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60] 🥦 중년 래퍼와 베일 속 뮤지션 그리고 급진적 낙관주의자

반갑습니다, 콜리🥦입니다. 여름이 불쑥 다가와버렸네요. 이번 주 들어 경기도, 경상도, 전라도 곳곳에서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다죠. 강원도 강릉에선 올해 첫 열대야가 발생했다고 하고요. 올해는 얼마나 더울까요. 저는 땀이 많아서 올 여름엔 땀을 얼마나 흘리려나 싶은데, 슬기롭게 더위를 보내야겠죠. 덥고 땀난다고 짜증내봐야 더 열나고 불쾌해질 뿐이니까요.

지난 주말 저는 가족과 제주도에 다녀왔습니다. 사흘을 머물렀는데 여행 내내 구름 끼고 비가 오다 그치다 하는 날씨였습니다. 처음엔 화창한 하늘과 에메랄드 빛 바다를 볼 수 없게 됐다는 사실에 아쉬웠지만, 다르게 생각하니 이내 위안이 되더라고요. 구름 덕분에 더위를 피할 수 있었고, 부슬부슬 내린 비 덕분에 신비한 느낌마저 들 정도의 운치를 만끽할 수도 있었습니다.

여름 휴가를 준비하고 계신 분도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아직 별 계획은 없습니다만 산이나 바다, 물과 숲이 있는 곳으로 가면 좋겠네요. 어차피 덥고 땀 날 거, 운동으로 땀을 빼는 것도 좋겠습니다. 미리 시원하게 해둔 맥주를 벌컥 벌컥 들이켜서 땀으로 빠진 수분을 채우면 아주 그냥 극락이 따로 없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럴 때 음악이 빠지면 서운하죠. 요즘 자주 듣는 세 곡을 소개합니다.

📧 추신, PRIIISM 뉴스레터는 상단의 '🌏웹에서 보기' 버튼을 누르면 보다 쾌적하게 읽으실 수 있습니다.

🥦 Eminem - Houdini

힙합(Hip Hop)을 잘 몰라서 그런 걸까. 힙합은 유독 젊은 사람들의 음악 같다. 환갑을 바라보는 닥터 드레(Dr. Dre)는 후진 양성에 초점을 맞춘 지 오래됐으며, 40대 중후반의 제이 지(Jay Z), 칸예 웨스트(Kanye West)도 사업가 면모가 더 부각되어 보이곤 한다. 힙합이 대중음악 주류로 진입한 지 역사가 상대적으로 길지 않은 까닭도 있겠지만 나이 든 래퍼는 아무래도 어색하다.

그러나 지천명 넘어서도 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래퍼가 있다. 그냥 랩 깨나 하는 사람 정도가 아니다. 그는 흑인 음악 중에서도 유난히 흑인만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힙합에서 최고가 된 백인이자, 힙합이라는 시장 자체를 바꿔버린 인물이다. 그는 스스로 신을 자처했고, 누구도 거기에 감히 반기를 들지 않아, 말 그대로 타자공인 '랩 갓'으로 즉위했다. 에미넴(Eminem)이 5월 마지막 날 싱글 <Houdini>로 돌아왔다.

<Houdini>라는 곡 명은 전설적인 마술사 이름에서 따왔다. 음악은 80년대 유행가 스티브 밀러 밴드(Steve Miller Band)의 <Abracadabra>를 샘플링했다. 거기에 에미넴이 자신의 또 다른 자아 '슬림 셰이디(Slim Shady)'를 절묘하게 버무렸다. <Without Me>를 중심으로 <Just Lose It>, <My Name Is>, <The Real Slim Shady> 등 에미넴 대표 곡들이 스친다. 위키 백과에선 이 곡 장르에 '코미디 랩'이라 적혀 있다. 과연 마술처럼 재미난 곡이다.

🥦 Berlioz - Hot House

베를리오즈, 왜 이름을 이렇게 지었을까? 19세기 클래식 낭만주의 음악가 엑토르 베를리오즈(Hector Berlioz)를 떠올릴 수밖에 없는 이름이다. 이 사람들은 클래식을 하나? 정통 클래식은 아니어도 클래식을 기반으로 다른 장르와 접목을 시도한 음악을 하나? 둘 다 아니었다. 2인조 DJ이자 프로듀서로 이뤄진 베를리오즈의 음악은 클래식과 매우 거리가 멀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위 영상에 걸린 앨범 커버를 보자. 미술에 관심을 가진 분 또는 유럽풍 소품으로 채워진 카페 가기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앨범 자켓에서 화가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가 떠올랐을 것이다. 마티스는 노년에 붓을 들기 어렵게 되자 색종이를 오려 붙이는 식으로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판화집 『Jazz』에 담긴 이카루스가 그 시기 대표작이다. 베를리오즈의 인스타그램, 유튜브 프로필에 이렇게 적혀 있다. "if Matisse made house music". 이제야 이들이 무슨 음악을 하려는지 짐작이 간다.

베를리오즈는 재즈와 하우스를 접목한 음악을 한다. 이들의 <Hot House>는 색소폰이 분위기를 잡으면 드럼과 베이스가 흥겨운 비트를 만들고 그 위에 피아노 선율이 흐드러진다. 뭔가 있어 보이고 멋진 공간에 나올 법하다. 선선한 밤 공기를 맞으며 드라이브 할 때 너무나 잘 어울린다. 들으면 들을수록 궁금증이 짙어진다. 왜 베를리오즈로 이름을 지었을까. 이름 때문에 엑토르 베를리오즈 정보가 자꾸 나오는지라 이들의 정체를 알아내기 영 쉽지 않다.

🥦 Dua Lipa - French Exit

그렇다. <French Exit>은 곡을 여는 드럼 비트에 귀가 솔깃해졌다. 이 곡은 지난 5월 3일 발매된 두아 리파(Dua Lipa)의 세 번째 정규 앨범 [Radical Optimism]에 수록되었다. 리드미컬한 음악에 두아 리파 특유의 허스키한 음색이 어우러진다. 두아 리파는 2집 [Future Nostalgia]의 대성공에 힘입어 현재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솔로 뮤지션 중 하나로 도약했다.

2집 이후 두아 리파는 활동 반경을 넓혔다. 베르사체 런웨이에 서며 모델로 데뷔했으며 할리우드에도 진출했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바비>에 인어 바비로 출연하였고, 올해는 <킹스맨>의 매튜 본 감독의 <아가일>에도 조연으로 등장했다. 그런데 자신의 미래를 너무 '급진적으로 낙관'한 탓일까, [Radical Optimism]는 기대만큼 성적은 거두지 못하고 있다. <French Exit>을 비롯한 몇 곡은 잘 빠졌지만 말이다.

🎤 이번 주 소개드린 노래와 글은 어떠셨나요?

링크로 자유롭게 의견을 남겨주세요. 👉🏻 https://forms.gle/fCh3VBhXtHCCkaci8

📬 PRIIISM은 3인의 발행자가 매주 순차적으로 발송합니다. (숑-콜리-로이 순)

📌 PRIIISM이 마음에 드셨나요? 그럼 수줍게 구독과 공유를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