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49] 🥦 당신의 어깨를 둠칫둠칫 들썩이게 할 훵크 3선

반갑습니다, 콜리🥦입니다. 완연한 봄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때로 한낮에 맞는 햇볕이 뜨겁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대체로 선선하니 산책하기 너무 좋은 나날이네요. 날이 조금만 지나면 더워져버릴 테니 요맘때 저는 시간을 내서라도 산책을 하곤 합니다. 평소보다 걸음걸이를 의식적으로 늦추고 풀과 물과 하늘 따위를 연신 두리번거리며 걷습니다. 젓가락처럼 얇고 긴 다리로 수풀 사이를 걷는 백로도 보고 벤치에 앉아 구름이 지나가는 걸 그저 멍하니 바라보기도 합니다. 이렇게 산책하고 돌아오면 마음이 충만해지는 기분이에요.

저는 산책할 때 음악을 꼭 챙깁니다. 그동안 PRIIISM에서 구독자 님에게 걸을 때 듣기 좋다며 소개한 곡들이 몇 떠오르는데요. 요즘 같이 햇살 좋은 한낮의 봄날에는 경쾌한 음악이 좋더라고요. 그냥 경쾌한 음악이라고 하면 세상에 너무 너무 많겠죠! 이번에는 그중에서도 훵크(Funk)를 다뤄볼까 합니다. 이렇게 '훵크'라고 쓸 때마다 글자 모양이 영 어색해서 이게 맞나 싶어 머리를 긁적이게 됩니다만 라몬스(Ramones)나 그린 데이(Green Day) 등이 하는 음악인 펑크(Punk)와 구분을 위해 훵크로 칭하겠습니다.

훵크는 흑인 음악에서 유래했습니다. 여느 음악보다 그루브(Groove) 내지는 리듬감이 도드라진다는 특징이 있는데요. 때문에 훵크를 가리켜 '쫀득쫀득하다', '쫄깃하다', '찰지다'는 유의 표현이 자주 나오곤 합니다. 이런 느낌을 영어로는 'Tight'로 나타내더군요. 아무튼 훵크는 흑인 음악, 그중에서도 소울(Soul), 넓게는 재즈(Jazz)와 리듬 앤 블루스(Rhythm & Blues)에서 파생되어 70년대에 크게 유행했습니다. 이후 80년대 디스코(Disco)를 거쳐 오늘날 EDM에까지 영향을 주었죠. 와이드 팬츠 등 루즈핏이 다시 유행하는 시대에 걸맞게 음악도 레트로 댄스 뮤직, 훵크를 즐겨보는 건 어떨까요? 출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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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ic - Good Times

거두절미 하고 들어보자. <Good Times>는 일명 '짤짤이' 내지는 '쨉쨉이' 주법이라고 부르는 기타 연주 그리고 베이스와 드럼이 만들어내는 쫄깃한 그루브가 귀에 착착 감긴다. <Good Times>를 만든 시크(Chic)는 디스코, 훵크(Funk)를 얘기할 때 빠뜨릴 수 없는 밴드이자 드물게 음악성을 인정 받는 디스코 밴드이기도 하다. 수많은 디스코, 훵크, 댄스 뮤지션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시크의 중심이라면 역시 기타리스트 나일 로저스(Nile Rogers). 나일 로저스 하면 떠오르는 커팅 주법 위주의 단순하고 반복되는 기타 연주는 중독성이 굉장하다. 가만 듣다보면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은 기시감이 들 수 있는데, 다프트 펑크(Daft Punk)의 <Get Lucky>에서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기타가 바로 나일 로저스 솜씨다. <Get Lucky>뿐만 아니라 아예 이 곡이 수록된 [Random Access Memories] 앨범에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해서 <Lose Yourself to Dance>, <Give Life Back to Music> 등 여러 곡의 기타를 쳤다.

베이시스트 버나드 에드워즈(Bernard Edwards)의 베이스도 짚어야 한다. <Good Times> 베이스에 귀 기울여본 힙합 마니아라면 단박에 떠오른 노래가 있을 것이다. 역사상 최초로 히트한 힙합 넘버로 꼽히는 슈가 힐 갱(Sugar Hill Gang)의 <Rapper's Delight>이다. 두 곡의 베이스 라인이 똑같다. 원작자는 물론 시크였고, 사연인즉 슈가 힐 갱이 시크의 공연을 보다 <Good Times>의 찰진 베이스 라인에 취한 나머지 무단 샘플링을 해버렸다고 한다. 그 대가는 고소였고 결과는 원만한 합의였다.

🥦 Kool & the Gang - Get Down On It

<Good Times>가 다같이 어울리는 떠들썩한 파티 분위기라면 쿨 앤 더 갱(Kool & the Gang)의 <Get Down On It>은 열기가 약간은 정리되어 몸을 성큼 성큼 휘적이기 좋다. 기타 리프와 브라스, 키보드 솔로가 돋보이긴 하지만 <Good Times>에 비해선 악기 소리가 한걸음 뒤로 물러난 느낌이다. 대신 보컬이 전면에 등장한다. 메인 보컬 제임스 테일러(James JT Taylor)의 목소리는 마치 근심과 고민이라고는 1도 없이 즐거움과 낙관으로 가득찬 것 같다.

<Get Down On It>은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 마력이 있다. 반복되는 단순한 가사에 대단한 뜻은 없다. "Dance, come on!"라는 가사에서 드러나듯 그저 같이 어울리자, 춤추자는 이야기다. 그래서인지 반복되는 "Get down on it" 후렴구를 듣다보면 어느새 마스크 속에서 나도 함께 립싱크를 하게 된다. 둠칫둠칫 어깨가 들썩이고 발걸음이 어쩐지 리드미컬 해진다. 남이 보기에 내 걸음걸이가 이상해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아무렴 어떤가. 선글라스를 쓰고 나온 덴 다 이유가 있었다!

쿨 앤 더 갱은 로버트 쿨 벨과 로날드 칼리스 벨(Ronald "Khalis" Bell) 형제를 주축으로 한 밴드다. 워낙 많은 사람이 밴드를 들어오고 나간 터라 멤버가 누군지, 이들 음악에 사용된 악기가 무엇인지 일일이 따지는 것은 무리다. 훵크, 디스코 재즈, 소울, 리듬 앤 블루스 등 흑인 음악 전반을 아울렀지만 역시 훵크가 이들의 전공이다. <Get Down On It>이 마음에 들었다면 <Celebration>, <Good Time Tonight>도 들어보자.

🥦 Leon Bridges - If It Feels Good 

앞서 소개한 두 곡은 순서대로 1979년, 1981년에 발매되었다. 나보다 대략 10년 일찍 세상에 나온 셈인데, 여러분 나이와 비교하면 어떤지. 소개한 두 곡이 오래되었다고 해서 훵크를 한물 간 음악이라 여긴다면 그건 오산이다! 다른 모든 것처럼 음악도 세월을 이길 수야 없다. 하지만 사라지는 건 아니다. 시대의 흐름 속에 변화하고 때로는 새로운 것을 창조하며 진화한다. 단적인 예로 지난해 여름 국내 음악 차트를 강타한 태연의<Weekend>와 얼마 전 나온 3집 [INVU]에 디스코, 훵크 느낌이 묻어난다.

이야기가 좀 샜다. 요즘도 훵크가 살아 있다는 말을 하려고 했다. 2018년에 싱글로 나온 리온 브릿지스(Leon Bridges)의 <If It Feels Good>도 그루브가 찰진 훵크다. 리듬에 몸을 싣기에 손색 없다. 리온 브릿지스처럼 팔다리가 쭉 뻗진 않지만 날랜 몸놀림은 더더욱 아니지만, 이런 훵크를 듣고 가만히 있는 것은 음악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손가락을 까딱인다거나 발이나 고개로 박자를 타는 등 주변 상황을 봐가며 적당히 몸을 움직여본다.

<If It Feels Good>이 잘빠진 훵크 넘버임은 분명하지만 리온 브릿지스를 훵크 뮤지션으로 소개하는 건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리온 브릿지스는 소울, 재즈 등 흑인 음악 전반에 일가견이 있다. 아이폰 광고에 쓰인 <Coming Home>이나 <River>, <Bad Bad News>를 들어보면 느낌이 확 다를 것이다. 사실 음악을 이해하고 분류하기 위해서는 훵크가 뭐고 재즈는 뭔지 아는 게 도움되긴 하겠으나, 몰라도 괜찮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즐기는 것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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