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49] 🥦 꽃 피는 봄 활기찬 음악 어떤가요

반갑습니다, 콜리🥦입니다. 완연한 봄에 접어든 것 같습니다. 비가 잦고 "소소리바람"이 불어서 올해는 좀 늦어지나 했더니만 때가 되니 금세 봄 기운이 찾아왔네요. 제가 지내는 동네에 유독 성질 급한 벚나무가 있는데요. 지난 주말 날이 따뜻하길래 찾아가 보니 올해도 어김없이 혼자서만 꽃망울을 터뜨린 거 있죠(썸네일 사진이 바로 그 친구입니다).

길가와 공원에도 어느새 연둣빛 새순이 돋아나기 시작했습니다. 벚꽃뿐만 아니라 개나리와 산수유도 모습을 드러냈고요. 이번 주말에는 겨우내 입었던 두툼한 니트와 보드라운 수면 바지를 옷장에 집어 넣고 그 자리에 봄, 여름 옷을 꺼내 놓아야겠어요. 이불도 가벼운 걸로 바꿔야겠네요. 바뀐 이부자리를 보면 계절이 바뀌었다는 것이 확 체감될 것 같습니다.

미세먼지라는 불청객이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저는 계절 중에서 봄을 가장 좋아합니다. 싱그럽잖아요. 꽃이 피고 새싹이 솟는 모습을 보면 생명력, 생동감이 느껴집니다. 덩달아 힘을 얻는달까요. 따사로운 햇볕에 기분도 밝아지고요. 그런 봄날에 듣기 좋은 명랑하고 경쾌한 곡들을 들고 왔습니다. 짧아서 귀한 봄, PRIIISM과 함께 만끽하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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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acob Collier - Over You (Feat. aespa & Chris Martin)

제이콥 콜리어(Jacob Collier)는 천재다. 근래 알게 된 뮤지션 중 단연 신선하고 범상치 않아 경이롭기까지 하다. 좋은 의미로 약간 미쳐있는 듯한 눈빛부터 옷차림도 예사롭지 않지만 음악을 대할 때야말로 진정 그렇다. 유튜브를 보면 그는 다양한 음악을 온갖 악기로 능수능란하게 다룬다. 영화 음악 거장 한스 짐머(Hans Zimmer)가 제이콥을 가리켜 이렇게 말했다. "우리 시대의 모차르트입니다."

제이콥 콜리어 음악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구조와 화성, 즉 하모니다. 그의 음악을 들으면 장르를 막론하고 예상치 못한 전개에 신선함을 느끼게 되고(구조), 귀를 가득 채우는 다채로운 소리에서 경이로움에 사로잡힌다(화성). 괜히 그의 음악에 피처링이 수두룩 빽빽한 게 아니다. 자신이 직조한 음악을 여러 뮤지션이 만들어내는 갖가지 소리로 구현하기 위한 것이다.

<Over You>를 들어보자. 콜드플레이(Coldplay)의 크리스 마틴(Chris Martin)과 우리나라 에스파(aespa)가 참여했다. 자칫 이질적일 것 같은데 각자의 색깔을 흐리지 않으면서 잘 조합했다. 제이콥 콜리어의 요란한 랩, 크리스 마틴의 나직한 음성, 광야에서 온 에스파의 통통 튀는 목소리가 공존한다. 각각으로 전환할 때마다 다른 차원으로 순간이동하는 듯한 짜릿한 청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 The Beach Boys - Wouldn't It Be Nice

앞서 소개한 제이콥 콜리어 음악을 듣다 떠오른 뮤지션이 있다. PRIIISM에서 한 번 소개한 적 있는 비치 보이스(The Beach Boys)다. 1960년대 중후반 비치 보이스는 음악적 실험을 거듭하며 비틀스(The Beatles)와 경쟁했다. 당시 비치 보이스는 브라이언 윌슨(Brian Wilson)이 주도했는데, [Pet Sounds]는 그의 역량이 총동원된 걸작으로 평가 받는다.

<Wouldn't It Be Nice>는 [Pet Sounds] 첫 번째 곡이다. 소리를 충분히 크게, 가급적 헤드폰이나 이어폰으로 감상하길 권한다. 양쪽 귀 사이로 갖가지 소리가 채워져 있다. 기타, 베이스, 드럼의 밴드 합주 외에도 팀파니, 색소폰, 아코디언 등이 연주되었으며, 브라이언 윌슨 목소리 뒤로 비치 보이스 멤버들의 화음이 겹겹이 깔려서 풍성한 질감을 선사한다.

소리뿐만 아니라 구성면에서도 <Wouldn't It Be Nice>는 흥미롭다. 1분 40초경 박자가 느려진다. 학교 음악 시간에 들어본 리타르단도(Ritardando, 점점 느리게)다. 리타르단도로 잠시 박자를 늦춘 효과는 극적이다. 빨리 나이가 들어 결혼하고 같이 살고 싶다는, 천진무구한 사랑의 노랫말에 한층 힘이 실린다. 뒤이은 팀파니 소리와 함께 노래가 더 경쾌하고 명랑하게 뻗어나간다.

🥦 Beyonce - TEXAS HOLD 'EM

지난 2월 11일 비욘세(Beyonce)가 싱글 <TEXAS HOLD 'EM>을 발표했다. '텍사스'란 제목에서부터 심상찮았던 예감은 비욘세가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있는 재킷 커버 이미지에서 확실해졌다. 비욘세가 컨트리(Country) 음악을 들고 나왔다. 비욘세가 컨트리라니, 데스티니스 차일드(Destiny's Child) 시절부터 솔로로 활동하는 지금까지 비욘세와 가장 먼 대중음악 장르가 바로 컨트리이지 않았을까.

컨트리는 백인 음악이다. 게다가 컨트리 뮤지션 절대 다수는 남성이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뮤지션 중 하나인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가 커리어를 컨트리로 시작했다지만, 그가 오늘날 입지에 오른 건 2010년대 들어 팝(Pop)으로 사실상 전향하면서부터였다. 리듬 앤 블루스(R&B), 소울(Soul)에 기반을 둔 흑인 뮤지션인 비욘세의 컨트리 도전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어쨌거나 우리에게도 의미가 있으려면 일단 노래가 좋아야 한다. <TEXAS HOLD 'EM>은 컨트리와 친숙하지 않은 이가 듣기에도 편하다. 적당히 구수하고 적당히 목가적이며 적당히 흥겹다. 그래서 비욘세의 도전은 성공했냐고? <TEXAS HOLD 'EM>은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차지했다. 이 곡이 수록될 8집 [Cowboy Carter]가 3월 29일 발매된다. 아주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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