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89] 🥦 넌 알았니 기타가 이리 다채로운지

반갑습니다, 콜리🥦입니다. 베이스(Bass)에 이어 악기 특집 두 번째 시간입니다. 이번엔 기타(Guitar)를 들고 왔어요. 기타 이야기 전에 악기 특집에서 다루는 곡의 기준을 말씀드릴까 합니다. 일단 누구나 알 만한 곡은 지양합니다. 저만 좋아할 것 같은 곡도 멀리 합니다. 둘 사이의 적당한 지점 찾는 것은 비단 악기 특집이 아니더라도 늘 관건이죠. 두 번째로 다루는 악기 소리가 가장 중요합니다만 기본적으로 듣기 좋은 곡을 고르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연주 곡은 다루지 않습니다. 우리가 실용음악 공부하는 건 아니잖아요. 노래가 있는 곡 중에서 골라도 좋은 곡이 너무나 많습니다.

저는 옛날에 기타를 조금 배운 적이 있습니다. 대학생 시절 짧게나마 밴드 활동도 해봤고요. 지금은 집에 아무도 없을 때 종종 혼자 기타 치며 노랠 부르곤 합니다. Am, C, F 같이 지극히 단순한 기본 코드를 잡고 딩가딩가 치는 정도에 불과하지만 그럭저럭 취미로 즐길 정도는 됩니다. 그러니 다른 악기보다야 기타에 대한 이해가 상대적으로 높다고 할 수 있을 텐데요. 그래서 오히려 편지에 담을 세 곡을 어떻게 꾸려야 할지 더더욱 고민되던 것 있죠.

기타처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악기가 드물 거예요. 곡의 멜로디, 리듬을 오갈 수 있고, 때로는 '이게 기타 소리인가' 싶은 효과음처럼 연출할 수도 있죠. 같은 역할을 맡더라도 어떤 기타, 어떤 장비를 통해 연주하느냐에 따라 소리가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습니다. 물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연주자의 실력이겠죠. 갑자기 예전에 들은 말이 생각납니다. "기타만 펜더(Fender)―유명한 기타 제조사 중 하나―면 뭐하냐, 손이 펜더여야지."

기타 특집은 담백하게 꾸리려고 노력했어요. 각각 통기타, 기타 리프(Guitar Riff), 기타 솔로(Guitar Solo)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곡입니다. 후보군으로 기타 한 대로 여러 대를 치는 것 같은 곡, 기타 연주에 뽕끼가 넘치는 곡, 후렴구가 노래 대신 기타 연주인 곡, 장비를 사용해 기타 친 곡, 기타 소리를 효과음처럼 연출한 곡, 특이한 기타를 사용한 곡 등이 있었습니다. 꽤나 다채롭죠? 기타 특집도 맛있게 즐기시길 바라면서 음악 소개를 시작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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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ohn Mayer - Neon (Live In L.A.)

<Neon>은 필히 라이브 버전으로 들어야 한다. 2001년에 발매된 존 메이어(John Mayer)의 첫 번째 정규 앨범 [Room For Squares]에 수록된 <Neon>은 말하자면 일렉트릭 기타 버전이다. 그것도 물론 좋지만 위 라이브 영상처럼 어쿠스틱 기타 버전에서야말로 <Neon>의 매력이 극대화 된다. 2007년 미국 로스 엔젤레스에서 수많은 관중 앞에 홀로 등장한 존 메이어, 당시 나이 서른이었다. 환호하는 팬들에게 "Good Evening" 한마디만 툭 던지고 곧장 기타를 퉁긴다.

원곡과 다른 애드리브는 공연의 묘미다. 원곡보다 좋을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존 메이어는 실패 확률이 낮은 뮤지션이다. 즉흥 연주를 하더라도 대체로 예상 가능한 지점에서 하며 늘어지지 않는다. <Neon> 역시 그렇다. 처음 듣더라도 금방 리듬을 탈 수 있을 만큼 쉽다. 45~55초 부분은 우리 전통 악기 가야금 소리를 떠오르게 한다. 기타에서도 이렇게 구성진 소리가 나는구나. 화면 속 관객들처럼 탄성이 절로 나올 때쯤 메인 리프(Riff)​가 연주되고 곧이어 노래가 시작된다.

대학 시절 어쭙잖게나마 밴드 활동을 해봤고 지금은 방구석 기타리스트인 입장에서, 나는 때때로 존 메이어한테 엽기적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기타를 저렇게 치는 동시에 노래도 저렇게 한다니. 둘 다 그냥 하는 정도가 아니라 곡의 기승전결에 맞춰 강약 조절까지 능수능란하다. 위 영상에 가슴이 웅장해진 어느 날 <Neon>을 쳐볼까 싶어 악보를 찾아봤다. 왼손, 오른손 둘 다 턱없었다. 빠르게 포기했다. 괜찮다. "Good Evening" 정도는 제법 비슷하게 따라할 수 있으니까.

🥦 Run DMC - Walk This Way (Ft. Aerosmith)

기타 하면 생각나는 음악을 지금 떠올려보자. 결과가 아주 다양하게 나왔을 것 같은데 '기타 리프'를 떠올린 사람이 가장 많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여기서 '리프'란 음악에서 반복되는 짧은 구간을 가리키는 말이다. 딥 퍼플(Deep Purple)의 <Smoke On The Water> 도입부가 기타 리프의 좋은 예다. 짧은 반복구인 만큼 좋은 기타 리프가 나오는 곡이라면 그만큼 사람들에게 각인되기 쉬울 것이다. 한동안 우리나라에서 유행했던 '후크송'처럼 말이다.

<Walk This Way>도 조 페리(Joe Perry)가 연주한 기타 리프로 유명하다. 원래 이 곡은 미국 록밴드 에어로스미스(Aerosmith)가 1975년 발표했다. 그루브 넘치는 드럼 비트와 금방 흥얼거릴 수 있을 만큼 쉬운 기타 리프로 인기를 끌었다. 그런 <Walk This Way>에서 더 큰 가능성을 발견한 뮤지션이 있었다. 힙합 그룹 런 디엠씨(Run DMC)가 1986년에 이 곡을 다시 부른 것이다. 드럼과 기타는 그대로 가져오는 대신 가사를 손보고 디제잉(DJing)을 얹어 힙합 색깔을 가미했다.

후렴구에서 "Walk this way"하고 지르는 것을 비롯해 2절부턴 원작자 에어로스미스의 보컬 스티븐 타일러(Steven Tyler)―참고로 그는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아르웬'으로 잘 알려진 리브 타일러의 아버지다―가 런 디엠씨와 함께 노래한다. 그리하여 <Walk This Way>는 유행가 그 이상이 되었다. 록과 힙합이라는 이질적인 장르의 융합이요, 힙합이 대중음악의 한 축으로 진입하는 물꼬를 튼,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남다른 곡이 되었다.

🥦 Pink Floyd - Comfortably Numb

누군 좋아했겠냐만 고등학생 시절 나는 야간 자율학습을 유독 싫어했다. 무엇보다 반강제여서 싫었다. 그때부터 록(Rock)을 듣기 시작했으니, 이제 와서 보면 그렇게 싫어했던 야간 자율학습이 록이라는 취향을 남긴 셈이다. 아 인생 몰라요. 아무튼 그 시절 뮤즈(Muse), 그린 데이(Green Day)에서 시작해 메탈리카(Metallica), 슬립낫(Slipknot) 같은 메탈(Metal)까지 귀의 영역을 확장해 갔다. 기타리스트를 얼마나 빨리 치는지, 태핑(Tapping)을 잘하는지 같은 속주, 기교로 평가하려 들었다.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의 <Comfortably Numb>은 말 그대로 충격이었다. 장엄하게 출발해 우주를 유영하는 듯한 느낌을 선사하는 이 곡엔 기타 솔로가 두 차례 나온다. 데이빗 길모어(David Gilmour)의 연주는 속주도, 특별한 기교하고도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가슴을 후벼판다. 내가 연주하는 것마냥 눈이 감기고 고개가 뒤로 넘어간다. 괜히 '역대 최고의 기타 솔로' 목록에서 빠지지 않는 게 아니다. 이 위대한 기타 솔로의 핵심은 기타의 '톤', 다시 말해 일렉트릭 기타 본연의 음색과 데이빗 길모어의 손맛이다.

<Comfortably Numb>은 핑크 플로이드의 1979년작 [The Wall]에 수록되었다. [The Wall]은 가상 인물 '핑크'를 주인공으로 하는 콘셉트 앨범으로, 현대인의 고립과 단절 등을 다룬 명반으로 평가 받는다. <Another Brick in the Wall> 3부작이나 록 오페라 <The Trial> 같은 곡도 있지만 [The Wall]의 대표 곡은 역시 <Comfortably Numb>이다. 참, 이 곡은 화자가 둘이다. 후렴구 전까지 핑크를 깨우려는 의사, 후렴구는 핑크 내면의 목소리다. 전자는 베이시스트 로저 워터스(Roger Waters), 후자는 데이빗 길모어가 불렀다. 기타 솔로뿐만 아니라 둘의 목소리 대조도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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