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51] 🌈 누구나 가슴 속에 봄 캐롤 하나쯤 품고 있잖아요

하루하루 '봄'의 자기주장이 기세를 떨치는 날씨입니다. 한 주도 잘 지내셨나요? 오랜만에 특집호로 돌아온 PRIIISM입니다. 보통 숑🌻, 콜리🥦, 로이🍄 순서로 보내는 편지와 달리 특집호는 세 사람 모두의 곡을 하나씩 싣는데요. 언제 마지막이었나 기억을 되짚어 보니 작년 9월의 추석 특집이었더라고요. 한 가지 주제에서 뻗어 나가는 셋의 각기 다른 시선을 보여드리는 일도 재밌으니, 앞으로는 조금 더 자주 특집호를 기획해보겠습니다(라고 서문을 쓰는 저는 셋 중 누구일까요?😇)

'봄 캐롤'이란 단어가 정확히 언제 처음 탄생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직감적인 기억으로는 역시 버스커버스커가 분기점 아니었나 싶습니다. 장범준 목소리는 저마다의 시절에 꽃가루처럼 조금씩의 낭만을 뿌려놓았다고 생각해요. 그 영향이 사람에 따라 적든 크든 말이죠. 개인적으로는 <벚꽃 엔딩>을 비롯한 장범준 노래와 20대를 보낼 수 있어 참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한 시절의 'BGM'이 되어준다는 면에 있어 계절과 음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 같고요.

그래서 오늘 소개 드리고 싶은 것은 PRIIISM 세 사람의 봄 캐롤입니다! 구독자님은 봄이면 떠오르는 노래가 있나요? 봄바람이 현관을 슥 스쳤을 때 본능적으로 떠오르는 멜로디일 수도 있고, 플레이리스트를 넘기다 '아, 이 노랠 왜 잊고 살았지?' 싶은 오래된 노래일 수도 있겠죠. 벚꽃이 진 자리에 봄 기운이 차오르는 요즘 저는 모두의 봄 캐롤이 궁금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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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터블 그루브 나인 - Amelie

주저없이 꺼내들 수 있는 나의 봄 캐롤이다. 이 노래의 청아한 목소리에서, 새가 지저귀는 듯 산뜻한 플룻 연주에서, 세상의 좋은 어감을 다 모아놓은 듯한 노랫말에서 봄을 떠올리지 않기란 너무 어렵다. 색색의 꽃망울이 물러간 자리에 올라온 연둣빛 새순의 에너지를 닮았다. 가을방학의 어느 노래처럼 ‘별렀던 일 없이 줄을 끌러놓고‘ 걷는 산책길에 나서고만 싶어진다.

포터블 그루브 나인은 작곡가 김형석의 프로젝트 그룹으로(무수한 히트곡 제조기 그 분 맞다) 2005년 발매한 이 앨범 하나만을 남겼다. 당도가 흘러 넘치는 멜로디와 가사도 좋지만 이 노래가 매년 봄마다 떠오르는 이유라면 역시 보컬 하나(서예나)의 반질반질 옥구슬 같은 목소리. 이후 별다른 활동을 찾을 수 없었는데 이번 글을 쓰면서 찾아보니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에 출연하신 것 같다. 많은 이들의 계절을 봄꽃처럼 피워준 그의 목소리를 더 들을 수 있다면 좋겠다.

🥦 Jon Batiste - Green Hill Zone

벚꽃 잎이 휘날린다. 벚꽃을 보려면 지난 주엔 고개를 들어야 했는데 이번 주는 바닥을 봐야 한다. 어쩜 벚꽃은 땅에 떨어져도 예쁠까. 작은 틈을 통해 비치는 햇볕을 우리말로 '볕뉘'라고 한다. 땅에 떨어진 벚꽃 잎에 볕뉘가 드리워진 걸 보고 있노라면 동그란 벚꽃 잎처럼 마음도 몽글몽글해지는 것 같다. 바야흐로 햇살을 즐기기 좋은 계절이다. 금세 날이 더워질 테니 그 전에 충분히 걷고 뛰며 햇볕을 즐겨야겠다.

요즘 같은 봄날에 듣기 좋은 곡으로 존 바티스트(Jon Batiste)의 <Green Hill Zone>을 제안한다. 따스한 햇볕을 즐기며 걸을 때 듣기 좋고, 그 길이 언덕 길이면 특히 좋다. 곡은 존 바티스트의 피아노 독주로 시작한다. 왼손 코드 연주가 스타카토로 진행되어 도도한 느낌을 준다. 35초에 다다르면 현악이 등장하면서 이전까지 다소 차갑던 피아노 연주도 따뜻하게 펼쳐진다. 그 질감이 마치 언덕에 오르면 두 눈 가득 들어오는 탁 트인 풍경을 연출한 것 같다.

🍄 백현진C - 빛23

거리의 색이 변했다. 공기가 점점 따뜻해졌다. 누군가는 반소매 셔츠, 누군가는 패딩 등 옷이 제멋대로다. 미세먼지가 많아졌다. 봄이 왔음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해가 길어졌다. 덕분에 새벽은 어둠보다 빛이 더 많아졌고, 마찬가지로 해질녘 빛의 끈기와 인내는 더욱 진해졌다. 그런 시간에 밖으로 나가 걷거나 뛰면 마음이 좋다. 그 가운데 백현진C의 <빛23>을 들으면 더욱 마음이 풍성해진다. 

백현진이 누구인가. 어어부밴드와 PRIIISM에서 가장 먼저 소개한 방백의 보컬이자 영화 배우이자 화가이다. 그외에도 다양한 예술 활동을 하는 그 유명한 '종합 예술인'이다. 그런 그가 최근에는 김오키, 전제곤, 이태훈, 진수영 등과 함께 새로운 프로젝트밴드 '백현진C'를 구성해 활동하고 있다. 오늘 소개하는 <빛23>은 백현진이 2019년 발매한 2집 앨범 [가볍고 수많은]에 수록된 <빛>을 편곡해 백현진C로 재발매한 곡이다. 김오키의 색소폰과 전제곤의 베이스가 더욱 깊은 감성을 더해준다. 

재발매를 기념해 뮤직비디오도 촬영했다. 백현진이 감독을 맡았으며, 배우 한예리 씨가 출연해 섬세하고도 신비한 감정선을 연기했다. 촬영은 영화 <기생충>의 홍경표 촬영감독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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