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215] 🥦 여름을 여름답게 보내기 위한 세 곡

반갑습니다, 콜리🥦입니다.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죠? 유월 말, 칠월 초부터 이럴 일인가요? 세상이 갑자기 불가마 찜질방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이글거리는 햇볕과 후텁지근한 공기에 한밤중이 아니고서야 야외 활동이 아무래도 불가능할 정도가 아닌가 싶은데요. 얼마나 이렇게 더울까요. 앞으로 적어도 두 달, 길면 석 달 이상을 이런 날씨 속에서 살아야 한다 생각하면 땀이 많고 더위에 약한 저로선 몸이 녹아버릴 것 같네요.

이런 생각도 듭니다. 이런 날씨는 인간이 살기에 적합하지 않다, 일 년의 사 분의 일이 이런 날씨라면 이것은 재앙 수준 아닌가. 기후위기라는 말이 퍼뜩 체감됩니다. 기후위기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요. 인류의 힘으로 가능한 일일까요. 이렇게 더워서는 에어컨을 틀지 않을 수 없는데, 에어컨을 틀면 실외기 열이 발생하고 그밖에도 에어컨 가동에 필요한 에너지가 필요하고 그 때문에 지구는 더 더워지고, 에어컨을 더 강하게 틀게 되고. 점심 시간에 챙겨 나온 텀블러가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무력감이 들기도 합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답도 없는 이야기를 했네요. '더위에 힘들어 하고 있구나' 하고 이해해주세요. 이런 날에만 즐길 수 있는 쾌감이 있기도 합니다. 냉수 샤워 말입니다. 운동하고 들어와서 곧장 샤워기 물을 가장 차갑게 틀고 하체부터 씻습니다. 다음은 상체 차례입니다.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죠. 머리가 아플 정도로 차가워서 아주 그냥 짜릿하답니다. 이게 근육, 피로 회복에도 좋다고 하더라고요. 운동 선수들이 괜히 얼음 욕조에 몸을 담그는 게 아닌 것이죠. 구독자 님의 여름날 비기는 무엇인가요? 슬기롭게 여름을 날 수 있도록 각자의 방법을 나누면 좋을 것 같군요. 참, 노래도 빠뜨릴 수 없죠. 더운 여름에 더욱 잘 어울리는 노래로 준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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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문샤이너스 - 푸른 밤의 BEAT!

여름, 바다 같은 단어 없이도 이렇게 여름에 잘 어울리는 곡이 있을까? 얼마 전만 해도 연둣빛이 조금은 남아있던 나뭇잎이 어느새 짙은 초록으로 자라났다. 일 년을 일생으로 친다면 '청춘'의 시기를 지나고 있는 것이다. 무릇 청춘이란 힘이 넘치되 다듬어지지 않아 다소 서툴고 때로는 거친 그 자체가 매력일 터다. <푸른 밤의 BEAT!>가 여름에 유독 잘 어울리는 것도 이 곡이 그야말로 청춘의 노래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더 문샤이너스는 200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활동했던 밴드다. 주축은 역시 우리나라 인디 밴드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로큰롤 야만인', '차차' 차승우였다. 차승우는 <청년폭도맹진가>로 전설을 쓴 노브레인(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넌 내게 반했어>는 차승우가 노브레인을 탈퇴한 이후 나온 것으로, 차승우 탈퇴 전과 후의 노브레인은 다른 밴드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을 거쳐 지금 소개하는 더 문샤이너스 그리고 PRIIISM 초기에 소개한 적 있는 더 모노톤즈를 거쳤다.

더 모노톤즈 이후 솔로 활동을 시도하기도 했으나 활동이 오래가진 않았다. 이후 최근까지 애견인, 불교인이자 생활인으로 활동하던 차승우가 얼마 전 서울 한남동 모처에서 기타를 잡고 마이크 앞에 섰다. 6년만이었다. 공백이 있었냐는듯 공연장은 관객으로 빽빽했고, 차승우는 여전했다. 아! 토요일 저녁이었으면 가볼 수 있었을 텐데, 이럴 때만큼 지방에 사는 것이 서러울 때가 없다. 차승우가 다시 음악을 하기를 소망한다. 음반도 내고 공연으로 전국 투어도 돌고! 그러면서 맛본 전국의 맛집을 소개하는 책을 다시 내보는 것은 어떤가? 중화요리는 예전에 다뤘으니까 이번에는 냉면이 좋겠다.

🥦 킹스턴 루디스카 - 리우데자네이루 (Feat. 나희경)

유월 말부터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인가. 전지전능한 신이 지구에 가마솥 뚜껑이라도 덮어버렸나. 불가마 더위 속에서 길을 걷다가 나도 모르게 '아이고 살려주세요' 소리가 나와버렸다. 에어컨이 절실하다. 그런데 말이다. 에어컨을 켜면 실외기가 돌아간다. 실외기에서 열이 나고, 그러면 에어컨을 켠 실내는 시원해지지만 바깥은 더 더워지고, 그럴수록 사람들은 더더욱 에어컨을 찾게 되고, 악순환이다. 이를 어쩐다. '인류세'라는 말과 함께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체감하는 요즘이다.

이제 7월 초다. 앞으로 적어도 몇 주, 길면 두 달은 더 더워질 것이다. 인류세, 기후변화 고민은 우리 모두의 숙제이자 운명일 것이다. 일단 이 무더운 여름날을 각자 슬기롭게 보내야 한다. 나는 가벼워지려고 한다. 옷 차림도, 몸도 마음도. 음악은 산뜻한 것으로 들어보자. 산뜻한 음악이라, 스카(Ska)도 좋겠고 보사 노바(Bossa Nova)도 좋겠다. 스카와 보사 노바의 만남, 킹스턴 루디스카(Kingston Rudiska)와 나희경이 합작한 <리우데자네이루>를 들어보자.

물방울이 떨어지듯 또랑또랑한 피아노 선율이 훑고 지나간다. 이어서 등장하는 나희경의 목소리가 참 산뜻하다. 킹스턴 루디스카의 보컬 이석율이 차분하게 화음을 넣긴 하지만 이렇게만 흘러간다면 '나희경 솔로 곡 아니야?'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럴 때쯤 트럼본의 최철욱을 비롯한 금관 악기 주자들이 나타난다. 리우데자네이루, 브라질 바다는 어떤 모습일까? 그곳도 덥겠지? 이런 태평한 생각이 드는 걸 보면 역시 무더울 땐 이런 'Chill'한 곡에 귀를 맡기는 게 좋다.

🥦 Ed Sheeran - Drive

불가마 날씨엔 도무지 집에 있기 힘들다. 에어컨을 켜면 집만한 곳이 없긴 하지만, 원룸도 아니고 식구들과 함께 사는 아파트에서 혼자 에어컨을 켜고 있는 것은 낭비처럼 느껴진다. 그럴 때 나는 영화관에 가곤 한다. 말하자면 다른 계절엔 '오!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야 간다면, 한여름에는 '괜찮을 것 같은데?' 정도만 되도 괜찮다. 진입 장벽이 낮아지는 것이다. 시원하고 널찍한 자리에서 두세 시간 보내기론 퍽 괜찮지 않나. 필요하면 간식 거리를 먹을 수도 있고.

지난 주말 브래드 피트가 주연으로 출연한 <F1 더 무비>를 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주 재밌었다. 2022년에 개봉했던 <탑건: 매버릭>의 조셉 코신스키 감독을 비롯한 스태프들이 대거 합류했다더니 과연 두 영화는 아주 비슷했다. 마치 <탑건: 매버릭>의 톰 크루즈를 브래드 피트로, 전투기를 레이싱 카로 바꾼 것 같달까. 복잡하지 않은 시나리오, 그래서 시원 시원한 전개. 반전 따윈 전혀 없이 너무나 뻔하지만 스릴 넘치는 시간이었다. 브래드 피트가 분한 소니 헤이스는 레이싱에 미친 사나이로, '테토남'의 정석을 보여준다. 올해 한국 나이로 예순셋의 브래드 피트는 어쩌면 여전히 군살 하나 없는 근육질 몸에 머리 숱도 빽빽하단 말인가. 남자가 봐도 반하겠다.

그냥 영화로서만 재밌었다면 <F1 더 무비>는 PRIIISM에서 다루기엔 적절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영화의 음악 감독은 한스 짐머(Hans Zimmer)가 맡았고, <F1>을 필두로 과연 음악도 훌륭하다. 시작부터 레드 제플린(Led Zeppelin)의 <Whole Lotta Love>로 아드레날린을 끌어올리더니, 중반부엔 퀸(Queen)의 <We Will Rock You>로 주먹을 불끈 쥐게 한다. 에드 시런(Ed Sheeran)의 <Drive>는 영화의 피날레를 장식한다. '에드 시런이 이런 곡을?' 하는 생각이 들게 할 만큼 록(Rock) 색채가 강한 곡인데, 존 메이어(John Mayer)와 데이브 그롤(Dave Grohl), 피노 팔라디노(Pino Palladino) 등이 참여해서 곡 크레딧이 화려하다. 그 결과물, <Drive>는 영화처럼 쭉 뻗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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