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212] 🥦 한여름에 접어들기 전 여름 노래 챙기기

반갑습니다, 콜리🥦입니다. 날이 부쩍 후텁지근해졌습니다. 걸어서 15분 남짓한 출퇴근길이 슬슬 힘들어지고 있네요. 자주 뛰고 걷는 집 앞 호수공원에 벌레들이 많아졌고요. 그런가 하면 해가 길어졌고(덕분에 석양을 즐기기 참 좋습니다) 풀과 나뭇잎의 초록색이 짙어졌습니다. 이 모든 것이 제겐 여름을 알리는 지표들인데요. 구독자 님은 어디서 여름이 왔음을 실감하세요?

달력이 유월 말을 향하고 있습니다. 유월 말이 주는 의미가 상당한데요. 저만 그런 것은 아니겠죠? 한 해의 절반이 찼다니요! 지난해 말 짜보았던 연간 목표(만다라트)는 잊고 지낸 지 오래되었고요. 그런 만큼 이룬 것이 많지 않네요. 그렇게 생각하면 기운이 좀 빠지는 것도 같습니다만 우리에겐 6개월이 남아 있지 않겠습니까? 지금 상황에 맞게 목표를 조정할 것은 조정하고, 하반기를 맞이해 봐야지요.

자 언제나처럼 더워지는 요즈음 자주 듣는 세 곡을 소개합니다. 노래와 함께 잠시나마 산뜻하고 휴식 같은 시간 보내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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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Beach Boys - Summer Means New Love

해변으로 떠나는 여름 휴가를 떠올려보자. 아파트와 빌딩 대신 이런 광경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이다. 뜨거운 햇빛과 푸른 바다, 그 둘이 만들어내는 눈부시게 반짝이는 윤슬.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려보면 어느덧 완연한 초록으로 물든 나무들이 눈에 가득 찬다. 상상만으로도 정신 없이 돌아가는 일상에 숨 쉴 틈이 생기는 것 같다. 상상이 잘 되지 않는다면 <Summer Means New Love>를 들어보자.

비치 보이스(The Beach Boys)의 <Summer Means New Love>는 제목처럼 여름의 단꿈을 그렸다. 달콤하다. 그러면서도 중반부에 접어들면서 아득하게 밀려오는 관현악 연주에는 왠지 모를 노스탤지어, 향수 같은 게 묻어난다. 위 영상의 앨범 커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 시기까지 비치 보이스는 그 유명한 <Surfin' U.S.A.> 같은 서프 록(Surf Rock)을 했다. 이후 비틀스(The Beatles) [Rubber Soul]의 영향을 받아 나온 작품이 [Pet Sounds]다.

비치 보이스의 중심은 윌슨 형제였고, 그중에서도 맏형 브라이언 윌슨(Brian Wilson)이었다. 비치 보이스 음악 대부분의 작곡과 프로듀싱을 브라이언이 도맡았다. 그 브라이언 윌슨이 지난 6월 11일 세상을 떠났다. 위대한 음악을 남긴 위대한 뮤지션에게 존경과 추모하는 마음을 보낸다.

🥦 Olivia Dean - Nice To Each Other

어디서 처음 나온 말이지 모르겠지만 요즘 자주 보이는 말이 있다. 당장 PRIIISM 210호의 제목으로도 들어갔다! 활자 모양이 비율상 어색해 보이고 발음도 썩 좋지 않은 것이 처음엔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어느새 나도 모르게 쓰고 있는 표현이다. '느좋' 말이다. 그리고 지난 5월 30일 공개된 이 곡은 '느좋' 그 자체다. 올리비아 딘(Olivia Dean)의 <Nice To Each Other> 이야기다.

올리비아 딘은 <Dive>로 이미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져 있다(PRIIISM에서도 소개한 바 있다). <Nice To Each Other>은 베드룸 팝(Bedroom Pop) 성향의 곡으로 한결 가볍게 들을 수 있다. 역시 올리비아 딘 음악은 느낌이 좋다. 이 곡을 내면서 올리비아 딘은 다가올 9월 새 앨범 발매를 예고했다. 모국인 영국을 비롯해 공연 소식이 전해져 오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포함되기를 기대해본다.

🥦 윤석철 트리오 - 여대 앞에 사는 남자

<여대 앞에 사는 남자>는 일단 제목에 눈이 간다. 남자 입장에서 말해보자면 여대는 '금남'의 구역이지 않은가. 그 앞에 산다니. 식당이든 카페든 어디를 가도 남자보다 여자가 훨씬 많을 것이다. 누구도 내게 시선을 주지 않을 테지만, 그렇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나를 유심히 보지 않을까, 하는 상상과 기대를 놓아버릴 수 없을 것 같다. 사실 과거 일 년 반 남짓한 시간 동안의 내가 그랬다. 9~10년이나 지난 이야기지만.

여하튼 <여대 앞에 사는 남자>는 정말로, 여대 앞에 사는 남자 이야기 같다. 앞서 말한 '누구도 내게 시선을 주지 않을 테지만, 그렇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나를 유심히 보지 않을까, 하는 상상과 기대'가 음악에 담긴 듯하다. 무심하고 도도한 척하지만 내심 기대를 품고 있는 풋풋함 말이다. 9~10년 전에 이 곡을 알았더라면 그 여대 앞을 지나야 할 때마다 이 곡을 꺼내 들었을 것 같다.

30대 중반을 지나는 지금 나는 여대는커녕 대학교와 거리가 먼 일상을 산다. 지금 듣는 <여대 앞에 사는 남자>는 위에서 말한 감상과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상상력을 자극한다거나 기대를 품게하는 건 없지만 풋풋함, 청량함이 마음에 든다. 부쩍 날이 후텁지근해진 요즘, 저녁은 되어야 공기가 순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때 이 곡을 들으며 맞는 바람은 (좀 습하긴 하지만) 꽤 선선하기까지 하다. 여름에 함께하기 좋은 곡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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