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58] 🌻 눈과 귀에 영감이 되어줄 전시를 추천합니다

한 주도 잘 지내셨나요? 숑🌻입니다. 구독자님에게 올해 5월은 어떠셨나요. 전 여러 이벤트 덕분에 (좋은 의미로) 충격이 가득한 한 달을 보냈습니다. 한편으로 음악은 많이 찾아 듣지 못했어요. 이따금 만난 친구들에게 '요즘 제일 큰 고민이 있다면 딱히 열광하는 음악이 없다는 거'라고 말할 정도였죠. 그러다 타이밍 좋게 지난 주말, 메마른 플레이리스트에 단비가 되어줄 전시 하나에 다녀왔습니다. 서촌 그라운드 시소에서 열리고 있는 <힙노시스: 롱 플레잉 스토리>에요!

사실 전시를 보기 직전까지도 엄청난 기대는 없었습니다. 핑크 플로이드, 레드 제플린, AC/DC, 폴 매카트니 등 1960~70년대 쟁쟁한 아티스트의 LP 커버를 다수 제작한 디자인 스튜디오라니. 음악 자체도 아니고 앨범 자켓인데 그저 '비주얼적'이진 않을까? 하지만 결론적으론 너무 좋았어요. 그간 괜히 어렵게 느껴져 가까이 하지 않았던 핑크 플로이드 음악을 출퇴근길에 찾아 들으며, 잊고 지냈던 열광의 마음에 불을 지피면서요.

그래서 오늘은 전시에서 보고 들은 음악 위주로 즐겁게 꾸려봤습니다. 전시에 대해 첨언하자면 평소 올드락에 관심이 없던 분이어도 흥미롭고 풍성하게 볼 수 있는 구성이라, 새로운 음악과 영감에 휩싸여 감상하실 수 있을 것 같아 강추입니다. 전시 후기와 노래 소개가 뒤섞인 오늘의 PRIIISM도 둠칫둠칫 즐겁게 함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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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ul McCartney & Wings - Band On The Run

윙스(Wings)는 비틀즈 해체 직후 폴 매카트니가 아내 린다 매카트니와 꾸린 밴드다. 데뷔 초반은 인지도를 위해 자신의 이름을 앞세워 'Paul McCartney & Wings'라는 밴드명을 썼다. [Band On The Run]은 1973년 발매한 윙스의 세 번째 앨범으로 폴 매카트니의 솔로 앨범을 통틀어서도 명반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같은 사람이 썼으니 당연한 소리 같기도 하지만 폴 매카트니가 쓴 비틀즈 음악들처럼 대체로 듣기 편하고 흥겹다.

힙노시스 전시의 초반 챕터가 바로 이 윙스의 앨범 커버에 대한 내용이었다. 2층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전시장 내 스피커에서 <Band On The Run>의 후렴구가 크게 흘러 나왔다. 그들이 왜 감옥에서 탈출하는 듯한 포즈를 취했는지, 포토샵도 없던 시절 힙노시스의 제작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무슨 생각으로 아이디어를 세상에 내보였는지... 사실상 음악을 매개로 어느 창의적인 일잘러들의 영감 도출 과정을 엿보는 느낌이었달까. 노래의 2분 5초부터는 아예 다른 음악을 이어 붙인 듯이 분위기가 바뀌어서 더욱 흥미롭다.

🌻 Pink Floyd - Brain Damage

'프리즘 로고 그 앨범..!' 1973년 발매한 핑크 플로이드의 명반 [The Dark Side of the Moon]의 존재를 나는 그렇게만 인식했다. 이미지 자체는 몹시 친근하지만 어쩐지 머나먼 음악 같다고 느꼈다. 그럼에도 숫자로만 따지자면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린 록 음반이고(4천만 장) 무려 700주 넘게 빌보드 200위 안에 들었다고 하니 '좋다는 이유가 있겠지, 그럼에도 나중에..' 라며 감상을 미뤄 왔다.

전시에는 이 유명한 프리즘 모양을 최초로 그린 드로잉부터 30주년, 40주년, 50주년을 기념해 배리에이션한 아트워크까지 한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시장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이라면 앨범의 마지막 두 곡인 <Brain Damage>, <Eclipse>로 만든 일종의 뮤직비디오를 감상할 때다. [The Dark Side of the Moon] 발매 50주년에 다함께 이 노래를 들으며 개기일식을 올려다보고 환호하는 사람들. 사막 한복판에 구현해 놓은 검은 피라미드가 내뿜는 신묘함. 마치 나도 그 안에 섞여 들어가 함께 벅차오르는 심정이 되었다.

🌻 AC/DC - Dirty Deeds Done Dirt Cheap

앞서 말했듯 이번 전시는 비단 음악뿐만 아니라 세상에 없던 아이디어를 뿜어내는 창작 집단의 작업 과정을 엿보는 것 같기도 했다. 그 중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결과물은 1976년 발매한 AC/DC의 <Dirty Deeds Done Dirt Cheap> 앨범 커버다. 설명에 따르면 '비도덕한' 사람들의 눈을 가린 저 검정 박스. 무언가 연상되지 않는가? 아무래도 봉준호 감독이 이 이미지를 오마주해 <기생충> 포스터를 기획한 듯하다. 노래 또한 AC/DC에 기대하는 경쾌한 공격력(?)이 가득해 신나게 듣기 좋다.

건물 2, 3, 4층과 테라스까지 꼼꼼하게 구성된 전시를 모두 둘러보고 느낀 점은 그간 내가 앨범 커버나 그 작업 과정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구나 하는 깨달음이었다. 요즘이야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쇼츠 썸네일 훑듯 휙휙 넘기게 될 뿐이지만 과거에는 그야말로 '12인치 정방형의 미학'이자 음악을 고르는 하나의 기준이었을 테니. 상징으로 가득하든, 어쩌면 아무런 의미가 없든 앨범 자켓은 음악의 한 축을 맡는다. 지당한 사실을 체감한 것만으로 음악을 듣는 행위 자체에 든든한 영감을 얻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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