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82] 🍄 공기가 무거워지고 시야는 더 선명해지고

안녕하세요, 로이🍄입니다. 요즘 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재미있습니다. 누군가는 갑작스럽게 추워진 날씨에 벌써 패딩을 꺼내 입은 사람도 있고, 또 동시에 따뜻한 한낮에 반팔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사람도 있지요. 이맘때가 되면 갈피를 잡지 못하는 날씨로 사람들의 옷차림이 제각각이지요. 재미있는 순간들입니다. (그만큼 일교차가 크다는 뜻이니, 구독자 님께서는 감기에 조심하세요!)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직장 생활 열심히 하고 있고, 매 순간순간 성취감과 좌절감, 환희와 슬픔을 교차하며 느끼고 있죠. 아, 최근엔 직장인의 의무로 건강검진도 받았습니다. 3년 전에 문제였던 간이 여전히 말썽이더라고요. 이제는 조금 더 경각심을 갖고 제 몸을 관리하기로 했습니다. 운동을 열심히 해야겠어요. 지난주 콜리🥦의 마라톤 풀코스 이야기를 듣고 경외심과 도전을 받았습니다. 

오늘은 평범한 일상을 보내며 새롭게 알게 된, 듣게 된 음악들을 소개합니다. 지금 이 시기에 딱 어울리는 음악이 아닐까 해요. 그러니까 제 마음에 꼭 박혔겠지요? 가끔 일상에 치이다 보면 시야가 흐려지고, 불투명함이 더해지는데요. 어느새 일상에서 풍성하게 느낄 수 있는 좋은 것들을 알아채는 감각이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기온이 내려가고 점점 공기는 무겁게 느껴지는 요즘 같은 시간이 참 좋습니다. 제 감각의 시야를 더욱 선명하게 만들어주는, 그래서 삶의 해상도를 더욱 높여줄 만한 음악들을 소개합니다. 구독자 님께서도 잘 즐겨주셨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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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1975 - About You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나도 첫 도입부가 주는 강렬함으로 인해 특정 음악에 대한 호감이 생긴다. 최근에는 주류 음악이라고 볼 수 있는 이지리스닝의 편안하고 감각적인 멜로디와 도입부에 많이 끌렸다. 그러다 오랜만에 새로운 밴드와 그들의 노래 도입부에 말할 수 없는 감동과 에너지를 느꼈다. 바로 오늘 소개하는 The 1975의 <About You>다.

현악기의 마찰음으로 포문을 열다 이윽고 여러 종류의 악기들이 레이어처럼 쌓여가며 점점 볼륨을 높여간다. 드라마틱한 감동을 선사하는데, 위키 등에서는 슈게이즈(shoegaze) 스타일을 따르고 있다고 한다. 어떤 점에서는 아케이드 파이어(Arcade Fire)의 명곡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U2의 <With or without you> 멜로디가 생각나는 사운드들이다. 어쨌든 이들의 많은 작품들 중에서도 가장 많은 신경을 쓴 곡이라는 생각이 들고, 그에 걸맞게 The 1975의 최대의 명곡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개인적으로는 중간에 이어지는 여성 보컬이 이 곡의 백미이자, 단순한 노래를 넘어 대단한 곡이라는 느낌을 들게 해주는 중요한 장치처럼 보인다. 참고로 여성 보컬의 주인공은 The 1975의 기타리스트 아담 한(Adam Hann)의 아내 칼리 홀트(Carly Holt)라고 한다. 이런 곡은 거대한 스피커에서 들으면 더 좋겠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LP바에서 다시 들어봐야겠다.

🍄 은하단 - 밤의 선명

콜리🥦가 서울에 올 때마다 종종 방문하는 LP바가 있다. 아버지 또래 비슷한 사장님이 운영하시는 가게인데, 사장님께선 은근히 노래 선곡 센스가 좋으시다. 올드팝이나 락, 그 시절 한국대중가요를 기본적으로 좋아하시는 것 같은데, 중간중간 최근에 나온 젊은 뮤지션들의 음악도 종종 트신다. 오늘은 LP바 사장님의 선곡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밴드 <은하단>을 소개한다. 

은하단 역시 The 1975의 <About You> 처럼 슈게이즈 음악 스타일을 추구한다. 여기에 레트로한 사운드와 몽환적인 보컬의 감성이 더해져 드림팝 느낌을 물씬 풍기게 한다. 은하단의 보컬 '제인' 목소리를 음원으로 들었을 때는 '신온유'의 목소리와 비슷하다고 생각해 혹시나 신온유가 다른 프로젝트를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라이브를 들어보니 두 사람의 목소리가 좀 더 다르긴 하더라.

사장님의 선곡은 <밤의 선명>이라는 노래였는데, 지금 같은 시기에 듣기 너무 좋은 곡이다. 점점 공기가 차가워지고 겨울이 다가오는 듯한 지금, 밤은 여름보다 더욱 선명해지고 그 희미했던 옛 기억들이 괜히 추억을 담은 향기와 함께 선명해진다. 수많은 항성계, 성단이 모인 은하(Galaxy)들이 또 모인 은하단(Cluster of galaxies)은 너무나 아득해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세계다. 은하단의 리더 '제마'는 이 곡이 은하단이 추구하는 음악적 방향성을 보여준다고 했다. 앞으로가 무한히 기대된다.

🍄 Tom Misch - Cinnamon Curls

톰 미쉬(Tom Misch)를 내 입으로 소개하긴 싫었다. 그의 음악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가 아니다. 오히려 너무 좋아서 그렇다. 그가 인기가 너무 많아서 괜히 소개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나도 톰 미쉬를 좋아하는 티를 내고 싶지 않았나 보다. 이상한 반골기질이다. 근데, 이 음악을 듣고는 소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도시의 불빛이 하나둘 꺼진 새벽 2~3시쯤, 무겁게 내려앉은 공기를 헤치며 원효대교를 건넜다. 다채로운 빛을 내던 한강의 여러 다리도 이 시간이 되면 조용히 잠에 든다. 나 또한 운전 중 잠에 들지 않도록 괜히 음악을 틀어본다. 이 정도 깊은 밤이면 드라이브하며, 어떤 음악을 들을까 고민하는 체력이 없어지는데, 그래서 애플 뮤직이 추천하는 음악을 아무거나 틀었고, 톰 미쉬의 <Cinnamon Curls>를 만났다. 

공기를 꾹꾹 눌어주는 사운드와 톰 미쉬의 보컬에 항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 내가 졌다. 이번 주 PRIIISM에 소개해야지. 그리고 괜한 혼자만의 싸움하지 말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악, 누구나 사랑하는 음악들 마음껏 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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