가? 바로 나의 아이돌 원탑 노래 '러블리즈 - Ah Choo'의 작사가가 아닌가! 역시 감성은 감성을 알아보는 법! 이 노래의 킬링 포인트는 역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꽃가루를 날려 / 폭죽을 더 크게 터트려" 부분일 것이다. 이미 SNS에서는 이 구간의 커버가 유행하고 있다. 조이 특유의 간드러진(!) 음색과 긍정 가득한 미소, 그리고 손동작 안무를 보고 있노라면, 크러쉬 개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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