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216] 🍄 오늘 대전, 아니 전국에는 모다깃비가 내렸어요.

안녕하세요, 여러분. 로이🍄입니다. 비 내리는 목요일 오후, 잘 보내고 계신가요? 정말 오랜만에 듣는 반가운 비 소식이에요. 한 동안 습하고 무더운 날씨가 이어졌죠. 얼마 전 저희 회사에 방문한 싱가포르 분들조차 한국의 더위가 이토록 심할 줄 몰랐다며 혀를 내두르고 돌아갔답니다. 동남아 사람들도 인정한 불볕더위라니 대단하죠? 좀처럼 비가 내리지 않자 괜한 걱정도 앞섰어요. 작년에 이어 올해도 가뭄이 심해지면 어쩌나, 가뭄이야말로 진정한 재앙이라는데 기후위기가 진짜로 우리 일상을 바꿔놓으면 어쩌나, 그런 생각이 자꾸 들었거든요.

그래서일까요. 이번 비가 더없이 반가웠어요. 마치 그동안 꾹꾹 눌러 담아왔던 것들을 한꺼번에 쏟아내는 듯한 모다깃비였는데요. 잠시나마 우리 일상의 더위를 식혀주고, 비를 기다렸던 많은 분들께는 정말 단비 같은 소식이 되었길 바랍니다. 한편으로는 예상보다는 너무 많은 비가 내려서 걱정도 됩니다. 몇몇 지역에서는 풍수해 위기경보까지 가동되었더라고요. 심각한 비 피해 없이 모두가 안전하게 지나가기를 기도해봅니다.

저는 이번 달부터, 어쩌다 보니 주중 대전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회사 일 때문에 당분간은 여기서 지내게 될 것 같아요. 처음 와보는 생면부지의 대전 땅에서 이것저것 시도해보며 적응해보려고, 살아보려고 애쓰는 중이에요. 오랜만에 ‘산다는 것’에 노력이라는 단어를 더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도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살아내신’ 구독자님을 존경하고,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오늘은 제 대전 생활에서 단비처럼 마음을 적셔준, 생수처럼 위로가 된 노래들을 소개해드릴게요. 구독자님께도 작은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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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椅子樂團 - 島

낙일비차(落日飛車, Sunset Rollercoaster)로부터 알게 된 만다린팝의 세계는 생각보다 훨씬 깊고 흥미롭다. ‘만다린팝(Mandarin Pop)’이란 중국어로 부르는 중화권 중심의 대중음악을 일컫는다. 다만 중국 본토보다는 대만 출신의 밴드들이 더욱 글로벌하게 강세를 보이는 듯 하다. 이들의 음악은 중화권 특유의 전통적인 분위기와 함께, 때로는 이국적이고 몽환적인 색채까지 더해져 무척 색다른 사운드를 들려준다.

얼마 전 소개했던 밴드 간일조만(看日早晚)에 이어, 이번에는 의자악단(椅子樂團, The Chairs)이라는 밴드를 알게 됐다. 모두 대만 출신의 밴드들인데, 중국식 이름이 참 재미있다! 의자악단은 대만 타이완섬의 중서부 지역 타이중의 고등학교 동아리에서 출발했다. 2016년 데뷔 이후 어느덧 5개의 앨범을 발표했고, 현재는 대만 인디신을 대표하는 밴드로 자리잡았다. 얼마 전에는 <DMZ 피스트레인 2025>에 참가하며 한국을 찾기도 했다.

요즘 이들의 음악을 처음부터 쭉 들어보고 있는데, 포크부터 사이키델릭, 슈게이징까지 폭넓은 스타일을 넘나들어 듣는 즐거움이 크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은 작품은 데뷔 앨범 [Cheers! Land]다. 제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는 애매하지만, 어쨌든 자신들이 살아가는 땅과 공간에 대한 환호와 찬사를 담은 듯하다. 이 앨범의 첫 트랙 <島>이 가장 인상 깊었다. 대만의 자연을 닮은 앰비언트 사운드와 함께 타이완섬의 들판과 개울, 언덕, 바다, 땅의 향기를 노래한다. 특히 그 풍경을 담은 뮤직비디오와 함께 가사를 해석해 음미하니 노래가 더욱 마음 깊이 와닿는다.

나도 대만을 두 번 정도 여행 다녀왔다. 나에게도 대만은 너무나 친절하고 순박한 사람들과, 아리산을 중심으로 하는 대자연으로 기억된다. 누군가의 물리적 위협을 받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은 도대체 어떤 삶일까? 분명 그들에게 이 섬은  너무나 소중한 고향이자 부모와 자식의 땅이며, 지키고 싶은 삶일 것이다. 

🍄 Muse - Exogenesis Symphony

중고등학생 시절, 아니 20대까지만 해도 그렇게나 열심히 들었는데, 어느샌가부터 더는 찾지 않게 된 밴드가 있다. 바로 뮤즈(Muse)와 콜드플레이(Coldplay)다. 왜 이렇게 됐는지는 잘 모르겠다. 여전히 훌륭한, 아니 이제는 훌륭하다는 표현을 넘어 위대한 밴드가 되어버린 이들인데 말이다. 특히 뮤즈는 2012년 발매한 여섯 번째 정규 앨범 [The 2nd Law]가 마지막으로 각잡고 듣던 앨범이었다. 그해 런던 올림픽에서 연주한 <Survival>이 내게 있어 가장 멋졌던 뮤즈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그로부터 벌써 10년이 훌쩍 넘었다. 잊고 지냈던 뮤즈의 음악을 다시 듣게 된 건, 콜리🥦가 뮤즈 내한 소식을 전해줬기 때문이다. 덕분에 먼지가 쌓였던 앨범을 탈탈 털어내고(사실 애플 뮤직임), 오랜만에 이들의 음악을 들어봤다. 어떤 음악을 다시 들어볼까 고민하던 중, 앨범 [The Resistance]의 <Exogenesis Symphony Part 1, 2, 3>을 이어서 들었다. 제목 그대로 ‘심포니’라는 이름에 걸맞게, 세 악장을 한 곡처럼 이어서 감상할 수 있는 걸작이다. 그래, 이게 뮤즈였지. 마침내 예술의 경지에 다다른 뮤즈의 모든 것이 담긴 음악이라 할 수 있겠다. 우주 영화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한 편의 영화 음악 같기도 했고, 직접 우주를 체험한 듯한 감각과 낭만을 선사해주는 곡이다.

매튜 벨라미(Matthew Bellamy)는 이 곡을 만들 때 라흐마니노프,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쇼팽 같은 클래식 거장들과 더불어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로부터도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내용은 인류의 종말을 앞둔 한 인간이 새로운 행성을 찾아 우주로 떠나 인류 존속을 꿈꾸는 여정을 그리다 마침내 무언가를 깨닫는다는 내용이다. 평단의 평가도 좋았다. 어느 정도냐면 한 평론가는 이 곡을 통해 매튜 벨라미의 보컬을 마침내 라디오헤드의 톰 요크(Thom Yorke)와 같은 선에 놓기까지 했다.

🍄 CIFIKA - 모다깃비

아, 대전 생활 쉽지 않다. 달리기도 해보고, 맛있는 음식도 먹어보고, 주중엔 예배를 드리러 교회에도 갔다. 옷을 사기도 했고, 가방도 샀다. 심지어 전혀 취미도 없던 프라모델을 주문하기까지 했다. 지금 그 프라모델은 해외에서 열심히 날아오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도, 30대 중반이 되어 새롭게 시작한 타지 생활은 여전히 어렵기만 하다. 외롭기만 하다. 아무나 만나면 되는 걸까? 뭐든 하면 되는 걸까? 뭐든 사면 나아지는 걸까? 그렇지 않다. 이 외로움과 쓸쓸함, 낯선 환경에서 오는 막막함은 내 마음 한가운데까지 스며들어 깊은 근원에 위로를 주는 오직 따스함으로만 극복할 수 있다.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느껴지던 오늘 2025년 7월 16일의 퇴근길. CIFIKA가 나에게 정말 소중한 선물을 줬다. 모다깃비는 ‘뭇매를 치듯이 세차게 내리는 비’를 뜻한다고 한다. 마침 오늘 대전엔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여름인데도 좀처럼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던 하늘, 역대급 가뭄으로 기후위기를 걱정하던 시기, 계속 딱딱하게 굳어가고 메말라가던 내 마음에 정말 반갑고 따뜻한 모다깃비가 대전에, 내 마음에 내렸다. 어찌나 반가웠던지 모다깃비를 맞으며, 들으며 운전대를 잡고 퇴근하던 길에 그만 울컥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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